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바다이야기 트라우마 벗는다…게임산업법 전면개정안 쟁점 살펴보니
디지털게임에 경품 허용 시 P2E 규제 관건
게임진흥원 신설해 규제·진흥 한곳에서
웹보드게임 등급분류도 민간에…부처 신중

기존 규제 중심이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을 진흥 위주로 전면 개편한 게임산업법 전면개정안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현행 법률은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아케이드 게임 규제에 초점을 맞춰 제정된 것으로, 급변하는 글로벌 게임 환경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면개정안은 법 제명부터 내용까지 전부 개편하는 입법 시도인 만큼, 세부 항목을 두고 부처간 이견이 존재해 입법까지 이어지는 데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게임정책학회는 지난 13일 광화문 CKL스테이지에서 '게임산업법 전면개정안 관련 쟁점 세미나'를 열고, 전면개정안에 포함된 안건 중 업계 파급력이 크거나 부처간 이견이 존재하는 세부 사항들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웹보드게임도 경품 허용? 사행성 우려는…P2E 게임 둔 새 해석 필요
전면개정안은 아케이드 게임(특정장소형게임)과 온라인게임(디지털게임)의 분리를 통한 규율체계의 이원화를 채택하고 있다.
이 경우 화투나 포커 등 웹보드게임을 특정장소형게임과 디지털게임 중 어디에 속하는 것으로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요구된다. 이는 게임산업법 전면개정안의 경품 관련 이슈로 연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게임산업법 개정안은 현행법상의 '경품 금지 조항'을 삭제하고, 아케이드게임에 대해서만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웹보드게임은 기술적으로나 서비스적인 관점에서 디지털게임 유형에 해당하며, 원안대로 가결 시 결과적으로 웹보드게임에 대해 적용되는 경품 규제가 폐지되게 된다.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웹보드게임에 대해서 적용되는 경품 규제나 현행 게임법시행령상 규제 폐지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게임산업법 전면개정안의 기본 체계가 디지털게임에 대한 규제 완화인데, 이 경우 고포류 게임에 적용되는 등급 분류나 경품 규제도 완화되는 것인지, 이것이 적절한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게임에 대한 경품 제공 금지 조항이 폐지될 경우, P2E(Play to Earn) 게임을 허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간 게임물관리위원회가 P2E 게임의 등급분류 자체를 거부하는 결정적인 근거가 경품 제공 금지 조항인데, 이를 폐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원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는 "국내 게임사들은 A라는 게임에서 코인을 얻어 B에서 쓸 수 있는 코인 기반 생태계를 만들려고 했고, 이것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규제를 심하게 받았고 그간의 소송에서 이기지 못했다"며 "법원은 경품 규제를 엄격하게 보고 있는데,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그런 부분에서 큰 변화가 오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황정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디지털게임에 한해 기존 경품금지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의 게임법 전면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규제 근거가 사실상 없어지는 것이라 무제한 허용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혼란이 예상된다"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사행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가미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진흥·규제 포괄하는 '게임진흥원' 신설…조직 목표 상충 우려 해소해야
또 다른 핵심 쟁점은 게임진흥원의 신설이다. 전면개정안은 게임진흥원 설립을 통한 게임 행정 거버넌스 개편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담당하는 게임 분야를 떼서 별도의 독립 법인을 만들고, 현재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관리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해 게임진흥원 산하로 편입하는 것이다. 게임진흥원이 '진흥' 업무를 맡는다면, 게임관리위원회는 아케이드게임 규제를 주된 업무로 한다.
현행법상 게임산업 관련 기획·제작 지원, 연구개발사업 기획·관리, 해외진출 지원 등의 업무는 한국콘텐츠진흥원 내 게임기술본부가 담당하고 있고, 게임물 등급분류와 사후관리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수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진흥과 규제를 동일 기관에서 수행할 경우 조직목표의 상충과 업무 혼란이 예상된다며, 규제 기능은 공정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해 합의제 기구인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수행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더해 게임은 웹툰이나 애니메이션 등 다른 콘텐츠와 융합이 활발해 콘텐츠진흥원의 통합적 지원 체계 안에서 진흥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황 교수는 "규제와 진흥을 하나의 기구에서 담당하면 이른바 규제 포획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인데, 이는 이론적인 것이고 업무를 어떻게 갈음할지 등 실용적인 사항을 조율하는 것이 중요해보인다"며 "규제와 진흥을 한 기구에서 맡는 유사입법례는 출판 분야에 존재한다"고 했다.
게임물 등급분류 민간 이양, 게임 이용자 직접 처벌…문체부 '신중'
이와 함께 전면개정안은 그간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맡던 등급분류체계를 디지털게임과 특정장소형게임으로 이원화하고, 디지털게임은 민간에 이양하도록 한다.
디지털게임 중 웹보드게임처럼 사행성을 모사할 수 있는 게임은 기존대로 공공이 맡을지, 민간에 이양할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다. 문체부는 디지털게임의 등급분류를 민간에게 이양할 경우 사행성 모사게임에 대한 관리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업계에서는 웹보드게임은 예외없이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을 것으로, 공공이든 민간이든 논의의 실익이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게임 이용자를 직접 처벌하는 규정도 특징적이다. 소위 '핵(해킹) 프로그램' 등 불법프로그램을 게임에 상습적으로 사용해 다른 이용자의 게임 이용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에 포함했다.
이에 대해서도 문체부는 불법프로그램 이용자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은 미성년 게임이용자에게 법 위반 경력을 남길 가능성이 높으므로, 직접 제재보다는 예방교육 강화가 바람직하다며 신중론을 취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핵 프로그램 배포 이용자 처벌의 전제는 게임 이용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 행위로, 이는 사실 업무 방해에 해당하는 행위"라며 "과잉입법 비판이 있을 수 있으나 이를 염두에 두고 상습적, 심각한 지장 등의 용어를 추가해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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