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상담실에서도 가정을 지킬 때 감사했습니다”

이혼 전문 변호사로 가정의 갈등을 마주해 온 양소영(55) 법무법인 숭인 대표변호사는 “돌이켜보면 감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전문직으로 일하며 세 아이 모두를 서울대에 보내고 방송 활동까지 이어온 그의 삶 중심에는 감사가 있다. 13일 서울 강남구 칸나희망서포터즈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감사 챌린지’의 6번째 주자인 그는 상담실에서 수많은 가정의 갈등과 아픔을 마주하지만 그 속에서 감사의 이유를 찾는다.
그렇기에 양 변호사는 때로 이혼을 서두르기보다는 “상대에게 감사했던 순간을 떠올려 보라”고 제안한다. 이런 조언을 들은 의뢰인들은 “변호사님의 말을 들으니 위로가 됐다”거나 “저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배우자와 잘 이야기해보겠다”며 돌아간다.
양 변호사는 “수입만 생각한다면 나 역시 한 건의 소송이라도 더 맡는 것이 좋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내 한마디가 한 가정을 해체할 수도 다시 결합할 수도 있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기에 한 가정을 지켰을 때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요즘 제 감사의 원천은 마음으로 낳은 넷째 칸나입니다.”
세 남매를 모두 대학까지 보낸 요즘 양 변호사의 시선은 한부모 가정 아이들에게 향해 있다. 그가 말한 ‘칸나’는 그가 2019년부터 시작한 ‘칸나희망서포터즈’의 아이들이다.
양 변호사가 이 이름을 사용한 데에는 묵상 중 접한 한 이야기가 계기가 됐다. 영국 케임브리지 지역에서 한 가난한 굴뚝 청소부가 매일 일을 마친 뒤 붉은 생강과 식물인 칸나 꽃씨를 사 거리 곳곳에 뿌렸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였다. 시간이 흐르자 그가 뿌린 씨앗은 도시에 꽃밭을 이루며 마을의 희망을 전했다는 내용이다.
양 변호사는 “부자가 될 때까지 사랑의 실천을 미루기보다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마음먹었다”며 “그날 이후 매달 월급의 일부를 떼어 지원 기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칸나희망서포터즈는 이러한 가정을 대상으로 6개월 동안 매달 50만원을 지원한다. 소송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지친 이들에 정서적 돌봄도 제공한다. 지난해에는 한부모 가정 20가정과 함께 제주도 캠프를 떠났다. 준비 과정에 적지 않은 부담이 있었지만 숙박시설 제공과 무료 강연, 체험 프로그램 지원 등 예상치 못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양 변호사는 “칸나희망서포터즈를 하면서 오병이어의 기적을 자주 마주한다”며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기도할 때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채워지는 것을 보며 하나님께 감사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딸 아이의 한 마디로 하나님이 지금껏 나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계속 부르셨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그때부터 믿음에 결단을 하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겠다 서원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매일 묵상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삶 속에서 받은 은혜를 돌아보며 감사하는 시간을 갖는다. 지금은 마음이 어려워 상담을 받으러 온 의뢰인들에게 “교회에 나가보는 건 어떠세요. 무언가 붙잡을 수 있다는 건 인생을 버티는 데 큰 도움이 돼요”라며 권하기도 한다.

이혼전문 변호사인 양 변호사는 이화여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4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가 법률구조공단에서 변호사로서의 첫 업무를 시작하던 2000년대 초반 법조계에는 여성 변호사가 흔하지 않던 시기였다. 더욱이 당시에는 판·검사를 지낸 뒤 변호사로 전관하는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양 변호사는 “판·검사를 거치지 않은 비전관 변호사였고 30대 아이가 있는 여성이었던 내게 부당한 대우가 당연하게 행해졌다”고 말했다.
전문직 여성, 세 아이의 엄마로 지내면서 가족의 어려움까지 짊어질 때도 있었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것도 어려워 양 변호사의 세 아이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엄마 손에 못 크는 불쌍한 아이들”이라는 시선을 받기도 했다. 어려웠던 순간에도 그가 감사함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붙잡았던 이사야 41장 10절 말씀 덕분이다.
양 변호사는 “한 달을 편하게 살아본 적이 없을 만큼 숨 가쁜 삶을 살아왔지만 그때마다 주님이 내게 힘주신다고 믿었다”며 “이 시간을 통해 우리 아이들은 독립심 강하게 자랐고 저는 자녀를 믿어주는 엄마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웃었다.
글·사진=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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