애틀랜타 스파 총격 5주기... "치유와 연대 계속돼야"

전희경 2026. 3. 1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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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아시아계 커뮤니티, 워크숍, 오찬, 토론, 기자회견 열어

[전희경 기자]

2021년 3월 16일에 발생한 애틀랜타 스파 총격 사건 5주기를 맞아 조지아 아시아계 커뮤니티가 희생자를 추모하고 지난 5년간을 돌아보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조지아 아시아계 및 태평양 섬 주민(AAPI) 커뮤니티 지도자와 활동가, 비영리 단체들은 3월 15일 '내면에서부터의 치유(Healing from Within)'를 주제로 추모 행사와 커뮤니티 토론회를 개최했으며, 16일에는 조지아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애틀란타 3.16 추모 연합 (Atlanta 3/16 Day of Remembrance Alliance)이 주관했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가 2021년 총격 사건 이후 커뮤니티가 겪은 상처와 회복의 과정을 돌아보고, 반아시아 폭력 문제에 대한 연대와 대응을 지속하기 위한 자리라고 밝혔다.

15일 둘루스의 페인-콜리 하우스(Payne-Corley House)에서 열린 워크숍과 오찬 행사에는 앤디 김(Andy Kim) 연방상원의원(민주-뉴저지)이 참석하여 사건 당시 어린 두 아들을 돌보던 중 비보를 접했다면서 사건 직후 애틀랜타를 방문해 희생자 가족들을 만난 경험을 이야기 했다. 김 의원은 "팬데믹이 끝나면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동료의원의 발언을 소개하며,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와 차별은 팬데믹과 총격 사건 이전부터 존재해 온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음 세대에게는 안전한 미국을 물려줘야 한다"고 말한 그는, "조지아 사회와 희생자 가족들과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 3.16 추모 행사를 준비한 사람들. 예술가 균허 (왼쪽 세번째 노란색 상의), 김데이비드교수, 미쉘강 사무총장(파란색 상의), 앤디김 연방상원의원 (가운데), 사라 박 시의원 (오른쪽 네번째)
ⓒ 전희경
사라 박(Sarah Park) 둘루스 시의원은 8명의 희생자 이름을 부르고, 타 지역 총격 사건 희생자들에 대해서도 묵념하며 연대의 폭을 확장했다. 박 시의원은 "정치인의 진정한 역할은 비영리 단체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 공간이 시민들에게 치유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이야기들을 엮어가기 (Weaving Through Our Stories)" 워크숍에서 예술가 균 허(Gyun Hur)와 김 데이비드 박사는 장기적 스트레스와 트라우마가 몸과 마음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호흡과 마음 안정 훈련 등 치유 방법을 소개했다. 참가자들은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 등의 활동을 통해 이민 경험과 인종 폭력, 젠더 기반 트라우마 속에서 형성된 공동체의 기억을 돌아보았다.
▲ 트라우마 치유하기 호흡과 마음 안정 훈련 중인 참가자들
ⓒ 전희경
행사 후원 개인과 단체들에게 감사와 연대의 인사를 한 조지아주 하원 99선거구 미셸 강(Michelle Kang)민주당 후보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인 사회가 투표를 통해 실질적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 현대LG합작배터리 공장 급습사태는 조지아주 경찰이 연방이민 당국에 협력해 불러온 결과다. HB 1105 법안은 이민자 공동체를 위협했으며, 이는 공화당 다수의회가 통과시키고 켐프 주지사가 서명한 결과다. 강 후보는 주정부 요직을 바꾸는 올 11월 선거에 한인들의 유권자 등록과 적극적인 투표를 호소했다.

비극 직후의 혼란과 신속 대응 네트워크 구축 경험

같은 날 오후에는 둘루스 가스 사우스 극장에서 '3/16 기억하기' 커뮤니티 패널 토론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사건 이후 등장한 풀뿌리 시민운동과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에 미친 역사적 의미,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가 논의되었다. 패널에는 케리 리(Atlanta Chinese Dance Company 공동 예술감독), 역사학자 스콧 쿠라시게(Grace Lee Boggs Foundation 대표), 스테파니 조(Demo Labs South 디렉터·전 Asian Americans Advancing Justice Atlanta 사무총장)가 참여했으며, 사회는 둘루스 시의원 사라 박이 맡았다.
▲ 패널 토론자들 (왼쪽부터) 스콧 쿠라시게 교수, 케리 리 예술감독, 스테파니 조 민주주의랩대표, 사라 박 둘루스 시의원 (사회)
ⓒ 전희경
스테파니 조 전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 사무총장은 총격 사건 당시의 혼돈을 회상했다. 조 전사무총장은 "애틀랜타에는 아시아계 커뮤니티를 위한 기본적인 위기 대응 인프라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자원봉사자들이 즉석에서 시스템을 만들면서 동시에 기존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문화적·언어적 필요성을 교육해야 했다"며 "그 시스템은 우리 같은 커뮤니티를 이런 순간에 지원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역사학자 스콧 쿠라시게(Dr. Scott Kurashige) 교수는 이번 사건을 미국 내 반아시아 폭력의 긴 역사 속 한 장면으로 규정했다. 그는 COVID-19 혐오범죄법 같은 입법이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혐오범죄 단속만으로는 사회 깊숙이 뿌리박힌 편견을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쿠라시게는 1989년 클리블랜드 초등학교 총격 사건(동남아시아 난민 아동 대상)처럼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진 사례들을 들며, "진정한 변화는 일회성 반응이 아니라 장기적인 풀뿌리 운동과 인종 간 연대"에서 나온다고 역설했다.

