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양 협박범도 성폭행범도 "재판소원은 큰 힘, 4심 가겠다"

최서인, 조수빈 2026. 3. 1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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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1000만여 명을 보유한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을 협박한 혐의로 고발당한 유튜버 구제역(본명 이준희)이 2024년 7월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받았고, 같은 날 재판소원을 예고했다. 뉴스1

재판소원법이 시행되자 형이 확정된 범죄자들도 헌재 심판을 받겠다며 나서고 있다. 재판소원법은 “법원의 재판으로 기본권이 침해되는 경우가 없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여러 우려를 뚫고 도입됐지만, 오히려 가해자들이 인권을 주장하며 피해자를 또다시 법적 공방에 끌어들이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쯔양 공갈’ 구제역 ‘이재명 조폭설’ 장영하도 재판소원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재판소원법이 공포·시행된 후 이틀간 접수된 재판소원은 36건이다. 같은 기간 접수된 전체 헌법소원 사건(46건) 중 78%다. 지금 속도대로라면 한달에 500건이 넘는 재판소원이 들어오게 된다. 향후 재판소원 인용 사례가 나오면 건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김소연 변호사가 지난 12일 공개한 유튜버 구제역의 손편지. ″재판소원을 통해 억울함을 밝혀달라″고 써 있다. 사진 김 변호사 페이스북

이중 일부는 형사사건으로 유죄를 확정받은 피고인들이 제기했다.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을 협박해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징역 3년을 확정받은 유튜버 구제역(본명 이준희)은 재판소원 청구를 예고했다. 구제역의 법률대리인인 김소연 변호사는 지난 12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법원이 구제역의 사생활의 자유, 평등권, 피고인 방어권 등 헌법상 6개 조항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가 공개한 손편지에서 구제역은 “재판소원을 통해 억울함을 밝혀달라”며 “재판소원법 및 법왜곡죄 전문을 보내달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증거능력, 증거 판단 등에서 위헌적인 수사와 재판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사법 개혁 3법을 추진한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께 감사할 뿐”이라며 “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최종심'인 대법원의 판결을 헌법재판소에서 다툴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한 '사법개혁 3법'이 공표된 첫날인 12일 서울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관련 안내문이 비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조폭 연루설’을 주장해 유죄를 확정받은 장영하 국민의힘 성남시 수정구 당협위원장도 재판소원을 제기했다. 장 위원장은 이 대통령이 국제마피아파와 밀접한 인연을 맺고 있다고 주장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 12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장 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원에서 죄형법정주의 등 규정을 완전히 무시하고 판결해서 헌법과 형사사법의 근본을 무시했다”며 “이론적으로 하면 헌재에서 당연히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법원 선고 다음날 헌재에 대법원 확정판결이 위헌이라고 다투는 재판소원 청구서를 냈고, 16일에 추가로 가처분을 신청할 예정이다.


성범죄 피고인들도 "재판소원은 큰 힘"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2020년 3월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조주빈은 박사방 사건으로 3개의 재판에서 총 징역 47년 4개월을 확정받았다. 뉴스1
성범죄와 같은 강력 사건 피고인들도 마찬가지로 무죄를 주장할 새로운 수단이 생겼다. 성범죄 피고인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8일 “재판소원은 피고인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요즘 경찰, 검찰, 법원 다 여자 편이라서 피고인의 정당한 방어권 행사를 묵살한다”며 “명백하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 것”이라고 했다.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박사방’ 사건으로 총 3개 재판에서 징역 47년 4개월을 확정받은 조주빈은 ‘옥중 블로그’에 재판소원제에 찬성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조주빈은 “1·2·3심이 다 엉터리고 법원이 헌법·법을 어겼다면 어떨까”라며 “유기형 상한은 45년인데 법원이 법을 다 무시하고 막 47년 4개월을 선고해 버리거나”라며 자신의 사례를 들었다.

헌재에서 이같은 사건을 각하·기각한다 하더라도 피해자들로서는 그 전까지 법원 판결 후에도 분쟁에 끌려다녀야 한다는 불안이 있다. 지난해 헌재가 처리한 사건 3111건의 평균 처리기간은 168.4일(약 6개월)이며, 사전 심사에서 각하되지 않고 전원재판부 심리에 들어간 사건의 경우 평균 753.2일(약 2년 1개월)이 걸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어떤 피해자가 사건을 오래 하고 싶겠나. 소송의 과정은 지난하고 고통스러워서 피해자들일수록 재판 과정이 길어지는 걸 달가워하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법왜곡죄’를 포함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재판소원법와 함께 도입된 법왜곡죄는 또다른 피해자 공격 수단이 될 수 있다. 가해자들은 재판소원으로 ‘기본권 침해’를 다투면서 한편으로는 1·2·3심에 관여한 판사·검사 및 사법경찰관들을 법왜곡죄로 고소하는 게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법왜곡죄’ 수사로 인해 처음부터 다시 수사 절차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수년간 괴롭혀 세 차례 실형을 선고받은 50대 스토커는 최근 재판에서 “이 사건은 틀림없이 법왜곡죄”라며 재판부를 압박했다고 한다.

만일 헌재가 형사 사건에서 재판취소를 결정하면 당사자로서는 판사·검사를 줄줄이 고소할 근거가 생긴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한 해에 400건을 처리한다고 하면, 그중에 10%는 까다로운 피고인들이 있다. 상급심에 압박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라도 하급심 판사를 고발할 것”며 “헌재에서 재판소원이 받아들여질 경우 당연히 보복성으로 고발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최서인·조수빈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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