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옛 문헌에 등장한 고대 중국 여성들의 다양한 피임 방식을 소개했다./사진=SCMP
고대 중국에서는 봉건적 사회 구조 속에서 여성들이 위험한 피임법에 의존해야 했다. 올챙이나 수은을 먹거나 말린 생선 부레로 만든 콘돔을 사용하는 등 기이한 피임법이 등장했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옛 문헌에 등장한 고대 중국 여성들의 다양한 피임 방식을 소개했다.
◇선진시대, 약초 ‘구룽’ 먹어 피임 시도 먼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피임법 중 하나는 ‘구룽’ 섭취다. 고대 문헌 ‘산해경’에는 이 약초가 매우 쓰고 잎은 난초와 비슷하며 뿌리는 도라지와 비슷하다고 묘사돼 있다. 선진시대(기원전 2100~221년)에는 ‘꽃만 피고 열매를 맺지 않는 식물’인 구룽을 먹으면 임신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지만, 현대 과학에서는 효능이 확인된 바 없다.
◇전국시대, ‘생선 부레’로 만든 콘돔 등장 물리적 피임법은 전국시대(기원전 475~221년)에도 존재했다. 중국 후베이성에서 발굴된 한 고분에서는 말린 생선 부레로 만들어진 원통형 물체가 발견됐는데, 이는 역사상 가장 오래된 고대 콘돔으로 여겨진다.
당시 여성들은 깨끗하게 말린 생선 부레를 간단한 피임 도구로 사용했다. 그러나 냄새가 심하고 착용감이 불편했으며 위생 상태도 좋지 않았다. 고대 사회에서는 생선 비린내가 불륜의 상징처럼 여겨져 이런 냄새가 나면 외도를 의심받기도 했다.
◇한나라, 사향·사슴뿔 섞은 환을 배꼽에 붙여 한나라(기원전 206~서기 220년) 시기에는 성제의 총애를 받던 후궁 조비연이 사향과 사슴뿔을 섞어 만든 환을 배꼽에 붙였다고 한다. 이 약은 피부를 매끄럽게 하고 매혹적인 향이 나게 했지만, 동시에 불임을 유발했다고 기록돼 있다.
전통 중국 의학에서는 사향이 혈액순환을 촉진하지만 장기간 사용하면 자궁 내막을 손상시켜 불임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슴뿔을 과다 섭취하면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북위(386~534년) 시대에는 외척의 정치적 간섭을 막고자 황태자로 책봉된 왕자의 어머니를 사형에 처하는 칙령이 내려졌다. 이 때문에 많은 후궁들이 임신을 두려워하며 몰래 다양한 피임약을 복용했다.
◇당나라, 올챙이·수은 먹는 위험한 민간요법 당나라(618~907년) 시기에는 실크로드를 통해 서방 세계와 활발히 교류하며 다양한 피임법이 들어왔다. 대표적으로 사향과 사프란으로 만든 피임약이 있었지만 값이 매우 비싸 일부 기녀들만 사용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대신 올챙이를 먹거나 수은을 섭취하는 등 위험한 민간요법에 의존했다. 당시에는 올챙이를 먹으면 월경이 멈춰 임신을 예방할 수 있고, 소량의 수은이 에스트로겐 생성을 방해한다고 여겨졌다.
이 밖에도 ‘신당서’에는 후궁들이 사향, 거머리, 등에를 섞어 만든 약을 마셨다는 기록도 있다. 이 약은 극심한 복통을 일으키고 결국 영구적인 불임으로 이어졌다고 전해진다.
◇송·원나라, 수은·비소 섞인 약초 강제로 마셔 송나라(960~1279년)와 원나라(1271~1368년)에서는 기생집 여성들의 임신을 막기 위해 사향이 들어간 약초차를 강제로 마시게 했다. 여기에 수은이나 비소가 섞이기도 했다. 당시 기생들의 평균 수명은 일반인보다 훨씬 낮았으며, 많은 이들이 30세 이전에 주로 부인과 질환으로 사망했다.
◇명나라, 살아있는 민물 달팽이 먹고 실어증 명나라(1368~1644년) 때에는 한 여성이 출산 후 회복 중 살아있는 민물 달팽이 두 마리를 먹으면 임신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따라했다가 말을 못하게 되는 부작용에 시달려 결국 26세에 사망했다.
◇청나라, 목화씨 기름 남성 피임… 여성 거꾸로 매달리기도 청나라(1644~1911년) 시기에는 중국 동부 지역에서 남성 피임법으로 면실유(목화씨 기름)가 사용됐다. 농부들은 목화씨를 장기간 복용하면 불임이 되지만, 섭취를 중단하면 생식 능력이 회복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현대 과학은 목화씨 기름에 들어 있는 특정 화학 물질이 정자 생산 억제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또 황제가 특정 여성을 총애하지만 임신을 원치 않을 경우 환관이 여성을 거꾸로 매달아 사프란을 섞은 물로 하체를 씻었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SCMP는 “오늘날 현대 의학의 발전과 성평등 확대로 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더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피임법이 생겼다”며 “여성의 성적 만족을 우선시하는 피임 제품이 등장했고, 중국의 많은 남성들이 정관수술을 선택하면서 피임을 여성만의 부담이 아닌 공동의 책임으로 인식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