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관심 실감…지치지 않고 곡 쓸 것”…국악계 차세대 작곡가 손다혜·홍민웅

최민지 2026. 3. 1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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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관현악단 상주작곡가 손다혜, 홍민웅. [사진 국립국악관현악단]


20세기 서구 음악의 유입으로 국악은 그간 고수해 온 장르와 소리의 지평을 대폭 넓혀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에 직면했다. 수많은 악기 개량과 작곡 기법의 변화 끝에 서양식 오케스트라와 유사한 국악관현악단이 만들어진 건 이런 고민의 결과물이다. 국립극단 전속단체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상주작곡가 손다혜(41)·홍민웅(40) 두 사람만의 곡으로 구성된 연주회를 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관현악시리즈Ⅲ ‘2025 상주 작곡가:손다혜·홍민웅’을 오는 20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두 사람은 서양 음악 연주 단체까지 통틀어 국내에 몇 없는 상주 작곡가다. 국립관현악단은 지난해 창단 30주년을 맞아 상주작곡가 제도를 부활시키며 두 사람을 발탁했다. 국립관현악단은 지난 2016~2018년 국악관현악 분야 최초로 상주작곡가 제도를 도입한 연주 단체이기도 하다. 이들이 지난 1년간 꾸준히 국립국악관현악단과 소통하며 쓴 ‘대적’(손다혜)과 ‘귀로’(홍민웅)에 대해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작품 주제와 형식부터 기보법, 악기 배치, 연주법 등을 치열한 논의를 거쳐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국립극장에서 첫 연습을 마치고 중앙일보와 만난 두 사람은 연주회에 대한 긴장감을 숨기지 않았다. “곡을 쓰며 정말 고생했어요. 그간 위촉된 곡보다 길이가 2배 정도 길다 보니, 훨씬 큰 에너지를 쏟았죠. 국악은 (기보 프로그램과 미디 등을 활용하는) 서양 음악과 달리 제가 쓴 곡을 미리 들어볼 수가 없어요. 70여명의 실제 연주를 마주했을 때의 흥분과 부끄러움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죠. 다행히 든든한 단원들의 실력 덕에 결과물은 좋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손다혜)

국립국 지난 6일 국립국악관현악단이 개최한 청음회에 참석한 상주작곡가 손다혜. [사진 국립국악관현악단]


“악기가 아닌 사람을 보고 곡을 썼어요. 보통은 작곡할 때 일반적인 가야금의 소리를 떠올리지만, 이번엔 ‘우리 악단 가야금 수석은 이런 타건, 비브라토를 쓴다’는 걸 염두에 두며 곡을 썼거든요. 특정 연주자의 호흡을 상상해 곡을 쓰니 음악이 훨씬 더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변하더라고요.”(홍민웅)

두 작곡가의 음악은 한국적 소재와 서사가 두드러진 게 특징이다. 손다혜의 신작 ‘대적’은 조선 권력의 중심이었던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의 모습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함께 발표되는 2022년 작품 ‘흐르는 바다처럼’은 청사포 마을 한가운데 위치한 400년이 넘은 소나무 ‘망부송’의 전설을 펼친 곡이다. 홍민웅의 작품 ‘귀로’, ‘쇄루우’는 각각 바리데기와 견우·직녀 설화를 모티브로 한다.

두 사람이 그리는 음악처럼 이들의 음악 인생도 다이내믹했다. 손다혜와 홍민웅은 예술고 출신이 가득한 국악계에서 몇 없는 인문계열 고등학교 졸업생이다. 특히 서양음악 작곡으로 음악을 시작한 손다혜는 학부(한국예술종합학교) 시절 국악 작곡을 전공했고, 이후 대학원에 진학하며 뮤지컬(음악극) 작곡 전공으로 진로를 또 바꿨다.

“초등학교 때부터 작곡이 취미이긴 했어요. 제가 작곡한 가요를 카세트 테이프로 녹음해 친구에게 선물로 주곤 했죠. 본격적으로 전공으로 삼겠다고 생각한 건 고3 때였어요. 부모님께 얘기했더니, 온갖 구인광고가 가득한 무가지 ‘교차로’에서 선생님을 구해다 주셨죠.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해서 재수를 결심한 해에, 우연히 연주회에서 들은 원일 선생님의 대표작 ‘새’라는 음악을 듣고 또 한 번 국악 작곡으로 진로를 틀었어요.”(손다혜)

지난 6일 국립국악관현악단이 개최한 청음회에 참석한 상주작곡가 홍민웅. [사진 국립국악관현악단]


출발은 늦었지만, 성과는 절대 뒤처지지 않았다. 손다혜는 42회 대한민국 작곡가상 대상, 2024년 KBS 국악대상 작곡상을 수상하며 역량을 인정받았다. 홍민웅은 2021년 ‘시간의 색’ 이후 꾸준히 국악관현악단과 작업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른바 ‘한국 창작 음악의 차세대 주자’로 불리는 둘이지만 자신의 곡이 연주될 땐 여전히 긴장한다. “스마트워치가 심박수가 높다는 알람을 보낸다”(손다혜)거나 “유튜브 영상으로만 봐도 온몸에 땀이 흐른다”(홍민웅)고 한다.

이런 둘에게 관객의 성원은 큰 힘이 된다. “이른바 ‘K’ 열풍을 타고 국악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게 체감 돼요. 지난 6일 국립극장에서 우리 두 사람의 곡을 들려주는 청음회를 열었는데 1분 만에 40장의 티켓이 마감됐고, 컴퓨터 공학자부터 치과의사까지 다양한 분들이 작곡가의 해설을 들으러 와줬어요. 새삼 국악 하길 잘했다 싶었습니다.”(홍민웅)

국립국악관현악단 상주작곡가 손다혜, 홍민웅과 40여명의 청취자가 참석한 6일 청음회. [사진 국립국악관현악단]


둘의 목표는 “지치지 않고 계속 곡을 쓰는 것”(손다혜)이다. “항상 오늘의 작품이 다음 활동으로 이어졌으면 합니다. 환갑 가까이 된 김대성 선생님이 지금도 민요 채집을 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시는데, 그런 모습을 저도 본받고 싶습니다.”(홍민웅)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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