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5000억 원 손실 막으려 영국 정부가 내놓은 특단의 대책

이주연 2026. 3. 1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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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김만덕] 여성이 '그 자리'에 있게 하기 위해, AI·의료·직장·정치·벤처투자 분야에서 해야 할 일들

거상 김만덕은 조선왕조실록에도 이름이 오른 여성 리더입니다. 부모를 잃고 힘겹게 살았지만, 혼자 힘으로 사업에 뛰어들어 부를 쌓았고, 이를 가난한 사람들과 나눈 삶의 가치가 실록에도 남게 된 거죠. 그가 처했던 상황, 문제의식 그리고 걸어왔던 길은 지금과도 통합니다. 유리천장은 아직도 튼튼하니까요. '오늘의 김만덕 이야기'를 매주 전합니다. <편집자말>

[이주연, 이정환 기자]

[여성과 인권] AI 시대, 경계해야 할 기술 편향

"채용뿐 아니라 의료 진단에서도, 남성 중심 데이터로 학습한 AI가 여성 환자의 증상을 놓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권오남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회장의 말입니다. 지난 11일, 유엔여성기구 지식·파트너십 센터가 개최한 세계여성의 날 기념 행사에서 권 회장은 이렇게 말했는데요. 사실일까요, 좀 더 찾아봤습니다.

미국 코넬대 의대(Weill Cornell Medicine) 연구진이 2024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AI가 동일한 심혈관 질환 사례를 제시했을 때 여성 환자의 심혈관 질환 위험도를 남성보다 낮게 추정하는 경향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프랑스 보르도대 연구진이 2025년 발표한 연구도 있는데요. 연구진은 보르도 대학병원 응급실 데이터 15만 건을 이용해 환자의 증상과 임상 정보는 그대로 둔 채 성별만 바꿔 AI에게 응급도 평가를 내리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낮은 응급도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2.1%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는데요.

여성의 건강 문제를 남성보다 덜 위험한 것, 덜 응급한 것으로 판단하는 패턴이 AI에게 학습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권 회장의 이 말은 더욱 설득력을 얻습니다. 권 회장은 AI 개발과 데이터 해석에 참여할 더 많은 여성 인재가 필요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는데요.

"기술의 설계 단계에서 다양한 관점이 빠지면 그 기술은 반드시 편향된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 편향된 기술이 사회의 판단 기준이 될 때, 채용과 의료, 사법에서 우리는 차별을 시스템으로 굳히게 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빠른 기술이 아니라, 더 나은 질문입니다. '이 기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등 질문의 폭을 넓히려면 다양한 삶의 경험을 가진 사람들 특히 그동안 배제돼 온 사람들이 그 자리에 함께 있어야 합니다."

[여성과 세계] "어떤 여성도 폐경 때문에 직장을 떠나서는 안 됩니다"
 폐경기를 겪고 있는 직장 내 여성의 모습.
ⓒ 챗GPT로 이정환 생성
'여성 건강'과 관련해, 매우 주목할 만한 흐름이 있어 소개합니다. 영국 얘기입니다. 노동법 개정으로 직원 250명 이상 대기업은 성별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성평등 행동 계획(action plan)'을 공개하게 됐는데요. 이 계획에 '폐경(완경) 여성 직원 지원 방안'도 포함하도록 했고 2027년부터 이를 의무화할 예정이랍니다.

출산으로 노동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여성에게 맞춰진 정책들이 폐경 이후 대책으로 더 확장된 것입니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폐경 증상 때문에 직장을 떠난 경험이 있는 여성이 10%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 같은 직장 이탈로 15억 파운드(약 2조 5000억 원)의 경제 손실이 발생한다고 영국 정부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영국 정부는 폐경을 개인의 문제로 여기지 않고 '여성 고용 유지' 문제로 여겨 폐경 지원을 위한 행동 계획을 마련하도록 제도를 만든 것이죠.

정부는 행동 계획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데요. '관리자·직원 대상 폐경 교육 프로그램, 유연근무제 제공, 온도 조절 등 근무 환경 조정, 병가·건강 지원 정책, 직장 내 차별·낙인 방지 정책' 등이 그 예입니다. 여성을 노동시장에 머물게 하기 위한 실질적 대안들인 셈이죠.

영국 정부는 2023년 이미 직장 내 폐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고용연금부(한국의 고용노동부와 유사) 내 폐경 고용 지원 책임자(Menopause Employment Champion) 직책을 새로 만들었고 2024년 10월에는 마리엘라 프로스트럽을 영국 정부 폐경·고용 정책 대사(Mariella Frostrup, Government Menopause Employment Ambassador)로 임명한 바 있습니다.

