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환율 1500원 넘었는데…이창용 한은 총재가 제주도 간 이유

미국의 이란 공습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제주도를 찾는 것으로 확인됐다.
임기 내내 추진해온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예금 토큰 실증사업인 이른바 ‘프로젝트 한강’ 2단계 프로젝트를 챙기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이 총재가 16일 제주 지역경제 분석 및 한은 디지털화폐・예금 토큰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식 참석을 위해 제주도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 4일 출국해 국제결제은행(BIS) 총재회의 참석과 국제통화기금(IMF) 컨퍼런스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11일 귀국했다. 해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지 닷새 만에 다시 제주행에 나서는 셈이다.
이번 협약식엔 이 총재와 더불어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 윤성관 디지털화폐실장이 참석한다. 제주도에서는 오영훈 지사가, 제주연구원에서는 유영봉 원장 등이 자리할 예정이다.

이 총재의 제주행이 주목받는 것은 단순한 지방 일정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추진해온 디지털화폐와 예금 토큰은 이 총재가 여러 차례 필요성을 강조해온 미래 금융 인프라 실험이다.
디지털화폐는 쉽게 말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전자 형태의 화폐다. 지금처럼 은행 계좌 숫자나 카드 결제에 의존하는 구조를 넘어 중앙은행이 보증하는 디지털 돈을 실제 결제와 송금, 공공자금 집행 등에 활용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는 개념이다.
예금 토큰은 시중은행 예금을 디지털 토큰 형태로 바꿔 활용하는 방식이다. 현금이나 계좌이체처럼 돈을 주고받되, 사용 목적이나 흐름을 더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지급결제 수단으로 거론된다.
예를 들어 특정 보조금이나 바우처를 지급할 때 사용처를 제한하거나, 자금이 실제 목적대로 쓰였는지 더 투명하게 확인하는 식의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한은과 제주도 간 협약 문건에도 이런 방향이 담겨 있다. 문건에는 협약 목적 중 하나로 ‘한은 디지털화폐·예금토큰 연구·실증 및 활용을 위한 협력’이 명시돼 있다.

아울러 협약 이후에도 디지털화폐·예금 토큰을 활용한 공동 실증사업 추진을 위해 지속 협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단순한 연구 교류가 아니라, 실제 활용 가능성을 제주 지역에서 시험해 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협약 기간은 총 2년이며, 소요 비용은 한은과 제주도 등이 추후 논의할 방침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 총재의 이번 제주행을 두고 자신이 재임 내내 공을 들여온 디지털화폐·예금 토큰 사업만큼은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기준금리와 환율 대응 같은 전통적 통화정책 현안과 별개로, 미래 지급결제 인프라 구축 역시 중앙은행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은도 디지털화폐·예금 토큰 실험의 외연을 넓히는 작업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한은은 오는 18일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착수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프로젝트 한강은 한은이 추진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기반 실거래 테스트 사업이다. 1차 실험은 지난해 4월 시작됐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급부상하면서 두달 만인 그해 6월 테스트 논의가 잠정 중단된 바 있다.
우선 한은은 올해 상반기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에 CBDC 기반 예금 토큰을 시범 적용할 계획이다. 이후 보조금과 바우처 등 추가 사례를 발굴할 방침이다.
문제는 이 총재의 임기다. 디지털화폐 사업을 강조해 온 이 총재는 임기를 약 한 달가량 남겨둔 상태다. 만약 이 총재가 연임에 실패하고 총재가 교체될 경우 한강 프로젝트가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한은 관계자는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국고금의 4분의 1을 한은 디지털 화폐로 집행할 계획”이라며 “큰 방향 자체가 정해졌기에 해당 사업은 연속성있게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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