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말이 되나 싶었던 김도현 일병 사건... 책임자들, 끝까지 취재할 것"
[이영광 기자]
제57회 한국기자상 기획보도 부문에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보도된 김도현 일병(순직 후 상병으로 추서) 사망 사건을 취재한 이윤석 JTBC 기자가 선정됐다. 이윤석 기자는 수상 소감을 밝히면서도 김도현 일병 유가족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왜 유가족에게 죄송하다고 했을까?
|
|
| ▲ 이윤석 JTBC 기자 |
| ⓒ 한형석 |
"마음이 너무 무거워요, 이 수상 소식을 유가족 분들에게도 알려야 되잖아요. 그래서 전화를 드려서 죄송하다고 밖에 드릴 말씀이 없었어요. 너무 죄송했던 게 보도 이후에도 모든 면에서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근데 저는 큰 상을 받는다는 게 너무 죄송스럽더라고요. 때문에 유가족 분들에게 '이 상황이 죄송스럽고 면목이 없다. 앞으로 제가 최선을 다해서 진상 규명 반드시 이루어내기까지 노력하겠다'라는 약속을 했어요."
- 유가족이 뭐라고 하나요?
"사실 별다른 말씀이 없으시죠. 왜냐하면 지금 상황이 더 안 좋아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희가 한창 보도할 때만 해도 유가족 분들은 무언가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거든요. 근데 시간이 흐르면서 모두 다 잊어가고 있는 상황이에요. 작년 11월에 1주기 추모식이 있었는데 그때도 군과 정치권이 무관심했고 그러다 보니 저도 죄송스럽더라고요."
- 김도현 일병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지인에게 전화가 와서 '군에서 아들이 죽어서 되게 억울해하는 부모가 있다. 얘기를 들어봐라'라고 하는 거예요. 아시다시피 군에서 훈련 중에 사망 사고가 종종 발생하잖아요. 물론 그런 일이 없어야겠지만 아무리 사고를 막으려고 해도 간혹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고 그러다 보니까 처음에는 제가 부끄럽게도 '그런 사고가 아닐까'라고 생각했었어요. 또 제가 '이거 혹시 타사에 보도가 됐냐'고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저도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거죠. 그리고 유가족 취재를 시작했는데 그 내용이 상상 초월이었던 거죠. 지금 이 시대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게 가능한 일이냐고 스스로 계속 반문할 정도로 믿기 어려운 일이 있었던 거죠."
- 김도현 일병 사망 사건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비상계엄이 있기 직전에 일어난 사건입니다(2024년 11월 25일). 그때 대북 침투 대비 훈련 한다고 강원도 아미산 정상에 통신 장비를 설치하러 간 거예요. 그런데 현장 책임자인 홍아무개 중사가 차에 남아서 휴대전화를 하고, 나머지 인원만 올려 보낸 것이죠. 그렇게 올라간 인원 중에 인솔자인 이아무개 하사는 본인 혼자 올라가 버리고, 그외에 다른 상병이 한 명 있었는데 이 상병이 다리가 아프다고 김 일병에게 자기 짐을 맡긴 거예요. 짐의 무게가 총 37kg(기존 짐 12kg, 선임 짐 25kg)예요. 성인 남성도 37kg 무게를 챙기기 쉽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까 김 일병이 짐 하나를 올려놓고 다시 내려와서 하나를 올려놓고 하다가 산에서 굴러떨어지는 사고 당한 거예요. 그러니까 김 일병은 혼자 이 짐을 챙기다가 사고가 발생한 거죠."
- 어떻게 혼자 갈 수 있죠?
"아시다시피 도심에서 경찰이 순찰할 때도 2인 1조로 움직이는 원칙이 있잖아요. 더군다나 여기는 굉장히 위험한, 험악한 산이에요. 이게 그냥 산이라고 생각하면 이해를 못 하실 수도 있는데 저는 현장을 가봤잖아요. 처음에 놀랐거든요. 하다 못해 유명한 산에 가도 잘 정돈된 등산로가 있잖아요. 여긴 그런 산이 아니에요. 너무 험악한 산이에요. 그런 험악한 산을 김 일병 혼자 모든 짐을 끙끙거리면서 올라갔던 거예요.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거죠."
- 김 일병이 비탈길에서 굴러떨어졌는데, 다들 모르다가 사건 당일 오후 1시 36분에 안 거잖아요. 굴러떨어진 지 어느 정도 만에 인지한 건지 모르나요?
