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달라지는 소리

2026. 3. 16.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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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수원화성에 다녀왔다.

따듯한 햇볕과 차가운 바람이 오고 가는 날씨.

그렇게 나무에 걸려 날고 있는 연이 하나, 둘, 셋. 펄럭이는 소리가 멀리 있는 나에게까지 들리는 듯했다.

바람이 부드러워지는 소리, 꽃잎을 틔우는 소리, 마음의 문이 열리는 소리, 그렇게 달라지는 소리가 가득한 계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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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옥 시인


주말엔 수원화성에 다녀왔다. 5㎞가 넘는 성곽길을 천천히 걸었다. 햇볕이 따듯해서 봄의 길목에 들어선 기분이었다. 한참 걷다가 더워서 외투를 벗기도 했는데, 외투를 벗기엔 아직 이르다고 알려주려는지 금세 찬바람이 불었다. 따듯한 햇볕과 차가운 바람이 오고 가는 날씨. 감기에 걸리기 딱 좋은 날씨. 겨울의 추위는 당연해서 추워도 이상할 게 없는데, 봄의 추위는 차가움을 더 정확하게 느끼게 한다. 봄을 떠올리면 봄볕과 꽃 축제와 산들바람이 떠올라 따듯함을 기대하게 되는데, 기대와 달리 갑작스럽게 추위가 찾아오는 때가 많으니까. 따듯했다가 갑자기 찬바람이 불면 체감상 더 춥게 느껴지니까. 봄을 기다리는 몸과 마음은 이미 봄보다 앞서 있다.

걷다 보니 구름이 많아지고 날이 흐렸다. 볕과 구름까지의 시간이 아주 순식간에 흘렀다. 그럼에도 겨울을 벗어나고 있는 것은 확실해서 성곽 언덕에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 하늘에 떠 있는 연을 셌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나비, 독수리, 가오리. 아주 높이 올라 손보다 작아 보였다. 파란 하늘을 날아다니는 연을 보니 마음이 시원했다. 나무에 걸린 연도 여럿이었다. 어떤 연은 나무에 걸렸어도 긴 꼬리를 펄럭였다. 나무 꼭대기에서 날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무에 걸려 날고 있는 연이 하나, 둘, 셋…. 펄럭이는 소리가 멀리 있는 나에게까지 들리는 듯했다.

성곽 끝에 거의 다다랐을 때 한 나무 가까이에서 나무 사진을 찍는 사람을 보았다. 꽃망울을 틔운 나무였다. 자세히 보니 꽃이 조금 피기도 했다. 매화인 것 같았다. 가던 사람을 멈춰 세우는 나무의 달라짐을 생각했다. 오래도록 새로 핀 꽃을 들여다보는 사람을, 나무의 달라짐을 바로 알아차린 사람의 마음을 생각했다. 이제 곧 활짝 핀 꽃나무 앞에서 가던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겠지. 바람이 부드러워지는 소리, 꽃잎을 틔우는 소리, 마음의 문이 열리는 소리, 그렇게 달라지는 소리가 가득한 계절이 왔다.

안미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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