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서 전공학과 무더기 폐지 '충격'…첫 출근도 못하는 초짜, 신의 직장서 쫓겨나는 베테랑[시사쇼]
中 전역서 1400여개 전공 폐지
무인공장 시스템, '블랙 팩토리' 급증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중국 교육부 직속 미디어 전문 대학인 촨메이대학이 학부 전공 16개를 일괄 폐지했다고 밝혀 중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따른 일자리 잠식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교육현장에도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中 교육부, AI 대체 가능 학과 구조조정…"로봇과 분업하는 시대"촨메이대학은 중국 방송계 인사 대부분을 배출한 명문으로, 주요 방송사의 유명 MC·아나운서 상당수가 이 학교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학교의 정책 관리자인 랴오샹중 당서기는 최근 인터뷰에서 "AI로 대체되는 학과들은 과감히 없앴다"며 "앞으로는 로봇과 인간이 분업해야 하기 때문에 교육 개혁의 목전에 와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며 취업난에 시달리는 중국 청년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폐지된 전공은 주로 촬영, 더빙, 자막 편집, 번역 등 미디어 제작 분야에 집중돼 있다. AI 초창기만 해도 오류가 잦아 사람의 수정 작업이 필요했지만, 현재는 정확도가 사람을 크게 앞지르면서 수정 작업을 할 인력조차 필요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전공 폐지는 해당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 교육부와 관계 부처는 이미 2023년부터 'AI로 대체 가능하거나 신기술 경영 방식에서 도태되는 전공은 모두 없애야한다는 지침을 전국 대학에 하달했다. 그 결과 2024년부터 중국 전역의 대학에서 1428개 전공이 폐지됐고, 신규 학생 모집을 중단한 학과도 2220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AI 기술 발전에 발맞춰 새로 개설된 전공은 1839개에 불과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앞으로는 명문대 졸업장을 손에 쥐어도 직업을 갖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중국 학생들 사이에서 급격히 퍼지고 있는 것이다.
美 빅테크 기업도 프로그래머 12만명 해고… 월가 애널리스트 대거 실직
AI의 일자리 위협은 중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프로그래머 12만명을 해고했고, 신규 채용도 25% 이상 감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 직원들이 주로 담당하던 자료 수집·편집·코딩 등의 업무를 AI가 대신하면서, 기업들이 더 이상 초급 인력을 고용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때 의사·변호사에 버금가는 유망 직종으로 꼽히며 스카우트 전쟁까지 벌어졌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직군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전문 영역 이외의 후선 업무 인력은 대부분 해고되고 있으며, 새로 졸업한 대학생들은 커리어를 쌓을 첫 직장 자체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금융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월가에서 고소득 직종의 상징이었던 투자분석가(애널리스트) 다수가 사라지고 있다. AI가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 리포트 작성, 기초 데이터 처리까지 맡으면서 신규 채용이 급감했다. 산업용 로봇이 주로 블루칼라 직종을 위협했다면, 현재의 AI는 화이트칼라 고학력 직종까지 가리지 않고 잠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조업 현장의 변화는 더욱 급격하다. 현대차의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 테슬라의 '옵티머스', 미국 피규어AI(Figure AI)의 '피규어' 등 사람과 동일한 신체 구조를 가진 로봇들이 속속 시제품 단계를 넘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이런 로봇들은 기존 설비 개조 없이 사람이 일하던 작업장에 그대로 투입할 수 있다는 게 핵심 장점이자, 일자리 위협의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일부 공장에서는 이미 직원이 단 한 명도 없이 운영되는 시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내부에 사람이 없으니 조명을 켤 필요도 없어 완전히 어둠 속에서 기계들만 가동되기 때문에 '블랙 팩토리(Black Factory)'라는 이름이 붙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공장이 보편화되면 제조업 일자리부터 급격히 줄어들면서 실업 문제가 사회 갈등의 핵심 이슈로 부상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5~10년 뒤 'AGI 시대'… '기술 봉건제' 출현 경고도
전문가들은 현재의 충격이 서막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지금의 AI는 특정 분야의 기초 업무를 보조하는 도구 수준이어서 충격이 제한적이지만, 5~10년 내 등장이 예상되는 범용 인공지능(AGI)이 개발될 경우 양상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AGI는 스스로 학습하고 지식을 활용하며 다양한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인공지능으로, 특정 분야가 아닌 거의 모든 직종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여기에 인간형 로봇 기술이 결합될 경우 사람이 하는 일의 대부분을 로봇이 대신하는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학계에서는 '테크노 퓨덜리즘(Techno-Feudalism)', 즉 기술 봉건제라는 용어가 주목받고 있다. 로봇이 경제 활동의 핵심 주체가 되고, 인간은 기업이나 국가로부터 기본소득을 받으며 생활하는 구조로, 마치 고대 로마 시민들이 검투사 경기를 즐기며 생활했던 것과 유사한 사회가 펼쳐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기본소득 제도 도입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미래상에 대한 우려도 크다. 자라나는 세대의 교육과 진로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민주주의 사회 구조 자체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20대 청년 70만 명 이상이 취업을 포기한 '쉬었음' 상태라는 통계가 나오고 있어, AI발 고용 충격이 이미 현실로 다가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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