"그렇죠. 지금 진상 규명 안 된 부분이 너무 많아요. 김 일병이 언제 굴러떨어졌는지 정확한 시간을 현재 알 수가 없어요. 상병과 하사가 올라가서 기다려도 안 오기에 찾기 시작한 거예요. 이게 얼마나 황당한 일입니까? 아무리 혼자 가더라도 부하가 잘 오는지 확인은 해야 될 거 아니에요. 그것조차 안 한 거예요.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 총책임자인 홍아무개 중사가 휴대전화를 하다가 올라가지 않은 거라고 했는데.
"게임도 하고 전화 통화도 했어요.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 보세요. 현장 지휘 책임자예요. 전쟁터에서 흔히 말하는 지휘관의 역할이라는 게 뭐예요? 선봉에 서는 거잖아요. 아무리 훈련이라고 하더라도 현장 지휘 책임자가 앞장서서 올라가고 누군가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짐 들어주는 게 우리가 생각하는 리더의 모습이잖아요. 너무나도 충격적인 일을 벌인 거죠."
- 사건 당일 오후 1시 50분에 김 일병이 '살려달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하는데, 찾은 건 2시 29분이잖아요. 소리가 들린다는 건 근처였을 것 같은데.
"이 산은 굉장히 험악한 산이에요, 잘 닦인 등산로가 아니죠. 그리고 나무가 빼곡하죠.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잘 보이지 않아요. 어디선가에서 작게 살려 달라는 소리가 들리는데 쉽게 찾지 못했던 거죠."
- 차라리 신고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제가 아쉬운 것 중의 하나가 그거예요. 저는 실종을 인지했을 때 신고를 바로 해야 했다고 생각해요. 그게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였는데 그들은 두려웠겠죠. 그렇게 되면 본인들의 과실이 다 드러나게 되잖아요. 그러다 보니 애초에 신고도 안 했던 거예요."
- 사고가 없었다면 아무 일 없는 듯이 지나갈 수도 있죠.
"만약에 김 일병이 계속 살아 있었다면 이 사람들은 어떻게든 이걸 숨겼을 거예요. 그리고 또다시 이런 행동 저질렀을 거예요. 저는 솔직히 이 사람들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들이 장례식에 아예 오질 않았대요."
- 살려달라는 김 일병 상사들이 조롱했다면서요?
"너무 안타까운 거죠. 너무 슬픈데, 녹취록 보면 김도현 일병이 죄송하다고 사과해요. 사과받아야 할 사람이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 여러 번 '소대장님 충성'을 외치거든요. 죽어가면서도 충성을 외치는 김 일병에게 군이 어떤 짓을 했는지 보면 가슴이 먹먹해요. 이런 일은 6.25시대 때도 벌어지지 않았을 거예요."
|
|
| ▲ 이윤석 JTBC 기자 |
| ⓒ 한형석 |
"산림청은 아시다시피 산을 담당하는 곳이니 산악 구조 경험이 풍부해요. 하지만 군은 자기들이 구조할 테니 비켜달라고 해요. 근데 메디온이라는 군 구조 헬기는 산 구조에 특화된 구조팀이 아니잖아요. 산악 구조 경험이 제대로 없다 보니 구조에 실패한 거예요. 그때 119 구조대원들도 현장에 있었거든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119 헬기로 구조한다고 한 거예요. 결국 군 구조 헬기가 실패하고 빠지고 뒤늦게 119 구조 헬기가 와서 한 번에 구조에 성공했거든요. 차라리 처음부터 119가 했다면 어땠을까란 생각에 허탈하더라고요."
- 산림청 헬기가 먼저 온 거잖아요. 그럼, 굳이 돌려보낼 필요는 없죠.
"이 사건이 너무 충격적인 게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하나도 상식적으로 이해되는 부분이 없어요. 하나하나가 '이게 가능해? 이럴 수가 있어?'라는 말의 연속이에요.
가장 충격적인 건 (사고 당시) 119 신고를 막았던 거죠. 상식적으로 군부대의 울타리 밖에서 사고가 났고 그럼, 즉각 119에 신고하는 게 우선이죠. 근데 군 내부 보고가 먼저라며 119 신고를 막았고 그 이후에도 병원에 가고 싶다고 응급실에 가고 싶다고 호소하는 김 일병에게 상급자들이 구박과 면박을 주면서 시간을 다 허비했잖아요."
- 군 매뉴얼이 어떤가요. 상부에 먼저 보고해야 하나요?
