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저가 아파트, 15억으로 키맞추기…거래 80%가 15억 이하
서울 부동산 시장이 1주택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중저가 아파트의 15억원 키 맞추기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최대치인 6억원을 받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어서 무주택자 수요가 집중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둘째 주 성북구와 중구 아파트값이 0.27% 오르며 전주(각각 0.19%·0.17%) 대비 오름폭을 키웠다. 서대문(0.17%→0.26%)·강서(0.23→0.25%)·은평(0.17%→0.22%)·동대문(0.20%→0.22%)·영등포(0.17%→0.19%)·구로(0.09%→0.17%)·관악(0.09%→0.15%)구 등 외곽지역 대부분이 마찬가지였다.
이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아파트값이 3주 연속 하락하는 등 고가 지역 흐름과는 대비되는 현상이다. 오는 5월 9일 시행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절세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호가가 지속 하락하고 있지만, 대출 규제와 가격 접근성 탓에 15억원을 기준으로 등락이 나뉜 것으로 풀이된다.
외곽 지역 15억원 이하 아파트는 최대 9억원 현금이 있으면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지만, 강남권의 25억원 초과 아파트(대출 최대 2억원)는 최소 23억원을 현금으로 쥐고 있어야 접근이 가능하다. 청년층 등 무주택자 입장에선 강남권 아파트는 두드려보지도 못하는 구조여서, 외곽 등 접근이 용이한 지역에 실수요가 집중되는 셈이다.

아파트 거래 역시 15억원 이하를 기준으로 재편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연초(1월 1일)부터 이날까지 거래된 서울 아파트 1만1039건 중 8933건(80.9%)이 15억원 이하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비중 68.2%(1만6176건 중 1만1041건)보다 크게 뛰었다. 고가 주택 수요를 누르자 중저가 구간으로 매수세가 옮겨졌다.
과거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활발했던 신고가 행렬 역시 이젠 외곽에서 펼쳐지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파트미에 따르면 지난달 신고가 거래가 가장 많았던 곳은 영등포구(161건)였다. 강서(121건)·강동(112건)·성북(102건)구 등에서도 손바뀜 거래가 많았다. 강남(61건)·용산(42건)구에서 신고가 거래가 뜸해진 것과 대조적인 풍경이다.

예컨대 성북구 보문파크뷰자이 59㎡(전용면적)는 지난 1일 12억6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직전 거래가인 10억5000만원(지난 1월 17일)보다 2억1500만원 높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신혼부부 등 젊은 층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활발하다”며 “서울에서 내 집 마련하는 게 더 어려워질 거란 공포 분위기가 매수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주택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는 한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며 “다주택자 압박으로 임대 비용까지 오르다 보니 그나마 접근할 수 있는 지역으로 매매 전환 수요가 몰리는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원한 한 전문가는 “50억원 강남 아파트가 45억원이 된들 서민층에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서민층 주거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부동산 정책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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