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퀴 돌면 딱 5㎞ 'MZ 러닝 성지' 가보니 깜짝…적금처럼 키워낸 '운동 내공'[日요일日문화]

전진영 2026. 3. 15.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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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부터 동아리 활동으로 체육 접해
역사 오래된 동아리는 엘리트 선수 배출
문부성 산하 스포츠청이 관리
지역 격차 해소에도 '진심'

운동 좋아하는 분들이 도쿄에 오시면 가는 명소가 있습니다. 바로 도쿄역 근처 일본 왕궁 '고쿄(皇居)'인데요. 한 바퀴를 돌면 딱 5km가 나오고, 풍경이 예뻐 '러닝 성지'로 불립니다. 저도 주말에 한 번 뛰어봤는데요. 합류 지점에서 러닝 복에 러닝 벨트를 찬 할머니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조깅, 아니 경보에 가까운 느린 속도지만 정말 멈추지 않고 본인만의 스피드로 달리고 계셨습니다. 그 이후로도 정말 많은 시니어 러너들을 지나치고, 그들이 저를 지나치기도 했습니다. 헬스장에는 사람이 없는데, 오히려 풋살장이나 실내 클라이밍 시설 등에는 어르신, 아이와 온 어머니, 학교를 마치고 온 학생들이 함께 운동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러닝 성지'로 불리는 도쿄 지요다구 일본 왕궁 인근. 사람들이 달리기 위해 몸을 풀고 있다. 전진영 기자.

우리나라에서 일본을 '생활체육 강국'으로 부르는데요. 오타니 쇼헤이 선수 등 다양한 정상급 선수를 키워낸 것도 이런 시스템이 잘 갖춰진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죠. 오늘은 일본의 생활체육 문화에 대해 소개해드립니다.

학창 시절부터 스포츠 접하도록…엘리트 선수도 배출하는 동아리 문화

일본에서는 생활 체육이라는 말 대신 '평생 스포츠'라는 말을 더 많이 씁니다. 생애주기 동안 운동은 필수라는 것인데요.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들어가서 활동할 동아리를 고릅니다. 일본에서는 '부카츠(部活·부활동)'으로 부르는데요. 야구, 테니스, 축구, 농구 등 다양한 운동부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사사카와스포츠재단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수많은 동아리 중 운동부에 들어간 비율은 중학생 기준 남학생이 64.1%, 여학생은 49.8%라고 합니다. 고등학생으로 넘어가면 남학생은 52.1%, 여학생은 33.5%로 줄어듭니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는 매우 많은 스포츠를 접할 수 있는데요. 부원이 많은 운동부를 살펴보면 중학생의 경우 소프트 테니스가 1위(16.7%), 농구가 2위(15.9%)를 기록했습니다. 다음으로는 탁구(13.5%), 배구(12.7%), 육상(10.4%), 축구(8.4%), 야구(6.8%) 순이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면 농구부를 선택하는 비율(16.2%)이 가장 높고, 축구(11.2%), 배드민턴(11.2%), 배구(7.8%), 야구(7.8%), 육상(7.3%)이 뒤따랐습니다. 배구와 야구가 동률이네요.

운동부는 아침 수업 전인 오전 7시 정도에 정규연습을 갖고, 일주일에 세 번 정도, 방과 후에 2~3시간 따로 연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학 때 전지 훈련을 다 같이 떠나는 일도 있죠. 심지어 교사들도 꽤 여기에 진심입니다. 야구선수를 꿈꿨던 선생님이 야구부 담당을 맡는 일도 많고요.

일본 도쿄 오타구 가마타역 옥상 풋살장에서 사람들이 풋살을 즐기고 있는 모습. 전진영 기자.

동아리 역사가 오래되면 엘리트 선수를 배출하는 명문이 되기도 합니다. 오사카 세이후 중·고등학교 체조부는 15명의 올림픽 국가대표를 배출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선후배가 서로 이끌어주는 시스템이 해를 거치며 만들어진 것이죠. 또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들은 대부분 군마현에서 빙상부로 활동했던 사람들이 많습니다. 군마현이 1949년부터 빙상장을 가지고 있어 현 내 학교 대부분이 오랫동안 빙상부를 운영한 덕분이라고 합니다.

일본 야구부는 '고시엔'으로 부르는 여름 고교야구 전국대회, 가을에 열리는 메이지 진구 야구대회 등을 목표로 연습합니다. 대회에서는 실제로 발군의 선수들이 나오기도 하죠.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또다시 화제가 됐던 오타니 선수도 고시엔에서 아마추어 야구 사상 처음으로 160km/h 강속구를 던지며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운동부터 지역 스포츠까지…모두 관리하는 스포츠청

학교의 재량으로만 생활체육 문화를 정착시키기는 어렵죠. 이런 스포츠와 관련한 모든 것을 관장하는 정부 기관이 있습니다. 문부과학성 산하에 있는 스포츠청인데요. 2015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만들어졌습니다.

이곳의 가장 큰 목표는 '평생 스포츠 사회 만들기'입니다. 성인이 주 1회 이상 운동하는 비율을 65% 정도로, 주 3회 이상을 3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학교 운동부 활동까지 관리한다는 것인데요. 스포츠청은 2018년부터 '운동부 활동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학생들의 스포츠 활동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평일 운동은 2시간, 휴식일은 주 2일 이상 갖도록 하라는 권고안인데요. 지나친 훈련이 아이들의 부상이나 번아웃이라는 부작용으로 돌아온다는 연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합니다.

온라인 홍보 중인 나고야시 도호고등학교 럭비부. 부카츠나비.

또 지방소멸이 문제인 일본에서 지역 간 스포츠 격차를 줄이는 시도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야구, 축구 등 팀 스포츠 동아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해요. 이 때문에 스포츠청에서는 지방 학교 운동부 활동을 지역 스포츠 활동으로 단계적으로 이전하고 있습니다. 가령 오사카부 이바라키시에서는 근처 대학교 배드민턴부 학생들이 중학생을 대상으로 지도에 나서고 있죠. 지방이라도 스포츠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물론 일본에서도 마냥 이런 동아리 활동의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구수가 줄고 점차 운동을 즐기는 학생들도 줄어들고 있고, 운동부 감독이나 교사의 체벌이 논란이 돼 뉴스에도 종종 나오기도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위해 마련된 시스템은 참고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근력은 적금처럼 키워야 한다' 등의 말은 참 많은데, 학창 시절 제대로 운동을 즐긴 적은 없었던 것 같아서요. 학원, 시험, 취업 등의 이유로 미루다 보니 돈을 벌고 시험공부를 하지 않는 나이가 돼서야 비로소 제대로 운동하게 된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운동을 더 빨리 찾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있는데요. 러닝 코스에서 마주친 어르신도 자세에서 이미 구력이 느껴졌습니다. 나이와 함께 속도는 점차 느려졌을지 몰라도, 한평생 함께해온 운동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 인상 깊었습니다. 여러분도 평생 함께하고 싶은 운동을 찾으셨나요?

도쿄(일본)=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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