"상황에 따라 다르죠. 그래서 지휘 책임자의 판단이 중요한 거잖아요. 이건 심각한 부상 입어서 아예 움직일 수가 없을 정도였어요. 또 본인이 너무 아파서 응급실에 가고 싶다고 호소하면 고민의 여지 없이 바로 병원으로 갔어야 되는 거죠. 근데 그게 아니라 구박하고 추궁하느라 골든타임을 다 날렸던 거예요."
- 병원 가기 전에 사망한 거로 추정하는데, 충분히 살릴 수 있던 거잖아요.
"살 수 있는 사람이 죽었어요. 있을 수가 없는 일이 벌어진 거예요."
- 책임자는 처벌을 안 받은 건가요?
"그 부분이 놀라운데 저는 직무 배제라도 돼 있을 줄 알았어요. 보통은 최소한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담당 직무를 배제하는 등 조치가 이루어지잖아요. 근데 아무런 징계도 없고 심지어 여전히 군에서 장병들을 거느리고 있어요. 제가 직접 이유를 물어봤거든요. 지금은 수사 중이기 때문에 징계를 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 직무 배제는 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언제 또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거잖아요.
"당연하죠. 이거는 논쟁의 여지가 없어요. 상식의 문제예요. 그리고 제가 더 화가 났던 건 이들이, 유가족에게 최소한의 사과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육군 공보실을 통해서 책임자들한테 최소한의 사과를 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답변은 '수사 중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였습니다."
- 한 명도 사과 안 했나요?
"단 한 명도 사과를 하지 않았고요. 단 한 명도 장례식장과 추모식에 오지 않았습니다. 1주기 추모식에 찾아와서 오히려 미안하다고 사과의 편지를 쓴 사람은 출동했던 119 구조대원이었어요. 이게 말이 됩니까? 어떻게 보면 고마운 사람이잖아요. 고마운 사람이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눈물 흘리는 게 이상하지 않나요? 지금 앞뒤가 바뀐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 혹시 국회에서 이 문제 다룬 게 있나요?
"없어요. (왜 언론과 국회가 주목을 안 하는 걸까요?) 하필이면 비상계엄 직전에 벌어진 일이잖아요. 그때 기억을 떠올리시면 아시겠지만 모든 언론이 비상계엄 관련 취재에 다 올인하고 있을 때였어요. 그러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을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잊혀져 갔던 거죠."
- 기자님이 보도한 건 작년 8월이었잖아요. 그땐 정부도 바뀌었고, 국회도 관심 가질 만한데요.
"유가족 분이 국방부 장관 면담 요청을 계속하고 있어요. 그런데 아직 성사되지 않고 있대요. 저도 그게 너무 가슴 아파요. 이건 이 정부에서 있었던 일이 아니잖아요. 사실 유가족 만나서 '군에서 이런 일 벌어져서 너무 죄송하고 진상 규명하기 위해 최선 다하겠다'는 말을 하는 게 어려운 거 아니죠. 근데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유가족 입장에서 얼마나 가슴이 타들어 가겠어요? 혹시라도 이재명 대통령이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이 인터뷰를 보게 된다면 유가족에게 전화 한 통화라도 하면 좋겠어요. 그리고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철저한 진상 규명이 있어야 되고요. 책임자에 대한 엄벌이 있어야 돼요. 그래야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습니다."
- 앞으로 계획이 있을까요?
"끝까지 취재해야죠. 그리고 이 책임자들을 제가 찾아가서 왜 그랬는지 그리고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생각 여전히 없는지 물어볼 겁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국의 파병 요청, 곤혹스럽지만... 이렇게 답해야 한다
- 밤 10시마다 여자 숙소에 오는 남자...고흥 굴까기 작업장서 벌어진 일
- 조희대, '서면주의'에 발목 잡혔다
- MBC 여성 기상캐스터 없앤 자리에 남성 정규직이... 처참하다
- '버터런' 하려고 이틀 동안 26km 뛰었습니다, 그 결과는요
- "늑대 잡아달라 했더니 다른 늑대 푼다" 지금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
- 이란에 무슨 일 일어나고 있나, 이란 출신 서울대 교수의 답
- [오마이포토2026] 강용석·고성국 등 "우리가 장동혁!"
- "내가 이 대통령 3.15 의거 사과에 눈물이 난 건..."
- '혁신' 선대위도, 인적 '쇄신'도 거부한 국힘... 오세훈 등록만 압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