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군함 파견 요청한 5개국 '미온적'... 사실상 침묵

윤현 2026. 3. 16.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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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입장 없이 '신중 검토'... 미 언론 "트럼프 기대에 찬물 끼얹어"

[윤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플로리다주 도랄 소재 트럼프 내셔널 도랄 마이애미 리조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군함을 파견하라고 요청한 5개국이 모두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영국의 에드 밀리밴드 에너지안보 장관은 15일(현지시각) BBC 프로그램에 출연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주요 석유 수송로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및 동맹국과의 협력을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해협 재개방이 우선 과제"라며 "기뢰 탐지 드론 제공 등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작전의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부하며 "분쟁을 종식시키는 것이 해협을 다시 여는 가장 확실하고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제1야당 보수당의 클레어 커티노 예비내각 에너지안보 장관은 같은 프로그램에서 "해협을 개방하는 것이 영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라며 "보수당 정권이었다면 노동당보다 빨리 미국이 영국군 기지를 사용하도록 허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제2야당 자유민주당의 에드 데이비 대표는 "이란 전쟁은 무모하고 불법적"이라며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 같은 미국 대통령의 말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경우 청와대가 '한미 간에 긴밀하게 소통하고 신중히 검토해 판단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약속은 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프랑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다국적 해군 연합을 지지하지만 분쟁이 안정될 경우에만 해군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일본 외무성은 NHK 방송에 "일본은 자국의 대응을 스스로 결정하며, 독자적인 판단이 기본 원칙"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즉각적으로 수용하지는 않고 있다.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CNN 방송에 보낸 성명에서 군함 파견 여부에는 답하지 않고 "중국은 즉각적인 적대 행위 중단을 촉구한다"라며 "모든 당사자는 안정적이고 원활한 에너지 공급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라고만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중동 국가들의 진정한 친구이자 전략적 파트너로서 관련 당사자들과의 소통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긴장 완화와 평화 회복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보 전문가 "상당한 위험 부담... 이란에 공격 기회 주는 것"
 3일(현지시간)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폐쇄를 선언한 가운데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 인근에서 선박들이 바다 위에 떠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을 거명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 함께 군함을 보낼 것"이라고 적었다.

NBC 방송은 "이들 국가가 어떤 결정을 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하지만, 지금까지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라며 "호르무즈 봉쇄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보인다(pour cold water)"라고 전했다.

영국 런던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H.A. 헬리어 선임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국가들이 모두 침묵하고 있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라며 "프랑스가 가장 긍정적인 반응이지만, 마크롱 대통령조차도 '순전히 방어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다국적 연합군이 구성되더라도 기뢰, 드론, 대함 미사일 등 여러 위협 요소가 있기 때문에 안전한 통행을 보장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지정학·안보 분석가 마이클 호로위츠도 "선박을 보호하는 상당한 위험 부담이 따른다"라며 "작전 측면에서 보면 매우 좁은 해협에 군사 자산을 배치하게 되는데 이는 이란에 근거리에서 공격할 여러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런 위협을 진압하려면 단순히 공군력이나 해군력만으로는 부족하다"라며 "해안의 주요 지역에 지상 병력을 배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ABC 방송 인터뷰에서 "세계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광범위한 연합이 해협을 다시 열기 위해 협력하는 것은 상당히 논리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모든 국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나오는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으며, 중국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라며 "일본, 한국, 그리고 모든 아시아 국가에 호르무즈 해협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흘러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이란이 지역 및 전 세계에 군사력을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라며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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