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직후 이틀 만에 동계체전 4관왕… “힘들 때마다 기도로 마음 다잡아”
경기 전 기도·성경 묵상으로 마음 다잡는 ‘신앙 루틴’
목회자 조부모 영향… 어린 시절부터 가정예배

“제가 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발걸음이길 기도합니다.”
한국 여자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김소희(30) 선수는 경기 전 슬로프에 오르기 전마다 이렇게 기도한다. 그 믿음 속에서 올 시즌 국내외 무대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았다. 13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선수는 “경기 전후로 늘 기도하며 마음을 다잡는다”며 “신앙이 선수 생활을 버티게 하는 힘”이라고 말했다.
김 선수는 이날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체육상 시상식에서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수상했다. 그는 지난달 강원특별자치도 일원에서 열린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서 슈퍼대회전, 대회전, 복합, 회전 등 4개 종목을 모두 석권하며 4관왕을 차지했다.
김 선수는 “동계체전은 올림픽을 마치고 불과 이틀 뒤 출전한 대회라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며 “그럴 때일수록 하나님을 더 찾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힘들 때마다 ‘하나님은 이길 수 있는 고난만 주신다’는 말을 되뇌며 마음을 다잡았다”며 “그 덕분에 집중력이 올라가 좋은 성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 선수는 최근 이탈리아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대회전에 출전해 완주에 성공했다. 목표였던 20위권 기록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 경험을 신앙적으로 돌아봤다고 했다. 김 선수는 “처음에는 결과가 아쉬워 며칠 동안 마음이 무거웠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자만하지 말라는 하나님의 교훈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올림픽 이후에도 강행군이 이어졌었다. 그는 동계체전을 마친 다음 날 곧바로 일본 나가노현 하쿠바에서 열린 극동컵 대회에 출전해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2023년과 2024년에 이어 세 번째 정상이다.
그의 경기 준비 루틴에는 늘 기도와 말씀이 있다. 경기 전날 밤 성경을 읽고 경기장으로 향할 때는 ‘야훼 닛시’(승리하시는 하나님)를 세 번 외치며 마음을 다잡는다. 또 성경 잠언이 31장인 점에 맞춰 날짜에 따라 매일 한 장씩 읽는 습관도 이어가고 있다.

김 선수의 신앙은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목회자인 외조부모의 영향이 컸다. 외할머니인 장진선 목사는 올림픽순복음교회를 섬기고 있으며 외할아버지인 홍바울 목사는 강릉입암동순복음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조부모와 함께 지내며 매일 밤 가정예배를 드렸고 지금도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말씀 묵상과 기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현재 합숙 훈련을 하는 평창선수촌에서 외할머니가 섬기는 교회와 가까워 주일마다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며 “해외 전지훈련이나 대회 기간에는 조부모님이 보내준 설교문을 보며 혼자 예배를 드린다”고 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할머니가 늘 ‘겸손해야 하고 하나님 말씀을 붙잡아야 한다’고 가르쳐주셨다”며 “‘신앙에 소홀해질수록 하나님과의 관계도 멀어진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반항심으로 신앙에서 잠시 멀어졌던 시기도 있었지만 그럴 때일수록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압박과 불안이 더 커졌다”며 “결국 하나님을 붙잡는 것이 맞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스키와의 인연 역시 할머니 덕분이었다. 김 선수는 “네 살 때부터 할머니와 강원도 산에서 함께 탔던 스키가 재밌어서 초등학교 1학년 때 선수로 등록했고, 초등학교 5학년 때는 스키를 위해 강원도로 전학까지 갔다”고 말했다. 올해 각각 만74세와 만78세인 김 선수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지금도 수준급 실력으로 스키를 즐긴다. 이들은 젊은 시절부터 취미로 스키를 즐겨온 ‘스키 애호가’이기도 하다.
선수촌에서 신앙을 지키는 일도 쉽지만은 않았다. 그는 “알파인스키에는 믿는 선수가 많지 않다”며 “선수들이 장난처럼 ‘김순복음’이라고 별명을 부르거나 ‘예수가 있긴 하냐’고 놀릴 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외로울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크게 개의치 않았다”며 “주일마다 교회를 찾아가고 개인 묵상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 일정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김 선수는 최근 강원도에서 열린 평창컵 국제대회에서도 3관왕을 차지하며 시즌을 마쳤다. 그는 “내년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2029년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크리스천 청년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했다.
“누구나 힘든 순간이 옵니다. 그럴 때 저는 늘 ‘하나님은 감당할 수 있는 시험만 주신다’는 고린도전서 10장 13절 말씀을 떠올립니다. 지금은 크게 보이는 고난도 지나고 나면 별것 아닐 때가 많아요. 하나님이 주신 고난을 믿음으로 견디며 지나가면 결국 더 단단해지는 것 같습니다.”
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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