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마저…국민의힘 어쩔 수가 없나 [신율의 정치 읽기]

2026. 3. 15. 21: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결국 국민의힘에 공천 신청을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측이 신청 마감 시간을 지난 3월 8일 오후 10시까지로 연장했음에도, 오 시장은 끝내 공천을 신청하지 않았다. 오 시장은 장동혁 대표에게 “당 노선 정상화라는 선결 과제를 풀지 않는 이상, 후보 접수와 경선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공개적으로 촉구했지만, 장 대표 반응이 없자 마침내 공천 신청을 포기했다. 오 시장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기존 노선을 고수할 경우에는 중대 결심을 할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여기서 중대 결심이 의미하는 바는 ‘무소속 출마’ 혹은 ‘불출마’ 둘 중 하나라고 판단된다.

오 시장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현재의 노선, 즉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계속 견지한다면, 국민의힘 후보로 선거에 나와봤자 승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오 시장 입장에서는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오 시장의 이런 결심 때문에 상당히 불리한 형국에 직면하게 됐다. 그 이유는 지방선거의 구조적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지방선거에서는 투표 한 번에 매우 많은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시장 혹은 도지사, 시의원 혹은 도의원, 그리고 구의원 혹은 군의원, 교육감 등을 동시에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이른바 ‘줄투표’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줄투표’란 유권자가 자신이 선택한 광역단체장 후보 소속 정당의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후보자들에게 연이어 투표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투표 양태를 고려한다면 각 정당은 광역단체장 후보에 상당히 높은 인지도를 가진 인물을 공천해야 한다.

그런데 가장 인지도가 높은 인물은 현역 단체장이다. 따라서 오 시장이 불출마하거나 무소속 출마의 길을 선택한다면, 서울 구청장 선거나 시의원, 구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상당히 어려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일각에서는 오 시장 이외의 다른 인지도 높은 인물을 공천하면 된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정치권 관계자의 눈에는 인지도 높은 인물로 여겨지는 인사도, 일반 국민에게는 생소한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오세훈 시장 정도의 인지도를 가진 인물을 찾기란 쉽지 않다.

또한 오 시장이 중도적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국민의힘은 강성 보수가 주도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그나마 중도층에 소구력을 가진 정치인이 국민의힘을 떠나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불출마를 선택한다면, 국민의힘 이미지를 더욱 강성으로 굳히는 데 일조할 것임은 분명하다. 이런 상황을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제야 인식했는지는 몰라도, 오 시장이 최후 통첩을 한 이후 ‘한참’ 지난 시점에서야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겠다고 나섰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3월 1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하이서울기업지원 설명회 및 특강을 마친 뒤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지난 3월 9일 의원총회를 열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다. 국민의힘은 의총 이후 결의문을 발표했는데, “잘못된 12·3 내란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큰 혼란과 실망을 드린 데 대해서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한 마음으로 사과드린다”며 “윤석열의 정치적 복귀를 명분으로 하는 일체의 주장에 명백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이런 결의문을 발표한 것 자체를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쉬움은 분명히 있다. 정치는 타이밍인데, 너무 늦었다. 이미 선거 구도가 탄탄히 짜인 상황에서 뒤늦은 결의가 실질적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

이번 지방선거의 선거 구도는 ‘내란 세력 심판’ 구도다. 민주당은 아주 일찍부터 이런 구도로 선거를 치르려 했다. 여당으로서는 당연한 판단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미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한덕수 전 총리나 이상민 전 장관 역시 내란 주요 임무 종사자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상, 내란 세력을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도 이를 충분히 인지할 텐데,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보여준 모습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요구하는 측과의 절연’이었다.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이 오히려 민주당이 원하는 선거 구도 강화에 도움을 준 셈이 됐다. 국민의힘 내에서 가장 분명한 반윤 세력이었던 친한계를 이른바 ‘징계 정치’로 몰아내거나 무장 해제하려 했다는 점도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오죽하면 사법부도 배현진 의원에 대한 징계 처분의 효력을 중지한다는 결정을 내렸을까 생각하면, 현재 국민의힘의 상태와 이미지가 어느 정도로 열악한지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오죽하면’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사법부는 본래 정당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는 개입을 자제하는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김문수 후보 교체 시도 때나 이번 경우에는 사법부가 정당 기구의 판단이 ‘정확하지도’ ‘올바르지도’ 않다고 봤다. 결국 친윤 세력의 ‘징계 정치’는 사법부 시각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인데, 이는 곧 민주당의 ‘내란 세력 심판론’에 힘을 보태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

선거 구도가 이런 식으로 정착되면, 선거에서 야당의 가장 중요한 무기인 ‘바람(風)’도 일어나기 어렵다. 바람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여권 전반의 지지율이 야당 지지율보다 낮거나 비슷해야 하는데, 현재는 전혀 그렇지 않다. 지난 6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자체 정례 여론조사(3월 3일부터 5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여론조사를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65%로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46%, 국민의힘 지지율은 21%였다. 전체적인 지지율도 문제지만, 보수층에서 40%가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고,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 지역에서 49%가 이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점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야당의 무기인 바람이 일어나기 힘든 환경임을 의미한다.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말하는 것을 두고 뭐라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일단 형성된 정당과 정치인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에서 너무 늦게 절연을 선언했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또한 말로만 절연을 외칠 것이 아니라 윤 전 대통령을 제명하는 등의 가시적 조치도 따라야 하는데, 그에 관한 언급이 없다는 점도 아쉽다.

이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이 이런 주장을 하더라도 선거 구도가 변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국민의힘이 서울시장, 충남지사 공천 후보 신청을 추가로 받지만 오 시장이 갑자기 출마하겠다고 나설지는 미지수다. 현재 대구·경북과 서울 강남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 출마를 원하는 후보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 시사하는 점은, 이번 선거가 국민의힘에 매우 힘겹게 돌아갈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획기적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국민의힘의 열악한 상황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1호(2026.03.18~03.24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c) 매경AX.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