영국 정부가 지난 4일 공개한 성별 임금격차·폐경 대응 정책 자료에서 마리엘라는 "폐경은 경력이 한창인 수백만 명의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며 이는 재능 있는 여성에게 뿐 아니라 기업과 경제에도 해롭다"라며 "모든 대기업 고용주에게 '행동 계획' 수립을 촉구합니다, 이 행동계획은 큰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마리엘라는 또한 말합니다.

"어떤 여성도 자연스러운 삶의 단계 때문에 사랑하는 직장을 떠날 필요가 없어야 합니다."

결국 폐경 여성 대책은 여성이 있어야 할 자리에, 여전히 있게 하기 위한 조처로 읽힙니다.

[여성과 정치] 박영선 "여성정치 네트워크 소홀, 반성하고 있다"
 2022년 1월 19일, 박영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디지털혁신대전환위원장이 대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서 열린 '과학기술혁신 공약 토론회 및 청년과학기술인과의 토크쇼'에 이재명 대선 후보를 대신해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디지털혁신대전환위원회
지난 10일 <경향신문>이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인터뷰 한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박 전 장관은 오는 5월 '한국여성의정' 상임대표로 취임할 예정인데요. '한국여성의정'은 2013년 만들어진 국회의장 산하 사단법인으로, 전·현직 여성 의원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명실공히 우리나라 여성 정치를 대표하는 단체이죠.

박 전 장관은 MBC 기자 출신으로 2004년 정계 입문 후 17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19대 선거까지 내리 4선에 성공하면서 한때 여성 정치인을 대표하는 인물로 평가 받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향신문> 구혜영 논설위원은 인터뷰에서 박 전 장관이 "여성 리더들을 지켜주는 울타리, 여성들의 연대가 약했기 때문에 여성 정치인이 리더로 성장하기 어렵다"라고 하자 곧바로 이런 '돌직구' 질문을 던졌습니다.

"연대·네트워크가 여성 리더 성장에 중요하지만 여성 정치 세력화에 소홀했던 건 아닌가요."

이에 박 전 장관은 "여성 후배들과 네트워크를 강화하지 못한 부분을 반성하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박 전 장관은 "한국여성의정 상임대표로 취임하면 남녀 동수를 향한 정치인 발굴과 여성 역량 강화를 위해 공정한 운동장을 만들고, 여성 현안과 젠더·성인지 문제를 사회 어젠다로 키워 각국 여성 리더들과 교류해 글로벌한 여성연대를 만들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는데요.

한국여성의정 상임대표로서 앞으로 그의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박 전 장관 반성의 진정성 또한 그 행보로 판단할 수 있을 테니까요.

[여성과 경제] 여성특화 '창업보육' 전문가를 찾습니다

한국여성벤처협회가 '여성 특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할 창업기획자를 모집합니다. 무슨 뜻인지 한 번에 들어오지 않는데요.

우선 액셀러레이팅은 일종의 '창업 보육'입니다. 단기간에 걸쳐 비즈니스 자문과 투자 유치 등을 지원해 초기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 일을 하는 전문가들을 액셀러레이터, 줄여서 AC라고 부릅니다. 창업 희망자를 모집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 창업 보육에 특화된 AC 또는 AC 회사를 이번에 한국여성벤처협회가 모집한다는 것이죠.

협회는 사업 목적에 대해 "초기 유망 여성 스타트업(창업 7년 미만)을 집중 발굴·육성하는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를 양성하여 초기 여성 스타트업 성장 지원 기회 확대 및 사업화 성공 가능성 제고"라고 밝혔습니다. 사업 규모는 4개 운영기관으로 기관당 1.5억 원에서 2억 원을 차등지원할 계획입니다. 기관별로 7∼9개사 발굴·육성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니, 이 사업으로 인한 혜택을 초기 스타트업 30개사 정도가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성미숙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은 "제3의 벤처붐 시대를 여는 열쇠는 여성 스타트업 육성과 과감한 투자에 있다"라면서 "여성 스타트업이 좋은 환경에서 투자받고 성장할 수 있도록 AC와 파트너십 구축을 확대하겠다"라고 전했습니다.

창업이 부족하다기보다는 투자 연결 구조가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점에서 의미있는 사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신청 기간은 3월 30일까지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여성벤처협회 홈페이지(www.kovwa.or.kr)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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