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명창이 많아져야 국악이 산다" 해금 연주자의 공개 고백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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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이 끝난후 단체 사진 지난 14일 광주 전통문화관에서 박선호 산조 해금 독주회가 열렸다. 사진은 공연이 끝난 후 관객과 함께 찍었다. |
| ⓒ 김성훈 |
필자는 공연의 사회를 맡았는데, 이날 가장 눈에 띈 것은 무대 위에 흔한 마이크나 스피커 등 음향 장비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본래 사랑방이나 마당에서 관객과 가까이 호흡하며 연주하던 옛 국악의 모습을 복원하고자 한 박선호 연주자의 의도적인 기획이었다.
기계적인 증폭 없이 해금 통의 울림과 명주실의 마찰음이 서석당의 공기를 타고 관객의 귀에 직접 가 닿았다. 인위적인 가공을 걷어낸 '생음'은 관객들로 하여금 연주자의 미세한 숨소리와 손가락이 줄 위를 훑는 소리까지도 오롯이 느끼게 했다.
전통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 지영희에서 김영재까지
박선호 연주자는 이날 공연을 통해 우리 국악사의 굵직한 줄기들을 하나씩 짚어냈다. 첫 무대를 장식한 지영희류 해금 산조는 현대 국악의 기틀을 세운 선구자 지영희 명인의 결정체다. 평택 세습무 집안 출신으로 경기 시나위의 화사하고 경쾌한 가락을 해금에 이식한 이 곡은, 남도 음악의 깊고 슬픈 계면조와는 또 다른 '경드름(경기 지역 특유의 맑고 명랑한 가락)'의 미학을 보여주었다. 특히 다른 유파에서 보기 힘든 '굿거리' 악장이 연주될 때, 객석에서는 마이크 없이도 충분히 빛나는 해금의 생동감에 찬사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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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명창이 많아야 국악이 삽니다. 국악 연주도 중요하지만 귀명창이 많아질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되어야 한다고 박선호 해금 연주자는 말했다. |
| ⓒ 김성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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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용석 구성 산조합주 기악독주곡인 서용석 구성 산조합주 장면, 왼쪽부터, 성수봉(대금), 박지용(아쟁), 박선호(해금), 이진(가야금), 박준호(소리북) |
| ⓒ 김성훈 |
공연의 대미는 서용석 구성의 산조합주가 장식했다. 1980년대 서용석, 박종선 명인이 고독한 길이었던 산조들을 하나로 묶어 만든 이 곡은, 박선호(해금)를 필두로 성수봉(대금), 이진(가야금), 박지용(아쟁), 그리고 박준호(소리북)가 모여 거대한 소리의 강물을 이루었다.
음악학에서 말하는 '헤테로포니(Heterophony)', 즉 같은 줄기를 공유하되 각자의 기법으로 다르게 노래하는 이 합주는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조화의 극치였다. 가야금의 명쾌함 뒤를 아쟁의 애잔함이 받치고, 대금의 맑은 소리가 해금의 서정성을 부축하며 나아가는 모습은 이번 공연의 주제인 '더하기'의 진짜 얼굴이었다.
박선호 연주자는, "오늘 서석당에서 들은 이 조화로운 소리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여러분의 마음 구석을 다정하게 지펴주길 바란다"며 공연 소감을 밝혔다. 80여 명의 '귀명창'들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큰 박수로 화답하며, 정직한 예인이 빚어낸 오후의 봄 소리를 마음속에 담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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