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美 하르그섬 공습에 "中 역할 소환하는 간접적 신호"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14일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 길목인 하르그(Kharg) 섬을 공습.한 데 대해 "중국의 역할을 소환하는 간접적인 신호"라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르그의 불꽃과 베이징의 침묵'이란 글을 올리며 미국의 이란 하르그 섬 공급이 단순한 군사 타격 그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김 실장은 "이번 작전으로 중동의 긴장은 다시 한번 위험 수위로 치솟았다"며 "그러나 파괴적인 섬광 이면에서 포착되는 본질은 '제어된 긴장 고조(Controlled Escalation)'라는 고도의 전략적 계산"이라고 썼다.
김 실장은 미국이 이번 공습에서 이란의 군사 시설만을 정밀 타격한 채, 핵심이 되는 석유 인프라는 건드리지 않은 점을 주목했다.
그는 "이 사실 자체가 결정적인 신호"라며 "미국이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도 세계 에너지 시장을 붕괴시킬 파국적 단계만큼은 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미군의 전술적 우위는 분명하나, 전략의 시간축은 훨씬 복잡하다"며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 급등과 물류 마비라는 부메랑은 결국 세계 경제 전체를 겨냥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김 실장은 이번 미국과 이란 간 갈등 사이에 침묵하고 있는 중국의 태도를 주목했다.
김 실장은 "베이징은 원론적인 긴장 완화만을 언급할 뿐, 실제적인 중재 역에는 거리를 둔다"며 "이 '절제된 거리두기'가 오히려 중국에 강력한 전략적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도 부인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중동의 에너지 흐름은 중국 경제의 사활적 변수"라며 "베이징은 이번 위기를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글로벌 전략 판세 속에서 관리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이달 말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하르그섬 공습을 이해하는 핵심 배경으로 꼽았다.
김 실장은 "하르그의 불꽃이 이란을 향한 포성인 동시에, 국제적 긴장 관리에서 중국의 역할을 소환하는 간접적 신호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며 "중동 위기와 미·중 전략 경쟁이 교차하는 현재의 지정학적 환경에서 두 변수를 분리해 해석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썼다.
요동치는 중동 상황과 맞물려 시장을 지키는 공직자로서의 무거운 책임감과 막중한 부담도 드러냈다.
김 실장은 "다행히 글로벌 금융시장은 아직 이번 사태를 전면전의 전조로 보지 않는다"며 "유가와 채권 금리가 요동치면서도 극단적인 공포를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 것은, 시장이 지금의 국면을 '관리된 긴장'의 범주로 읽고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어 "하지만 현장을 지키는 나의 마음은 시장보다 훨씬 무겁다"며 "중동사태 발발 단 2주 만에 우리 정책 현장의 일상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1997년 이후 처음인 유가 최고가격제를 총괄하고,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조율하며 주말 비상대책회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장은 아슬아슬한 균형에 베팅하고 있지만, 최악을 대비해야 하는 사람들은 그 충격을 몸으로 받아내며 대한민국 경제의 방파제를 쌓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하르그의 섬광은 중동 긴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강대국들의 복잡한 셈법은 앞으로 보름간의 외교적 접촉, 그리고 주요국 간의 보이지 않는 소통 결과에 따라 그 성격이 재 규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최악을 대비하면서도 마음 한켠에서는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않는다"며 "나의 낙관이 틀릴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그 낙관마저 무너진다면, 그것은 현 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파국의 문이 열리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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