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군기자, 대학 강단에서 '사랑의 제도화'를 외치다
[차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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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대강당 아주홀에서는 구수환 (사)이태석재단 이사장의 '종군기자와 이태석신부: 전쟁을 넘어, 인간을 보다!' 강연이 열렸다. 구수환 이사장이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
| ⓒ 공익저널 차종관 |
1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대강당 아주홀에서는 구수환 (사)이태석재단 이사장의 '종군기자와 이태석신부: 전쟁을 넘어, 인간을 보다!' 강연이 열렸다.
최근 고려대학교에서는 의미 있는 교양 과목이 개설돼 다수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바로 '이태석 리더십과 세계시민교육'이라는 학부 수업이다. 이 과목은 고려대학교의 핵심 정신인 '공선사후(公先私後, 공적인 것을 먼저 하고 사적인 것을 뒤로 한다)' 정신이 이태석재단이 추구하는 헌신적 가치와 깊이 맞닿아 있다는 공감대에서 출발했다.
이 과목을 담당하는 전민형 주임교수는 "학생들의 가슴속에 있는 뜨거운 무언가를 이끌어내는 교육이 절실했다"고 개설 취지를 전했다. 그는 "고 이태석 신부와 같이 세계 각지에서 섬김의 삶을 실천하고 있는 11명의 다채로운 명사들이 릴레이로 강단에 서서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을 위한 저널리스트의 사명
강단에 오른 구수환 이사장은 30여 년간 방송국 PD, 영화감독으로서 활동해 온 인물이다. 과거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연출하며 사회 부조리에 분노했던 구 이사장은, 종군기자로 활동하며 방탄복을 입고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 등 총탄이 빗발치는 분쟁 현장을 직접 누볐다. 그는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수장, 심지어 자살폭탄대원까지 단독으로 인터뷰하며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구 이사장은 자신이 위험천만한 전쟁터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현장에서 취재해 국민들이 올바르게 판단을 하도록 돕는 것, 즉 저널리스트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직업"이라는 사명감으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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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대강당 아주홀에서는 구수환 (사)이태석재단 이사장의 '종군기자와 이태석신부: 전쟁을 넘어, 인간을 보다!' 강연이 열렸다. ‘이태석 리더십과 세계시민교육’ 과목의 연사진 리스트. |
| ⓒ 고려대학교 |
구수환 이사장은 '사랑을 기억이 아닌 제도로 남기겠다'는 확고한 철학으로 이태석재단에 합류했다. 2023년에는 이태석리더십아카데미를 설립해 지금까지 160명의 체인지메이커들을 배출했다. 불과 4명의 직원이 일하는 재단은 자본과 권력 대신 약자를 향한 묵묵한 헌신을 무기로 삼아, 2025년 마침내 UN 경제사회이사회(UN ECOSOC) 특별협의지위를 획득하는 쾌거도 이루어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재단이 실천하는 '사랑의 제도화'가 21세기의 기술과 만나 혁신적인 궤도를 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재단은 현재 전기가 안 들어오고 인터넷이 터지지 않는 남수단의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학생들이 궁금한 것을 질문하면 오프라인으로 대답해 주는 'AI 교과서(태블릿 PC)'를 제작해 보급하는 대규모 작업에 한창이다. 물질적 원조를 넘어 현지의 교육 인프라를 혁신하려는 노력은, 국제적 실천 구조로 진화한 섬김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사례다.
일상에서 피어나는 이타심을 향한 질문
강의에서 구수환 이사장은 이태석 리더십의 본질을 ▲진심 ▲경청 ▲정직 ▲공감능력 ▲이타주의 등의 5가지 핵심 특성으로 압축해 전달했다. 이 중 '공감 능력'의 정점은 남수단 톤즈의 한센병 환자들을 향한 헌신에서 가장 빛을 발한다. 56도에 육박하는 척박한 땅에서 발가락이 썩어가는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이태석 신부는 일괄적으로 신발을 사다 주는 대신 환자마다 변형된 발의 모양을 종이에 일일이 그려 맞춤형 신발을 손수 제작했다. 환자의 문드러진 발을 직접 만지며 체온을 나눈 이 행위는 버림받은 환자들에게 생애 처음으로 인간의 사랑을 느끼게 해준 기적 같은 공감이었다. 구 이사장은 이를 두고 "세상을 바꾼 '섬김의 리더십'의 완벽한 표본"이라며 극찬했다.
구수환 이사장은 이러한 공감과 이타심이 아프리카 오지나 분쟁 지역에서만 발휘되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시청각 영상 사례들을 학생들에게 연이어 보여주며 이해를 도왔다. 휠체어 탄 할머니가 길을 건너도록 차선 전체를 막아준 소방차, 태풍에 날아갈 위기에 처한 오토바이를 위해 거대한 바람막이가 되어준 버스 운전기사들, 암에 걸린 어머니의 아픔에 공감하며 함께 머리를 삭발한 아들, 기차 선로에 떨어진 시각장애인 어머니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 시민의 모습까지. 이 사례들은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는 이타심이 누구나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치임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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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대강당 아주홀에서는 구수환 (사)이태석재단 이사장의 '종군기자와 이태석신부: 전쟁을 넘어, 인간을 보다!' 강연이 열렸다. 구진성 이태석리더십아카데미 원장이 학생들의 질문을 경청하는 모습. |
| ⓒ 공익저널 차종관 |
이 수업의 백미는 강연을 듣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곧바로 '임팩트 랩'이라는 실천 훈련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구진성 이태석리더십아카데미 원장의 주도로 진행되는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조별로 뭉쳐 특정한 사회적 문제 상황을 부여받는다. 가령 "남수단 한센인들이 맨발로 다녀 발에 상처가 심하게 나는데, 우리가 어떻게 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라는 과제를 던져준다. 학생들은 치열한 토론을 거쳐 해결책을 스스로 도출해 보는 훈련을 거친다. 이는 타인에 대한 막연한 공감을 구체적이고 주도적인 행동으로 발현시키는 이 수업만의 독보적인 교육 방식이다.
한 학생은 취재진에게 "다가올 11인의 릴레이 강연들을 통해 일상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명사들로부터 섬김의 리더십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이 소중한 가치들을 현실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 중이다"라며 앞으로의 수업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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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대강당 아주홀에서는 구수환 (사)이태석재단 이사장의 '종군기자와 이태석신부: 전쟁을 넘어, 인간을 보다!' 강연이 열렸다. 학생들이 '임팩트 랩' 시간에 토의를 하는 모습. |
| ⓒ 공익저널 차종관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공익저널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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