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입 담배 안전 검증 '구멍'…정부, 사실관계 파악 중
반기마다 저발화성 장치 시험
미인증 제품 면세점 매대 올라
위법 확인되면 경찰 수사 의뢰


일정 시간 피우지 않으면 담뱃불이 저절로 꺼지는 '화재 방지 성능'을 인증받지 않은 중국산 수입 담배들이 국내 면세시장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정부가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담배 사업 관리·감독 권한을 쥔 재정당국은 담배사업법 위반이나 밀수 행위가 포착되면 경찰에 정식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15일 인천일보 취재 결과, 중화와 황허루(황학루) 등 다수의 중국산 궐련형 담배 제품이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저발화성 담배 화재 방지 성능을 인증받지 않은 채 국내에 수입돼 판매 중이다.
소방청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기술원은 6개월마다 국내에서 제조·수입·판매되는 모든 담배에 대해 저발화성 장치 장착 시험과 완전 연소 비율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연소 테스트를 진행한 뒤 그 결과를 공공데이터포털에 게시하고 있다.
담뱃불은 가연성 물질에 닿으면 순식간에 화재로 번질 수 있어 흡연자가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일정 구간(담배 코팅 부분)에서 불씨가 저절로 꺼지도록 하는 저발화성 장치가 담배 종이에 부착된다.
그러나 공공데이터포털에 올라온 '2025년 하반기 저발화성(화재 안전) 담배 현황'에는 중화와 황허루뿐 아니라 태산·난징·허화·판다·귀연 등 국내 공항·항만 면세점에서 취급하는 주요 담배 제품이 없었다. 화재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중국산 담배들이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화와 판다는 2024년 상반기 화재 방지 성능을 인증받았지만 같은 해 하반기부터 해당 공시 목록에서 빠졌다. 황허루 수입판매업체는 2020년 상반기부터 무려 6년간 성능 검사를 이행하지 않았다. 나머지 4개 담배 제품도 최근 5년 이내 한 번도 검사를 받지 않았다.
실제 취재진은 중국산 담배 유통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을 방문했으며 화재 방지 성능을 인증받지 않은 해당 제품들이 현장에서 판매 중인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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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에 따르면 2021~2025년 국내 중국산 담배 수입량은 8368㎏이다. 중국산 담배 구매층은 대부분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여행객으로 알려져 있다.
소방 분야 전문가들은 화재 안전 미인증 담배가 시중에 판매될 경우 담뱃불로 인한 화재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담배 끝 온도는 약 600도에서 800도까지 올라갈 수 있으며 주변에 낙엽이나 종이 등 가연물이 있을 경우 착화 가능성이 있다"며 "자연 소화 기능이 없는 담배가 유통되면 화재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사안을 인지하고 사실관계 파악에 들어간 재정경제부는 담배사업법 위반이 확인되면 행정 처분은 물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재경부 관계자는 "정상적 수입판매업 등록 없이 이뤄져 온 담배 유통은 담배사업법 위반 소지가 있으며 밀수나 미신고 반입 문제도 함께 들여다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담배 수입 단계에서 관세청이 화재 방지 성능 검사 이행을 안내하고 재경부가 수입판매업체의 제출 자료를 확인하는 구조여야 하는데 그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한동안은 잘 돼왔던 것 같은데 최근 들어 미흡한 부분이 생긴 것 같아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박범준·변성원·박예진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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