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의 등 돌리는 농어촌…‘공백’ 떠안은 보건진료전담공무원

신대현 2026. 3. 1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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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공보의 감소 대비 지역의료 대책 발표
2032년까지 공보의 500명대 유지 전망
공보의 상주하지 않는 보건지소 기능 분류
“의사 안 오니 대체하라는 의미…임시방편 불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로비에 걸린 병원 홍보물 옆으로 이동하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간호사인 동시에 일단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지시가 내려오면 일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지만, 솔직히 말하면 ‘사라지고 싶은 심정’이다.”

지역 의료취약지에서 오랫동안 보건진료소장으로 일해 온 A소장은 15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공중보건의사(공보의) 감소에 따른 지역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와 다각적인 대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공보의 확충이 당장 어려우니 보건진료전담공무원으로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방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3일 보건복지부는 공보의 감소 대비 지역의료 대책을 발표했다. 의료취약지의 공보의 인력 급감에 대응해 간호사, 시니어 의사 등을 긴급 투입하고, 원격 협진과 비대면 진료를 활성화해 부족한 일손을 메운다는 복안이다. 의료취약지란 행정구역 내 의원급 이상 의료기관 및 약국이 없으면서 인접 읍·면·동에 소재한 의료기관과의 거리도 4㎞ 이상인 지역을 일컫는다.

현재 의사들이 지원을 기피하는 지역 보건소나 보건지소에서 병역의무를 대신하는 공보의들이 근무 중이다. 하지만 의정 갈등으로 인한 전공의·의대생 교육 수련 공백에 따라 올해 의과 공보의 신규 편입 인원은 98명으로 급감했다. 올해 복무 만료 인원 450명 대비 충원율은 22%에 불과한 실정이다. 

의과 공보의 전체 규모는 지난해 945명에서 올해 593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지난 2017년 2116명에 달했던 규모에 비하면 농어촌 지역의 일차의료 안전망 유지가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복지부는 의대생 교육 공백이 해소되고, 지역의사 인력이 양성되는 오는 2032년까지는 공보의 인원이 500명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의과 공보의 규모는 현역사병과의 복무기간 격차 심화와 여학생 비율 증가 등에 따라 지속 감소해 왔다. 현재 현역사병의 복무기간은 18개월인 반면 공보의·군의관의 복무기간은 36개월이다. 이에 더해 의정 갈등 여파로 의대생 군 휴학이 크게 증가하며 공보의 부족으로 인한 지역의료의 어려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정부는 도서·벽지 등 의료취약지 139곳 보건지소에 공보의를 ‘핀셋 배치’하고, 전체 532곳 보건지소 중 공보의가 상주하지 않는 393곳의 기능을 분류했다. 151곳의 보건지소는 치과·한의과 진료를 그대로 유지하되, 진료 행위가 가능한 간호사인 보건진료전담공무원이 의과 진료를 제공한다. 42곳은 보건진료소로 전환해 전담공무원이 의과 진료만 시행한다. 공보의 순회진료는 200곳의 보건지소가 현재와 동일하게 실시한다.

올해 보건지소 기능 개편 결과를 토대로 정부는 지역 여건에 맞춰 보건소·보건지소를 권역 거점으로 지정해 포괄적인 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는 “의료 자원의 집중화·거점화와 함께 찾아가는 진료·돌봄서비스를 강화해 지역 중심의 완결적 일차의료 체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대책을 두고 보건진료전담공무원들 사이에선 “의료취약지에 의사가 오지 않으니까 전담공무원들이 리(里) 단위에서 면(面) 단위까지 가서 의사를 대체하라는 소리”라는 불만이 나온다. 지금 대책은 체계를 갖춘 정책이라기보다 ‘일단 급한 상황을 막아보자’는 임시방편처럼 보인다는 비판이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중보건의사 감소 대비 지역의료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보건진료전담공무원은 보건진료소에서 의사 대신 1차 진료 및 보건 사업을 수행하는 간호사·조산사 면허 소지 공무원이다.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 제15조(보건진료소의 설치·운영) 제2항에 따라 보건진료소에는 보건진료소장 1명과 필요한 직원을 두되, 보건진료소장은 보건진료전담공무원으로 임명하고 있다.

A소장은 “우리 지역은 간호사인 보건진료전담공무원이 사실상 일차의료 역할을 담당해 왔는데, 공보의를 대신하는 역할이 필요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전담공무원의 기능을 강화해야 했다”며 “인력도 늘리고 교육도 강화해야 했는데 그런 준비가 없었다. 그 점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법적인 책임 문제다. A소장은 “정부는 ‘역할은 똑같다’고 강조하지만, 우리로선 법적인 테두리를 벗어나고 싶지 않다”며 “이번 대책이 잘 굴러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보의가 사라질 상황이 되니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대책을 내놓은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정부는 의료취약지 비대면 진료 모델을 개발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진료 지원·원격 협진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그러나 비대면 진료에서 가장 중요한 약 전달과 관리 문제를 누가 도맡을 것인지 책임 소재가 모호하다. A소장은 “비대면 진료는 환자와 의사 사이의 문제이고, 약 전달과 관리는 환자와 보호자가 해야 할 역할인데 이걸 누가 대신하라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보건지소 현장과의 논의도 부족했다. A소장은 “복지부와의 논의도 있었지만, 뾰족한 답이 나온 것은 아니다. 여러 제안이 있었지만, 지자체로 내려오면 현실적으로 적용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예전에 스스로를 ‘돌멩이 같다’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여기저기 필요할 때마다 쓰이는 느낌이다”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보건진료전담공무원 진료지침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담공무원들은 지역 주민을 직접 대면하면서 작은 의료 행위와 약 처방을 담당하고 있는데, 현재 처방 가능한 의약품 범위는 91개 성분으로 제한돼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문가들과 협의해 만성질환 관리에 필요한 의약품과 행위를 중심으로 진료지침을 마련하고 있으며, 지침이 정리되는 대로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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