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 등 5개국 콕 집어 "군함 보내라"…'연합군'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한국을 포함한 5개 국가를 콕 집어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내라고 사실상 요구하면서 한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라건대’(Hopefully)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이들 5개 국가가 “함정을 보낼 것(will send Ships)”이라는 표현을 써 참여를 기정사실화했다. 이는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핵심 관건으로 떠오른 호르무즈 해협을 다국적군 체제로 관리하려는 구상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은 해협을 개방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해 군함을 파견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인위적인 제약으로 영향을 받는 중국ㆍ프랑스ㆍ일본ㆍ한국ㆍ영국 및 기타 국가들이 해당 지역에 함정을 파견해 이미 지도부가 완전히 제거된 국가(이란)에 의한 호르무즈 해협의 위협이 더는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로 원유 수급에 차질을 빚는 주요 이해 당사국들은 미군 작전에 동참해 달라는 요구다. 파견 군함의 규모나 역할은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여러 차례 중요성을 언급한 호르무즈 해협 선박 호위 작전에 이들 국가의 기여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석유 공급받는 각국, 통로도 지켜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에도 소셜미디어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를 공급받는 세계 각국은 그 통로를 지켜야 하며 우리는 이를 도울 것이다. 아주 많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모든 일이 신속하고 원활하며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해당 국가들과 협력할 것”이라며 “이는 항상 팀의 노력이어야 했으며, 그렇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지난해 1분기 자료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전체 물동량 중 가장 많은 37.7%가 중국으로 운송된다. 이어 인도(14.7%), 한국(12.0%), 일본(10.9%)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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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선박 호위 작전 기여 요구
트럼프 행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선박 호위 작전에 다국적군 구성을 희망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미군 단독으로 작전을 수행할 경우 좁은 수로에서 이란의 미사일ㆍ드론ㆍ기뢰 공격 표적으로 노출돼 위험부담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동맹국들이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 사실상 무임승차해 왔다는 인식을 드러내며 더 많은 책임과 비용 부담을 요구해 왔다. 지난 1월 미 국방부(전쟁부)가 공개한 국가방위전략(NDS)의 핵심은 “미국은 본토 및 서반구 방어에 집중하며 동맹국들은 자국 방어에 대한 주된 책임을 진다”는 원칙이다. 미국은 국익을 위해 어디서든 단독으로 행동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의 동맹국과 파트너들은 공동 방어의 부담을 공정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美 ‘동맹 현대화’ 실전 테스트
다만 그간 요구가 국방비 증액 등 ‘비용’의 측면이었던 데 반해 이번 요구는 실제 전력의 동참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성격과 파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단순한 금전적 기여를 넘어 실제 군사적 위험을 분담하라는 청구서이자 트럼프 행정부가 구상하는 ‘동맹 현대화’의 실전 테스트인 셈이다.
한국 정부는 2020년 초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됐을 당시 아덴만에 파견돼 있던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장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요구에 응한 바 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미국 주도의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직접 참여하는 대신 청해부대가 한국 선박을 보호하는 독자 작전 형태를 취했었다. 이는 한ㆍ미 동맹을 관리하면서도 이란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절충안이었다.
군함 파견시 美 전쟁에 일정 부분 관여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더욱 엄중하다. 6년 전과 달리 지금은 미ㆍ이스라엘과 이란 간에 물리적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결정할 경우 사실상 미국의 대(對)이란 군사작전에 일정 부분 관여하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자칫 한국이 이란의 잠재적 공격 대상에 노출되거나 적대국으로 분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점도 위험 부담을 키우는 요소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에너지 인질’ 삼아 글로벌 경제 전쟁으로의 확전을 시도하고 있고, 미국은 공습 강도를 계속 끌어올리며 연일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 보호 이슈는 동맹의 군사적 역할을 시험하는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中 첫손 꼽은 이유…다목적 포석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5개 국가를 거론하면서 중국을 가장 먼저 언급한 점도 주목된다. 중국은 이란의 주요 원유 구매국이자 정치적으로는 최대 후원국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공개적으로 첫손에 꼽은 것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최대 피해국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해 국제적 책임을 압박하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달 말 잡힌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미ㆍ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무역ㆍ안보 협상에서 미국의 협상력을 최대한 높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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