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전쟁 이후 미국과 중국 경제…스테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국제경제읽기 한상춘]
[한국경제TV 김보선 기자]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발생한 이후 세계 경제가 요동을 치고 있다. 대인플레이션, 스테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심지어는 대공황 우려까지 극단적인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마치 비관론이 나오면 신생아가 아니라 거인의 위력이 발휘한다는 미첼의 경고를 보는 듯하다. 어떤 시각으로 갈 것인가는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 경제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첫해에 나타난 미국 경제는 한마디로 포퓰리즘과 근린 궁핍화 정책으로 대변된다. 표심과 직결되는 소득세와 법인세는 감면해 미국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대신 대미 상품거래는 관세, 대미 투자는 준조세에 해당하는 수탈적 성과 배분, 사람의 이동은 높은 비자 수수료 등으로 다른 국가에 전가해 보전하겠다는 의도가 뚜렷했다.
상품, 기업, 사람, 자본 등 4대 개방 분야 중 마지막 남은 자본 거래는 어떤 조치를 강구할 것인가가 일찍부터 궁금해 왔던 사안이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는 한국인 등 외국인 주식 투자가 늘면서 코리아파잉(koreafy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단체 투기와 음모 등으로 미국 증시 건전도가 떨어진다는 핑계로 달러 예치제나 토빈세 등을 부과할 수 있다.
모든 근린 궁핍화 정책은 단기적으로 상대국에 피해를 줄 수 있어도 궁극적으로는 부과국이 더 큰 피해를 받는다. 미국과 같은 수입국은 관세 부과에 따라 ‘자국으로의 대체효과’보다 ‘타국으로의 다변화 효과’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자본 거래에 있어 토빈세 부과도 ‘나비 효과’보다 ‘잔물결 효과’가 크게 나타나 미국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을 확률이 높다.

돈로(DonRoe) 주의로 상징되는 극단적인 폐쇄 정치로 4개 개방 부문을 빗장으로 걸어 잠그면 트럼프 정부가 구상 중인 마가(MAGA) 달성은 더 멀어질 수 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 경제는 GATT와 WTO를 기반으로 하는 자유 무역 질서, IMF와 WB를 양대 축으로 하는 브레튼우즈 체제에 의해 지탱해 왔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 자체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처럼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는 예산안을 추진하면 ‘재정적자-포퓰리즘 악순환 고리(deficit-populism doom loop)’에 처할 확률이 높다. 2012년부터 세계 3대 평가사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시켜 왔다. 트럼프 정부가 구상 중인 예산안을 원안대로 추진하면 신용등급을 추가 강등시킬 수 있다고 경고해 놓은 상황이다.
한동안 지칠 줄 모르고 오르던 미국 증시가 이란과의 전쟁 이후 변동성이 극에 달하는 전형적인 ‘워블링 장세(wobbling market)’로 바뀌고 있다. 과거 미국 증시 흐름을 보면 최근과 같은 장세 이후 주가 흐름은 크게 두 가지로 예상된다. 하나는 조정을 거친 이후 재차 뛰어오르는 급등장(skyrocketing)과, 다른 하나는 추락하는 폭락장(flash crash)이다.
두 흐름 중 어느 쪽으로 갈 것인가는 주가가 흔들리는 원인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가장 큰 것은 미국 주가가 고평가돼 있어 시간이 문제지 언젠가는 조정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비롯한 모든 평가 잣대로 미국 증시는 거품이 낀 것으로 나온다.
관세에 따른 불확실성이 주가의 변동성을 키우는 가장 큰 요인이다. 국제법에 의존하지 않고 ‘미친 광인과 홍수 전략(madman & flood strategy)’에 의해 쏟아내는 관세는 주식 투자자가 가장 싫어하는 롱테일 리스크다. CNN의 공포-탐욕 지수(FGI) 등과 같은 주식투자 심리지표는 극단적인 공포 단계로 떨어진 지 오래됐다.
주도주도 흔들리고 있다. 2023년부터 미국 증시를 이끌어 왔던 M7(magnificent 7)은 L7(lagnificent 7)이라 불리울 정도로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비상장 미래 M7’이 부상하는 가운데 미국 증시에서 떠나 시진핑 주석이 아낌없이 지원해 주고 있는 ‘레드 테크 M7’이나 ‘테리픽 10’으로 바꿔타야 하는 것이 아닌가는 시각이 부상하고 있다.
