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호르무즈 군함 파견 요구, 거부해야 하는 이유
[박철 기자]
14일(현지시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한·중·일을 비롯한 5개국에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군함 파견을 사실상 요구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의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이 미국과 함께 군함을 파견해 해협을 안전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국제 항로의 안전을 위한 협력처럼 보이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매우 위험한 성격을 띠고 있다. 그것은 단순한 해상 경비 요청이 아니라 사실상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 행동에 동맹국들을 끌어들이려는 시도에 가깝다.
|
|
| ▲ 2023년 12월 10일 호르무즈 해협의 이란 해안과 케슘 섬의 항공 사진. |
| ⓒ 로이터/연합뉴스 |
특히 이번 사안은 이란과 미국 사이의 첨예한 군사적 갈등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다. 미국은 오랫동안 이란을 국제 질서를 위협하는 국가로 규정해 왔고, 경제 제재와 군사적 압박을 통해 이란을 고립시키려 해왔다. 그 과정에서 중동 지역은 끊임없는 긴장 속에 놓여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국가의 군함이 한꺼번에 호르무즈 해협에 집결한다면, 작은 충돌 하나가 대규모 군사 충돌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쟁은 언제나 사소한 사건에서 시작된다. 역사적으로도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높아진 지역에서는 작은 오해나 우발적 충돌이 전쟁의 불씨가 되곤 했다. 만약 여러 나라의 군함이 좁은 해협에서 서로 대치하게 된다면, 그 위험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군함 파견 요구는 단순한 외교적 협력 제안이 아니라, 세계를 또 하나의 전쟁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요구라고 할 수 있다.
2. 한국의 국익과 아무 관련 없는 분쟁
한국은 이 갈등의 당사자가 아니다. 한반도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군사적 긴장이 높은 지역 가운데 하나다. 우리는 여전히 분단 상태에 있으며, 군사적 대치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한국이 먼 중동 지역의 군사 충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전략적으로도 매우 부적절한 선택이다.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상징적 참여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군함이 배치되는 순간 한국은 그 지역의 군사적 긴장 구조 속으로 편입된다. 만약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다면 한국군 역시 그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부담을 넘어 실제 군사적 위험을 동반하는 결정이다.
한국의 외교와 안보 정책은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시아의 안정에 집중되어야 한다. 지금 한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안보 과제는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동의 군사 갈등에 깊이 개입하게 된다면 우리의 외교적 역량과 군사적 자원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우리의 핵심 안보 과제와도 충돌하는 선택이 된다.
또한 한국 사회 내부에서도 이러한 군사적 개입에 대한 합의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군함 파견은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이런 중요한 결정을 단순히 동맹국의 요청이라는 이유만으로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민주적 원칙에도 어긋난다. 국가의 군사 행동은 반드시 국민적 논의와 합의를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
|
|
|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 ⓒ 연합뉴스 |
이번 군함 파견 요구는 동맹의 본래 의미를 왜곡하는 측면이 있다. 미국은 자신이 설정한 군사 전략에 동맹국들을 참여시키려 하고 있다. 하지만 동맹국들은 각자 다른 역사적 경험과 안보 환경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안보 상황은 중동 국가들과도, 미국과도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전략에 자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논리는 동맹의 본질과도 맞지 않는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스타일을 고려하면 이러한 요구는 더욱 문제적이다. 그는 외교 정책을 종종 국내 정치의 도구로 활용해 왔다. 강경한 대외 정책을 통해 강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정치적 계산 속에서 군사적 긴장이 확대된다면, 그 피해는 동맹국들과 중동 지역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동맹은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신뢰는 일방적인 군사 동원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동맹이 진정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각 국가의 주권과 판단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한국이 미국의 요청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동맹의 의무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논리다. 오히려 동맹의 건강성을 위해서라도 서로 다른 의견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4. 군함이 아니라 외교가 필요하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군함이 아니라 외교다. 군사력의 증강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갈등을 더 깊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국제 사회는 이미 수많은 전쟁을 통해 이 사실을 배워왔다.
외교는 느리고 복잡한 과정이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유일한 방법이다. 국제 사회가 해야 할 일은 군사적 압박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 당사자들이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긴장을 낮추고 상호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국은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시작해 평화와 번영을 이루어낸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한 여러 국제 평화 활동에 참여하며 갈등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은 군사적 긴장을 확대하는 국가가 아니라 평화를 촉진하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
특히 한국 사회는 전쟁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한반도 전쟁은 수백만 명의 생명을 앗아갔고, 지금도 그 상처는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다. 이런 역사적 경험을 가진 나라가 또 다른 전쟁의 가능성을 확대하는 행동에 쉽게 동의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지금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군함을 보내 전쟁의 그림자를 확대할 것인가, 아니면 외교와 대화를 통해 평화를 지향할 것인가. 이 선택은 단순한 외교 정책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나라가 되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한국은 전쟁의 편에 서기보다 평화의 편에 서야 한다. 한국은 갈등을 확대하는 국가가 아니라 갈등을 완화하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군함 파견 요구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한국은 중동의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존재하는 나라가 아니다. 우리는 평화를 지키고 전쟁을 막기 위해 존재하는 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내라는 요구는 한국의 길이 아니다. 한국이 선택해야 할 길은 군사적 긴장이 아니라 평화를 향한 외교의 길이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민의힘 인재영입 조기 종료, 조정훈 의원 때문?
- 사람 말 알아듣는 인공지능, 드디어 인문학의 시대가 왔다
- 커피 향으로 살아온 40년, 바리스타 박이추의 인생 드립
- 30여 년 케이팝 고인물인데요, 이 사랑을 놓지 못하겠네요
- 찻잎 갉아먹은 벌레 때문에... 최고급 우롱차의 탄생 일화
- 무뚝뚝한 수족관 사장에게 기꺼이 영업 당한 이야기
- 이 대통령, 與초선 만찬서 "안정적 당정 협력으로 개혁과제 해결"
- '복귀' 이정현, 오세훈에 손짓... "이대로면 전멸" 커지는 당내 위기감
- 연기 베테랑 김태리의 눈물이 깨부순 나의 편견
- 유명 철학자의 초상화에 이런 뜻이... 알고 보면 더 흥미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