예술로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서사를 바꾸다

애틀랜타 중국무용단(Atlanta Chinese Dance Company) 공동 예술감독 케리 리(Kerry Lee)는 문화 표현의 힘을 강조했다. 총격 이후 단체는 'Rising Against Asian Hate' 공연을 제작해 피해자들을 기리고, 1982년 빈센트 친(Vincent Chin) 살해 사건 등 아시아계 미국인 역사를 알렸다. 리 씨는 "아시아계가 소수인 지역에서 예술은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고 고정관념을 깨는 강력한 도구"라고 말했다.

패널 참가자들은 5년이 지났음에도 가장 취약한 계층이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조 씨는 "스파 업계에서 여전히 일하는 저소득 이민 여성 노동자들이 경제적 불안과 사회적 낙인 속에 놓여 있으며, 대중 담론에서 종종 배제된다"고 지적했다. 연사들은 영구적인 커뮤니티 인프라 구축, 이민 노동자를 위한 사회서비스 강화, 그리고 아시아계 삶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서사 창출을 촉구했다. 특히 여성혐오·계급 불평등·외국인혐오가 교차하는 구조적 문제를 계속해서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내면으로부터의 치유' 패널 토론회 3월 15일 오후 4시 30분 가스 사우스 극장에서 차이나타운 메모리스 무용 공연 직후 열렸다
ⓒ 전희경
5년 전 충격을 준 총격 사건은 이제 단순한 추모의 대상이 아니라, 지속적인 조직화와 연대,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는 상징으로 남아 있다.

행사의 마지막 일정은 16일 애틀랜타 조지아 주 의사당 남쪽 계단에서 열리는 추모 기자회견이다. 커뮤니티 지도자와 활동가들이 모여 총격 사건 5주기를 기념하고, 지난 5년간 이어진 반아시아 폭력 대응 활동과 커뮤니티 치유 노력을 되돌아볼 예정이다.

행사를 주관한 애틀란타 3.16 추모 연합에는 지역 아시아계 커뮤니티 지도자와 활동가, 비영리 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조지아 AAPI Hub의 빅토리아 후인 전 백악관 아태계위원회 담당관, 둘루스 시의원 사라 박, 미쉘 강 아시안증오범죄방지위원회 사무총장, 조지아 주 하원의원 미셸 아우와 롱 트란 등 다양한 인사들이 핵심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토론회 참석자들 포스터를 들고 기념촬영
ⓒ 탁세찬
주최 측은 "이번 추모 행사는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동시에 반아시아 혐오와 폭력에 맞서 공동체의 연대와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자리"라며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치유와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3월 16일, 조지아주 의사당에서 열린 3.16 애틀란타 총격사건 추모 5주기 기자회견. 김백규 조지아한인식품협회장, 미쉘강 주의원후보, 사라박 둘루스 시의원 등이 참여했다. 조지아 주 하원의원 미셸 아우가 발언 중이다.
ⓒ 미쉘강
한편 애틀랜타 스파 총격 사건 5주기를 맞아 16일 조지아 주 의사당에서 열린 추모 기자회견에서 미셸 강 아시안증오범죄방지위원회 사무총장은 희생자들을 기리며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정치 참여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 사무총장은 "이 비극을 기억하는 것은 단순한 추모를 넘어 총기 폭력과 인종차별, 여성혐오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마주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세 딸의 어머니이자 1세대 한국 이민자인 그는 특히 많은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언어 장벽과 정보 부족, 낯선 제도 때문에 민주주의 과정에 참여하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했다. 강 사무총장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목소리를 낼 때 민주주의는 더욱 강해진다"며 이민자들의 정치 참여와 유권자 교육, 언어 접근성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사무총장은 이어 "희생자들을 기리는 가장 의미 있는 방법은 모든 공동체가 안전하고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커뮤니티의 지속적인 참여와 연대를 당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겨자씨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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