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다 이겼다”던 트럼프, 난데 없는 호르무즈 ‘청구서’

임성수 2026. 3. 1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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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국제공항에서 대통령전용기에서 내린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한국 등을 포함한 5개국에 돌연 호르무즈 해협 작전 동참을 요구한 건 평소 안보 비용 분담 원칙을 강조해온 ‘거래 개념 안보관’과 일맥상통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피해가 가장 큰 국가들이 나서서 봉쇄를 풀라는 것으로 ‘이해 관계국’들의 책임론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그동안 국방비 등 금전적 부담으로 동맹을 압박하던 트럼프가 실제 전력을 요구한 것은 이란 전쟁의 장기화도 계산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올린 게시물에서 한국 일본 프랑스 영국 등 동맹 4개국과 중국의 군함 지원을 요청하며 “호르무즈 해협 폐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국가”라고 했다. 다른 글에서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를 받는 세계의 국가들”이라고 적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가장 타격을 받은 국가들이 해협 관리에 동참하라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며 자유로운 상태”로 만들겠다면서 그 혜택의 수혜자가 될 수 있는 국가의 비용 분담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가 ‘팀’을 언급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는 “미국은 또한 모든 일이 빠르고 원활하며 잘 진행되도록 그 국가들과 협력해 조정할 것”이라며 “이것은 항상 팀의 노력이어야 했으며, 이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견 군함의 규모 등 구체적인 요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호르무즈 해협 개방 작전은 미국 단독이 아닌 ‘팀’으로 진행돼야 하며 한국 등이 힘을 보태야 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셈이다.

호르무즈 해협 작전은 좁은 수로에서 이란의 드론과 기뢰, 미사일 공격의 표적으로 노출돼 미군의 피해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우리는 이미 이란의 군사 능력을 100% 파괴했다”면서도 “그들이 아무리 심하게 패배했더라도 이 수로(호르무즈 해협)의 어딘가에 드론 한 두기를 보내거나, 기뢰를 떨어뜨리거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적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 작전의 위험을 인정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미국은 현재 군함을 폭이 가장 좁은 곳 기준 21마일(약 34㎞)에 불과한 이 좁은 해협 안으로 보내는 것을 보류하고 있다”며 “미 해군 장교들은 이란의 드론과 대함 미사일이 이 지역을 미 해군 장병들에게 ‘킬 박스(kill box·집중 공격 구역)’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다른 국가들의 지원을 요구한 것은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지난 11일까지만 해도 “우리가 이겼다. (전쟁) 시작 1시간 만에 끝났다”며 조기 종전을 강하게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결사 항전에 나서자 다른 국가들에 공동 작전을 제안한 것이다. 전쟁 장기화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다른 국가들을 끌어들여 ‘전쟁 리스크 분담’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이란 전쟁 이후 미군이 13명이나 희생되는 등 미국 내에서 전쟁 반대 여론이 높다.

특히 트럼프가 “미국은 해안선을 폭격하겠다”거나 “석유를 받는 국가들이 통로(호르무즈 해협)를 관리하고 우리는 그것을 돕겠다”고 말한 대목은 상선 호위 등 위험한 임무는 다른 나라에 맡기고 미국은 리스크가 덜 한 공습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트럼프가 군함 파견을 요청한 국가 중 중국을 제외한 한국 일본 영국 프랑스는 미국의 동맹국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동안 국가안보전략(NSS)와 국가방위전략(NDS) 등에서 동맹의 역할 분담을 요구해온 만큼 호르무즈 해협 ‘팀’ 구성을 거절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의 경우 트럼프 1기 당시인 2020년 미국과 이란이 고조됐을 당시, 아덴만에 파병된 청해부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작전 영역을 넓혀 한국 선박을 독자적으로 호위한 전례가 있다. 다만 당시 문재인 정부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공동방위를 위해 주도하고 있던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참여하는 대신 독자 작전을 통해 이란을 자극하는 것을 피했다. 이번에는 위험이 더 크다. 미국과 이란이 실제로 전쟁이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군함을 파견할 경우 이란의 표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트럼프는 군함 파견 국가를 열거하며 중국을 가장 먼저 언급한 것도 주목된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주요 구매국이자 미국의 경쟁국이다. 이달 말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압박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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