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런' 하려고 이틀 동안 26km 뛰었습니다, 그 결과는요
[김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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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준비 운동도 양손에 버터와 봄동을 들고 했다. 시작도 하기 전부터 기분 좋은 이런 챌린지는 너무나 러너들에게 고마운 일이다. |
| ⓒ 김태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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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동비빔밥도 만들 수 있을까? 엉뚱한 질문들이 달리게 한다. 러닝의 묘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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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크림이 버터가 될 수 있을까? 두근두근 러너라면 한 번쯤 도전해 보길 추천한다. |
| ⓒ 김태리 |
'버터런'을 하고, 기사도 써본다니… 너무 재미있겠다.'
버터런은 해외에서 시작된 러닝 챌린지다. 생크림을 비닐팩이나 병에 넣고 달리면, 달리는 동안 생크림이 계속 흔들리면서 지방이 뭉치고, 버터 형태가 된다는 발상에서 출발한 실험이다. 러닝도 하고, 버터도 만들고. 엉뚱하지만, 묘하게 도전해 보고 싶어지는 1석 2조 챌린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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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km를 전혀 힘들지 않게 달릴 수 있는 힘 러너들은 재미있게 행복하게 달린다. |
| ⓒ 김태리 |
생크림을 비닐팩에 2중으로 넣고, 봄동을 잘 씻어 고추장 한 큰술, 참기름, 깨와 함께 역시 2중으로 비닐팩에 잘 넣었다. 평소엔 최대한 가방 없이 간편하게 달리는 걸 선호하지만 이 날 만큼은 조금 비장하게 가방을 챙겼다. 가방 속에서 철렁철렁 흔들리는 생크림과 봄동을 생각하니 괜히 웃음이 났다. 싱글벙글 웃으며 달렸다.
'지금 내 가방 안에서 버터가 만들어지고 있다.'
달리면서 만나는 러너들에게 괜히 '제 가방 안 버터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라고 써 붙이고 싶다 생각하며 신나게 달렸다. 시작부터 마침까지 기분 좋은 러닝이었다. 풀코스를 겁도 없이 도전하고, 시민들의 응원에 힘입어 힘든 줄도 몰랐을 때처럼 두 발이 저절로 움직이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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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성된 버터의 상태 버터의 상태만큼 맛도 기분도 좋아진다. 혹시 고체화가 많이 되지 않았다면 자세를 다시 점검해 볼 기회가 되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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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동 비빔달걀과 버터의 만족스런 모습 달리고 난 뒤라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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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버터도 성공, 봄동 비빔달걀도 성공이었다. 하지만 재미있는 건 버터의 상태였다. 10km를 달렸는데도 완전히 단단한 고체 버터가 되지는 않았다. 그 순간 나는 좌절했을까?
아니, 곧바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 혹시 내 러닝 자세가 좋은 건가?'
평소 달릴 때 상체가 흔들리지 않게 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매번 달리면서 내 자세를 매번 확인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러닝이다. 그런데 이렇게 달려보니 버터가 생각보다 덜 고체화가 된 버터를 보면서 '내 상체 흔들림이 그만큼 안정적이라는 반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러닝 자세를 점검해 보는 방법으로 버터런이 꽤나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뜻밖의 일석이조 실험이랄까.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평소 '총총총총' 달리는 내게 "그럼 생크림을 종아리에 달고 달려보라"는 제안을 했다. 그렇다. 챌린지는 또 다음 챌린지를 부른다.
달리고 나서 먹는 봄동 비빔달걀의 맛
그럼 봄동 비빔달걀은 어땠을까. 솔직히 처음에는 의심했다.
"가방 안에서 흔들린다고 정말 비벼질까?"
그런데 놀랍게도 정말로 비벼져 있었다. 완벽하게 섞인 건 아니었지만 충분히 뿌듯할 만큼이었다. 고추장을 한 큰술 넣어두었는데 생각보다 잘 어우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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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 날 눈 뜨자마자 뛰게 하는 동력, 챌린지의 힘 재밌게 달릴 수 있는 힘, 버터런을 추천합니다! |
| ⓒ 김태리 |
신이 난 김에 다음 날 아침에도 다시 달렸다. 어제 들고 달린 버터를 다시 가방에 매고, 이번에는 8km 추가 러닝이었다.
혹시 이번에는 버터가 더욱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역시 완전히 단단한 버터가 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도 이상하게 기분은 더 좋아졌다.
'아, 내 자세가 정말로 괜찮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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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도 제법 버터가 되었다. 나의 두 발로 직접 달려 만든 버터라 너무 소중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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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의 재미와 자세 점검을 위한 챌린지로 충분히 추천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 힘을 빼고,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자. 솔직히 말해 대기업이 만든 버터가 훨씬 훌륭하다.
하지만 달리기의 재미를 더해 주고, 유행을 한번 즐겨 보고, 새로운 러닝 콘텐츠를 만들어 보는 경험으로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이 챌린지 덕분에 나는 오전 러닝 8km, 저녁 버터런 10km, 다음 날 아침 추가버터런 8km
이틀 동안 총 26km를 매우 즐겁게 달렸다.
여러 운동들이 그러하겠지만 러닝이야 말로 현관문을 열고 나갈 '동력'이 필요하다. 기록도 중요하지만, 그냥 달리고 싶어지는 작고 소중한 이벤트와 핑계거리들 같은 것 말이다. 버터런은 그런 핑계가 되어 주는 챌린지였다. 가방 속에서 철렁거리며 흔들리는 생크림을 생각하면 웃음이 났고, 그 덕분에 발걸음도 더 가벼워졌다.
다음에는 또 어떤 것을 가방에 넣고 달리게 될까. 무언가 흔들어 볼 것이 있다면, 그걸 이유로 또 한번 달려볼 생각이다.
오늘도 어딘가를 달리고 있을 러너들에게 이 글이 달리기가 조금 더 즐거워지는 소소한 이벤트가 되기를 바라며, 모두의 생크림이 버터가 되기를 혹은 덜 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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