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눈여겨본 싱가포르 주택정책…집값 급등할 때 공급 늘렸다

정두환 2026. 3. 1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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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차례 집값 급등기에 토지 풀어…6.6만가구 공급
자가 거주율 90% 불구 10년간 주택가격 57% 상승은 고민거리

인구 600여만 명의 도시국가인 싱가포르가 부동산 정책의 벤치마킹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달 초 이재명 대통령이 싱가포르를 방문하면서 "싱가포르의 주택과 부동산 정책이 한국의 주택 문제 해결에 중요한 참고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다.

싱가포르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실거주자 중심의 부동산 보유 세제와 병행해 공공이 보유한 대규모 비축토지의 공급을 주요 정책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싱가포르 주택개발청(HDB)가 조성한 대규모 공공주택 단지 전경. HDB 홈페이지

시장에서는 다주택자·비거주자 및 외국인에 대해 높은 세율의 보유세 및 취득세를 부과하고 있는 싱가포르식 규제 정책 일부를 정책에 반영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2일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1주택에 대한 보유세 강화 방침을 준비 중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다만 싱가포르의 부동산 정책에서 세제와 금융 못지않게 주목해야 할 사안은 공급 정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싱가포르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급격한 집값 상승과 하락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을 펼쳐 왔다. 특히 집값 급등은 물론 급격한 하락에 따른 자산가치 방어를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했다.

특히 싱가포르 정부의 시장 개입 과정에서 세금 규제 못지않게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활용한 것은 공공의 적극적인 단기 공급 조절이었다.

싱가포르 국토청(SLA) 및 주택개발청(HDB), 도시재개발청(URA)이 공급 정책의 핵심 기관들이다.

싱가포르의 산·학·연 전문가들이 부동산 정책과 산업 발전사를 집대성한 저서 '싱가포르의 기적'에 따르면 SLA는 싱가포르 내 개발가능 토지의 4분의 3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싱가포르 내 독점적인 토지 공급원인 셈이다. 이를 활용해 SLA는 기업 등의 경제 활동에 필요한 토지 수요를 충족시키는 한편, 시장 위축이나 과열을 막기 위한 안전판 기능을 수행한다.

싱가포르의 토지매각 프로그램은 특히 부동산 호황기에 과열된 주택가격을 규제하는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4~1997년 및 2009~2014년의 집값 폭등기 정부의 대응이다. HDB와 URA는 공동으로 이 기간 SLA가 보유한 토지를 시장에 풀었다.

1994~1997년 집값 급등기 두 기관은 택지 66곳 263만㎡를 시장에 분양했다. 2009~2014년 역시 97개 택지 461만㎡를 시장에 풀었다. 이를 통해 시장에 공급된 주택 물량은 각각 2만3884가구, 4만1941가구에 달했다.

이들 기관은 반대로 집값이 약세장을 보이는 시기에는 토지 매각을 중단해 적극적으로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다.

적극적인 공급 조절 정책은 사실상 공공이 유일한 토지 공급자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중장기적인 가용 용지 수급을 위해 충분한 토지를 비축하고 있는 것도 적기에 토지 공급이 가능한 배경이다. 지구 지정에서 실제 공급까지 수년이 걸리는 시차(Time lag)가 발생하는 한국의 택지 공급 시스템과 비교된다.

특히 가용용지 상당수를 매립 등에 의존하는 싱가포르는 계획 단계에서부터 비축토지에 대해 주거·상업·업무·산업 등 용도를 미리 정한다.

정부가 저렴한 공공주택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HDB의 적자를 전액 보전한다는 점도 싱가포르의 공공주택 비중이 80%를 넘을 수 있는 배경이다.

업계는 정부의 집값 안정책이 단기간에 작동하기 위해서는 공공은 물론 민간 부문의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공이 택지를 조성해 공급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면서 "서울 도심의 핵심 주택 공급원인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는 "싱가포르의 부동산 정책을 강력한 규제 중심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며 "실수요 중심의 금융 세제 정책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배경에는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공급 정책이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싱가포르 역시 주택시장은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20% 급락했던 집값은 2010년부터 상승세로 전환했으며 최근까지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경제 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2016년 4분기 137.2였던 싱가포르의 주택가격지수는 2023년 200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 4분기에는 216.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기간 집값이 평균 57.7% 오른 셈이다.

정두환 기자 dhjung6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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