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글쓰기] <인간 실격> '요조'를 보며 생각난 취준생 시절의 나
[정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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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 실격 인간 실격 표지 |
| ⓒ 민음사 |
최근 독서 모임에서 고전 읽기를 시작하면서 어쩔 수 없이 고전을 읽게 되었다. 독서 모임에서는 심리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우선 200쪽 이하 분량의 고전을 도전하기로 했다. 이번에 정한 책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이다. 인간 실격의 줄거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태어날 때부터 다른 '인간들'을 이해할 수 없었던 요조는 인간 세계에 동화하기 위해 '익살꾼'을 자처하며 노력하지만, 번번이 좌절한다, 결국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한 여인과 자살을 기도한다. 그러나 동반 자살 기도에서 여자만 죽고 혼자 살아남고 요조는 더욱 밑바닥 삶을 살아간다. 요조는 결국 마약 중독자가 되어 본가로부터 절연 당하고 외딴 시골집에서 쓸쓸히 죽음만을 기다리는 '인간 실격자'가 된다.
-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민음사 책 소개 참조
제목부터 강렬한 '인간 실격'은 사람의 기준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한다. 인간 실격과 비슷한 말을 떠올려 보면 루저, 실패자, 낙오자, 폐인 등의 단어가 떠오른다. 주인공 요조는 사회적 기준으로 처참하게 낙오한 인간이다.
하지만 주인공 '요조'는 누구보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 한 평범한 사람이다. 그러나 '요조'는 이런저런 이유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격리되어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럼, 모든 불행은 '요조' 개인의 잘못이었을까?
호리키의 그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미소에 저는 울었고, 판단도 저항도 잊어버렸고, 자동차를 탔고, 여기(정신병원)에 끌려와서 정신 이상자가 되었습니다. 이제 여기서 나가도 저의 이마에는 광인, 아니, 폐인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겠지요.
인간 실격. 이제 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민음사 책 본문 중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이 되지 않아 백수로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 부모님께 매일 얼마의 용돈을 받아 지내면서 취업을 준비했다. 밤마다 스스로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으로 괴로워했고, 아침에 눈을 뜨기가 싫었다. 특별히 할 일도 없는 지겨운 하루가 시작되면 늦잠을 자고 일어나 동네 도서관을 어슬렁거리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학교에서는 실패와 좌절을 가르치지 않는다. 성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라고 가르친다. 만약 실패했다면 더 노력하라고 말하면서 실패는 너의 게으름과 노력 부족이라고 질타한다. 한동안 취준생의 시기를 보내면서 나의 자존감은 바닥을 쳤고 노력해도 안 된다고 생각하니 점점 취업에 대한 의욕을 잃었다. 그냥 이렇게 살다가 죽는 것 아닌가 비참한 생각만 들었다.
어떻게 뒤늦게 취업했지만, 나의 노력보다 당시 우리나라 경제 상황과 취업운이 좋았던 것뿐이다.그럼, 지금의 대한민국은 청년들에게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을까?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서 쉰다는 청년들이 76만 명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송파구와 종로구를 합친 인구수, 천안시나 포항시의 전체 인구에 맞먹는 숫자다. 또 통계에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은둔형 청년과 중장년, 노년 구직자를 합치면 그 숫자는 더 커질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면 경쟁을 내면화 하는 사회에서 자란다. 남보다 좋은 성적과 좋은 학벌과 연봉 높은 직장, 비싼 집과 고급 자동차가 성공의 기준이다. 그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항상 뒤처지거나 노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대한민국의 행복지수가 항상 낮은 이유는 나의 삶을 타인과 끊임없이 비교하고 높은 사회적 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인이 남들보다 못 사는 것은 개인의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허구적 능력주의의 신화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거창한 사회적 불평등이나 보편적 복지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을 삶을 주체적으로 살 권리가 있다. 개인이 이룬 성취나 성공이 행복한 삶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살면서 이런저런 실패를 하거나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에게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해 주어야 한다.
의자 뺏기 게임처럼 한 개의 의자에 앉기 위해 열 명이 경쟁한다면 자리에 앉지 못한 9명이 잘못이 아니라 자리가 부족한 것이다. 그리고 이미 앉을 1명이 정해져 있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그 자리에 앉을 방법은 없다.
지금 저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지금까지 제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이다.
저는 올해로 스물일곱 살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백발이 눈에 띄게 늘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흔 살 이상으로 봅니다.
-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민음사 책 본문 중에서
어린 시절부터 '사람 구실'을 하고 살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사람 구실'이라는 말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사람 구실'이라는 것은 나만의 성공이나 출세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고 부족한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정신을 의미했다. 경쟁의 끝은 무한 경쟁이고 결국 모두 패자가 되는 게임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못 해 기가 죽어 백수로 지낼 때 어머님은 매일 하루 용돈을 주시면서 위로처럼 말씀하셨다.
'누구나 일이 잘 안 풀리고 세상이 날 알아주지 않는 때가 있어. 자신이 못나 보이고 세상을 원망하기도 하지. 하지만 누구나 그런 때가 있어. 아직 기회가 오지 않은 것뿐이야. 살다 보면 원하는 길을 가지 못해도 다른 길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지금은 성공이 커 보이지만 나중에는 하루를 살아가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현재의 삶이 희극이든 비극이든 우리는 오늘 주어진 배역을 묵묵히 감당할 뿐이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희극이면서 비극이다. 누구나 작은 일에 울고 웃고, 괴로워하고 기뻐하면서 하루를 살아간다. 우리는 때로는 비참한 '요조'로 때로는 행복한 '요조'로 살아간다. 인생은 그렇게 하루하루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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