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의 길을 시민에게 묻다

김옥성 2026. 3. 16. 11:3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토요일 원탁회의에서 나온 교육 공동체 회복의 목소리

[김옥성 기자]

휴일인 지난 토요일(14일) 오후, 서울 한복판에 교사와 학부모, 지역 활동가 그리고 무엇보다 청소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교육의 미래를 행정가나 전문가만의 논의에 맡겨 두지 말고 시민들이 직접 이야기해 보자는 뜻으로 마련된 서울교육 시민 원탁회의였다.

이번 토론회는 교육대개혁국민운동 서울본부 교육자치특별위원회가 열었다. 서울교육의 방향을 시민의 목소리로 모아 보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각자의 경험과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를 솔직하게 나누며 서울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찾았다.

처음에는 3시간 일정으로 계획된 토론이었다. 그러나 논의가 깊어질수록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결국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오후 5시 30분이 되어서야 토론을 마칠 수 있었다. 그만큼 교육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고민과 열정이 크다는 것을 보여 주는 자리였다.

학생도 학교의 주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 필요"

이날 토론에서 가장 먼저 강조된 것은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구조였다. 참석자들은 많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의견을 표현할 통로가 부족하다고 짚었다. 학생회나 학교운영위원회가 있지만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서 학생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학생 자치 활동을 강화하고 학생 의견을 제도적으로 모으는 구조를 만들며 교칙을 고치거나 학교 정책을 정할 때 학생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특히 학급회의를 정기적으로 열어 학생들이 학급 문제를 스스로 이야기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학교 민주주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경쟁 중심 교육을 넘어 자기주도 교육으로

또 하나 중요한 논의는 경쟁 중심 교육을 넘어서는 교육 모습이었다. 토론 참가자들은 서울시교육청의 오디세이학교 사례를 언급하며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삶의 방향을 스스로 찾아볼 수 있는 교육 경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입시 경쟁 중심 교육이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길을 찾는 자기주도 교육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안교육 프로그램과 프로젝트 학습, 탐구 중심 교육 등을 넓혀야 한다는 정책 제안이 이어졌다.

신고와 처벌 중심에서 '회복적 갈등 해결'로

토론회에서 많은 공감을 얻은 주제 가운데 하나는 학교 갈등을 푸는 방식의 변화였다. 지금 학교에서는 갈등이 생기면 곧바로 신고와 처벌로 이어지는 구조가 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구조에서는 학생들이 서로 대화하며 문제를 풀 기회를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학교 안에서 갈등이 생기면 당사자 사이에 대화 시간을 반드시 마련하고 평화 서클 같은 대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갈등을 관계 회복 중심으로 풀어 가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교사를 대상으로 한 회복적 정의 교육을 넓히고 학교 차원의 회복적 생활교육을 자리 잡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학폭 처벌 이전에 회복의 기회 필요"

학교폭력 대응 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지금 학폭 처리 구조는 신고와 처벌 중심으로 돌아가며 처분이 내려지면 생활기록부 기록으로 이어져 학생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부 참가자들은 이런 구조가 학생의 실수까지 범죄처럼 다루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학폭 처분 이전에 학생에게 반성과 회복의 기회를 주는 유예 제도를 두고 관계 회복 프로그램 참여로 문제를 풀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한 참가자는 "형사 제도의 집행유예처럼 학생에게도 관계를 회복할 기회를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학부모와 교사, 학교 공동체 다시 세워야

학교 공동체 회복을 위해서는 학부모와 교사의 참여 구조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금 많은 학교에서 학부모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거나 참여율이 낮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풀기 위해 학부모 총회를 활성화하고 학부모가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참여 휴가 제도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또한 졸업생 학부모처럼 경험이 있는 학부모들이 학교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자는 의견도 나왔다.

교사 공동체 회복 역시 중요한 과제로 언급됐다. 교사들이 따로따로 문제에 대응하는 구조에서는 교권 문제도 풀기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교사들이 함께 협력하고 함께 대응하는 구조를 통해 학교 공동체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 교육대개혁국민운동 서울본부 토론회! 다시세우는 서울교육 지난 토요일 서울시의회에서 교육대개혁국민운동 서울본부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6,3 선거를 앞두고 시민들이 제안하는 교육정책을 모아 시장후보, 교육감 후보, 자치단체장 후보에게 협약을 통해 우리아이들이 행복한 서울을 위해 함께 만들어가자고 결의한 시간이다.
ⓒ 장연수
마을교육공동체와 교육 협치 되살리기

토론에서는 마을교육공동체와 교육 협치를 되살릴 필요성도 강조됐다. 과거 서울교육에서 중요한 정책이었던 혁신교육지구 사업은 서울시와 서울교육청, 자치구, 지역교육지원청, 그리고 마을이 함께 협력해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교육 모델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런 협력 구조가 약해지면서 학교와 지역사회가 다시 떨어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나왔다. 참석자들은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민관 협력 교육 협치를 다시 세우고 마을교육공동체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시대, 민주시민교육과 미디어 교육 필요

AI 시대 교육 방향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가운데 학생들이 정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AI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교육과 함께 독서·예술·체육·토론처럼 인간의 생각과 감성을 키우는 교육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시민이 제안하고 시민이 함께 만드는 서울교육

이날 토론에서 나온 여러 정책 제안은 단순한 토론으로 끝나지 않을 예정이다. 참가자들이 제안한 정책 아이디어를 정리해 서울교육 정책 제안으로 발전시키고, 앞으로 서울교육감 후보와 서울시장 후보에게 정책 협약을 제안할 계획이다.

또 시민들은 선거 이후에도 교육 정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지켜보며 시민 협치의 주체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민이 제안한 정책이 실제 교육 현장에서 이루어지도록 지켜보며 함께 힘을 보태겠다는 것이다.

교육은 한 세대의 삶을 바꾸고 사회의 방향을 결정짓는 일이다. 그래서 교육의 미래는 전문가나 정치인만의 논의가 아니라 시민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토요일 오후의 긴 토론이 예정 시간을 훌쩍 넘기면서까지 이어진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서울교육의 길을 시민에게 묻는 첫걸음이 이제 막 시작됐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