펀더멘털도 전환점을 맞고 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미국 경제는 근린 궁핍화 정책에 따른 허니 문 효과로 물가가 안정된 가운데 성장률이 잠재 수준을 웃도는 골디락스 국면이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근린 궁핍화 정책에 따른 타국으로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우려됐던 스테그플레이션이 이란과의 전쟁을 계기로 가시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지난해 중국 경제는 외부적으로 트럼프 정부의 충돌보다 내부적으로 시련을 겪은 한 해였다. 그 누구보다 시진핑 주석이 실각설에 시달렸다. 같은 해 여름 휴가철 베어다허 회의를 계기로 실각설에서 벗어나면서 10월에 열렸던 4중 전회에서 후계자 지정 없이 네 번째 연임이 확정됐다. 실각설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4중 전회에 앞서 열렸던 전승절을 계기로 러시아, 북한 등 전통적인 사회주의 국가 간의 연대체계도 재구축됐다. 언제든지 이반될 수 있는 연대 체제이지만 지난 1990년 베를린 장벽 이후 사회주의 주도권이 구소련에서 중국으로 넘어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올해는 더 강화되느냐와 재균열되느냐에 갈림길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2차 대전 이후 다자주의의 공공재를 누린 국가가 세계 경제 패권 다툼에 유리한 위치를 점해왔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을 떠나는 민주주의 국가를 커다란 비용을 치르지 않고 속속 무임승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 목표보다 시진핑 주석이 구상하는 팍스 시니카 목표를 더 빨리 달성할 수 있는 의외의 상황을 예고한다.
중국 내부적으로는 7년째를 맞는 부동산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올해 남은 기간에도 최대 난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일 위기는 아무리 길어도 2년이 지나면 마무리된다. 하지만 중국의 부동산 위기는 여전히 깊은 수렁에서 헤매고 있다. 올해 2월말 기준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무려 1억 채를 넘어 한국 국민 한 사람당 두 채씩 줄 수 있는 물량이다.
문제는 부동산 위기가 장기화되는 주요인이 시진핑 정부의 정책 실수 때문이라는 점이다. 요즘 많이 거론되는 중립 금리를 적용해 보면 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r*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 하지만 r**를 낮춘 게 결정적인 실수다. 실물경제 침체 혹은 과열을 시키지 않는 r*가 금융 건전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r**보다 높을수록 부동산 위기는 악화돼기 때문이다.

모든 경기와 증시 부양책은 위기를 낳은 본질 해결에 얼마나 접근했는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부양책 규모가 클수록 더 그렇다. 2차 대전 이후 위기 경험국의 실증적 사례를 점검해 보면 기득권의 고통이 따르는 위기 본질 해결을 외면하고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캠플 주사형 대증요법을 추진해 결과가 더 나빠졌다.
중국 경제와 증시가 당면한 위기의 본질을 단순생산함수(Y=f(L,K,A), L=노동, K=자본, A=총요소생산성)로 평가하면 초기 외연적 단계에 강점이었던 노동력은 절대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절벽에 직면해 있다. 저출산 고령화 급진전으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세는 더 빠르다.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글로벌 해법으로 풀어야 하지만 이민 정책은 역행하고 있다.
자본은 외국인 기업의 이탈과 정부 주도의 불균형 투자로 노동장비율(K/L)과 토빈 q 비율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전자를 성장경로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함을, 후자는 자본생산성은 미국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있는 점을 뒷받침해 준다. ‘리쇼오링’이 최선책이지만 ‘인쇼오링’을 추진해 좀처럼 풀지 못하는 상태다.
총요소생산성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외부 불경제 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헝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경기가 무너지고 GDP대비 300%가 넘는 국가채무로 중앙정부의 지원이 끊기면서 지방일수록 SOC의 노후화 정도는 더 심하다. 중앙과 지방, 지방과 지방 간 SOC의 불균형이 심해지는 것도 문제다.
절체절명 위기 상황에서 시 주석이 전통적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에서 벗어나 획기적인 부양책을 발표했다. 부동산에서 증시에 초점을 맞춘 인민 재산 증식 수단과 기업정책도 ‘국진민퇴(國進民退·국영기업은 우대하고 민간기업은 억제)’에서 ‘국진민진(國進民進·국영과 민간기업 동시 우대)’로 전환했다.
증시 정책도 2022년 10월 공산당 대회 이후 외국인 자금 유입을 억제하고 중국 대탈출(GCE·great china exodus)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반간첩죄를 철회했다.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정책에 대해서도 강온 전략을 병행하는 ‘이원적 전략(two track strategy)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방침도 확정했다.
정책 타이밍도 좋다. 증시도 오랜만에 반등하고 있다. 과연 중국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fifty fifty(50대 50)’이다. 중국 경제가 미국으로부터의 압력과 내부적으로 고질병을 극복하고 성장 국면에 재진입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몇 년을 더 지켜봐야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김보선기자 sunris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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