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이야기] 젊은 유방암 환자 시대, 치료 너머 삶을 설계하다

국내 유방암은 서구와 다르다. 미국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발생률이 꾸준히 높아지는 반면, 한국은 30~40대 젊은 환자가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한창 일과 미래를 설계할 시기에 마주하는 암 진단은 치료 이상의 고민을 안긴다. 수술 이후의 삶, 몸의 변화, 자신감 까지 함께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의 목표가 단순히 암을 없애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유방암 진료의 무게중심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유방암 수술에서 절제와 재건을 별도의 의료진이 나누어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원자력병원 유방암센터에서는 이 두 과정을 처음부터 함께 설계하는 통합 치료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성민기(사진) 원자력병원 유방암센터 과장은 17년간 절제와 재건을 함께 집도해 왔다. 그는 암 수술 과정에서 피판 두께와 조직 보존 범위가 재건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고 말한다. 어디를 얼마나 남겨야 재건했을 때 가장 자연스러울지, 그 판단이 절제 단계부터 이미 시작되기 때문이다. 두 과정이 한 의사의 시야 안에서 연결될 때, 절제와 재건은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수술처럼 맞물린다.
환자 입장에서도 차이는 분명하다. 자신의 몸 상태와 치료 경과를 처음부터 가장 잘 아는 주치의 한 명이 전 과정을 책임지기 때문에, 수술 전 계획부터 수술 후 관리, 예상치 못한 부작용 대응까지 판단의 연속성이 유지된다. 여러 의료진을 오가며 설명을 반복해야 하는 수고도 없다. 신뢰 관계가 깊어질수록 환자가 치료 과정에서 느끼는 심리적 안정감도 달라진다.
성민기 과장이 진료 현장에서 가장 오래 기억하는 환자들은 뒤늦게 재건을 결심한 이들이다. 과거에는 유방 절제 후 재건으로 이어지는 환경이 여의치 않았다. 수술 후 10년 넘게 신체적 불편을 안고 살며, 옷 한 벌을 고를 때도 몸을 의식해야 하는 일상을 견디다 비로소 재건을 받은 환자가 있었다. 재건을 마친 뒤 그 환자가 성 과장에게 건넨 말은 짧았다. “이제야 나 자신으로 돌아온 것 같다.” 그는 그 말에서 치료의 의미를 다시 생각했다고 한다.
지금은 유방암 환자의 50% 이상이 암 수술과 함께, 혹은 이후에 재건술을 받는다. 2015년 건강보험 적용 이후 경제적 문턱도 낮아지면서, 재건은 일부 환자만의 선택이 아니라 누구나 고려할 수 있는 치료의 일부가 됐다. 재건을 원하는 환자라면 암 진단을 받은 그 시점부터 치료와 재건을 함께 설계할 수 있다. 수술 후 깨어났을 때 신체의 일부가 사라졌다는 상실감을 겪지 않아도 되는 것, 그것이 환자에게는 달라진 현실이다. 유방암 치료가 단순히 암을 없애는 과정에서 나를 되찾는 과정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재건술의 증가는 조용히 말해주고 있다.
치료가 끝난 환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것은 생활 관리, 특히 음식에 관한 것이다. 특정 음식을 먹거나 피한다고 재발이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돌아오는 답이다. 오히려 지나친 제한과 걱정이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균형 잡힌 식사와 적절한 운동으로 체중과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조기 발견도 빼놓을 수 없다. 유방암은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어 상당수가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된다. 유방촬영과 초음파 검사를 함께, 정기적으로 받을 것을 권한다.
“치료 선택이 환자의 예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매 순간 되짚게 된다”고 성 과장은 말한다. “같은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환자의 상황에 따라 방향은 달라질 수 있어, 의학적 지식만큼 오랜 진료 경험에서 나오는 판단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유방암 치료 과정이 생각보다 견딜 만하다는 것, 수술은 예상보다 부담이 적고 항암치료 역시 지나고 나면 대부분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환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다고 덧붙인다. 조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8.9%에 달할 만큼 유방암은 다른 암에 비해 치료 성적이 좋은 편이다. 지금의 시간을 인생의 한 굴곡으로 받아들이고, 포기하지 않고 치료에 집중하면 이전의 삶으로 충분히 돌아갈 수 있다. 암을 이기는 일은 병을 없애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다시 살아가는 힘을 되찾는 것, 그것이 17년간 진료실에서 붙들어온 치료의 진짜 목표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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