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갈등의 문법, 이제는 바꿔야 한다
[김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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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도 |
| ⓒ 경상북도 |
한일 정상은 지난 1월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인 나라현에서 만나 셔틀외교의 지속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다섯 번째, 다카이치 총리 취임 이후로는 두 번째 정상회담이었다. 경제·안보·지역질서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양국 모두 협력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독도와 역사를 둘러싼 강경 발언은 어김없이 되풀이된다. 협력의 문이 열리면 곧바로 갈등의 문법이 호출되고, 가까워질 듯하던 관계는 다시 긴장 속으로 미끄러진다. 문제는 충돌 그 자체보다도, 이 반복이 이제 거의 자동반사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발언도 한국을 직접 겨냥한 외교 메시지라기보다 일본 국내정치를 향한 신호다. 다카이치는 오래전부터 자민당 내 보수 강경파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온 정치인이다. 독도에 대해서는 2006년부터 "정부가 독도에 현지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2021년 효고현 의회 간담회에서는 "한국이 독도에 더 이상 구조물을 세우지 못하게 하겠다"고 발언했다. 지난해 10월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도 시마네현 영토 행사에 "눈치 볼 것 없이 장관이 당당히 나가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공개 발언했다. 총리 취임 이후에도 2025년 11월과 12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각각 "독도는 역사적·국제법적으로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이번 3월 발언은 돌출적 실언이 아니라 그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정치적 입장의 연장선이다. 한국으로서는 발언의 자극성만 볼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얼마나 구조화된 정치 언어인지 읽어낼 필요가 있다.
실제로 그의 행보는 이중적이다. 지난 2월 22일 시마네현이 주최한 영토 관련 행사에 일본 정부는 예년처럼 내각부 정무관을 보냈다. 총재 선거에서 각료급 파견을 공언했지만, 총리가 된 뒤에는 행동 수위를 조절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3월 국회에서 "각료 파견을 언젠가 실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고 보수층을 향해 신호를 보냈다. 행동은 절제하되 언어는 후퇴하지 않는 방식, 이것이 다카이치 외교의 특징이다.
이 이중성을 이해하려면 발언의 배경을 더 넓게 봐야 한다. 첫째, 자민당 내부의 보수 경쟁이 있다. 장기집권 체제를 유지하려면 이탈한 우파 지지층을 붙잡아야 하고, 총리는 외교적 안정 못지않게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확인시켜야 한다. 둘째, 역설적으로 한일 협력이 진전될수록 강경 발언의 필요성이 커진다. 관계 개선 국면에서 일본 보수층의 "원칙을 양보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상쇄할 상징적 언어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셋째, 의회라는 공간의 특수성이 있다. 국회는 외교의 섬세한 수사보다 국내정치용 선명성이 우선되는 무대다.
일본 내에서도 이런 방식을 마냥 바람직하다고 보지 않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찍이 다카이치가 총재로 선출된 직후부터 강경 발언이 일본 외교에 심각한 리스크가 될 것이라 경고했고, 총리 취임 이후에도 "현실주의자 정치가로서 더 높은 차원의 판단이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한일관계의 안정은 양국 모두에게 외교적 자산이다. 영토 문제에 관한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더라도, 그것이 관계 전체를 흔드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은 일본에도 이롭지 않다는 자각이 일본 내부에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원칙은 분명해야 한다.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한국의 고유 영토이며, 부당한 주장은 단호히 반박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발언이 한일관계 전체를 자동적으로 냉각시키는 구조를 반복하지 않는 일이다. 이른바 '레벨의 분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독도 이슈에는 즉각적이고 명료하게 대응하되, 그것이 곧바로 셔틀외교·경제협력·안보대화 전체의 중단으로 이어지는 연동 고리를 끊어야 한다. 독도 문제는 독도 문제대로 엄정하게 다루고, 실질 협력은 별도의 전략적 판단 아래 지속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한일관계는 늘 두 개의 시간 위에서 움직여 왔다. 하나는 정상외교와 실무협력을 통해 천천히 축적되는 협력의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역사와 영토를 둘러싼 발언 하나로 순식간에 되감기는 갈등의 시간이다. 우리는 너무 자주 두 번째 시간에만 사로잡혀 왔다. 예측 가능한 자극에 예측 가능하게만 반응하는 한, 관계의 구조는 달라지지 않는다.
독도를 둘러싼 인식 차이는 단기간에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목표는 '분쟁의 제거'가 아니라 '갈등(리스크)의 관리'여야 한다. 정상회담의 성과는 유지하고, 경제와 안보 협력은 이어 가면서도, 영토 문제에서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대응을 병행해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큰 분노가 아니라 더 정교한 설계다. 냉각의 자동장치를 넘어서겠다는 의식적인 전략이 있을 때에만, 한일관계의 안정은 가능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파인에도 실립니다.글쓴이 김영근은 현재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겸 인문학과동아시아문화산업과정 교수이다. 도쿄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박사를 취득한 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및 계명대 일본학과 조교수를 역임하였다. "AI시대의 안전경제학: 글로벌 불확실성 및 위기관리"『한일경상논집』,『3·11 동일본대지진을 새로이 검증하다』(단역),『일본 원자력 정책의 실패』(단역),『재해 리질리언스: 사전부흥으로 안전학을 과학하자』(공저),『일본의 재해학과 지방부흥』(공저) 등 다수의 논문과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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