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뒤흔드는 '호르무즈 해협'…봉쇄 쉬운 이유[시사쇼]

이현우 2026. 3. 1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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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유조선 겨우 지나가
우회항로 운송량 매우 적어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고 이를 통과하는 유조선을 폭파하겠다고 위협하면서 국제 사회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 선언 하나만으로 수백 척의 유조선이 해협 앞에 발이 묶였고, 국제 유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형유조선 겨우 지나가는 좁은 해협…47년간 봉쇄 준비
로이터연합뉴스

지도상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가장 좁은 구간은 약 33킬로미터에 불과하다. 그러나 문제는 수심이다. 수심이 충분한 구역은 매우 제한적이어서, 대형 유조선이 실제로 통항할 수 있는 폭은 한 방향당 3킬로미터씩, 양방향 합산 6킬로미터에 지나지 않는다. 이 수치는 초대형 유조선 한 척이 한 방향으로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너비다.

이 해협을 통해 하루에 이동하는 원유 물동량은 약 2,000만 배럴에 달한다.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이 좁은 해협 하나를 통해 오간다. 통행 가능 구역이 좁은 만큼, 기뢰 수십 기만 깔아도 양방향 통항이 모두 차단될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자국의 마지막 외교적 카드로 인식하고, 지난 47년간 이에 대한 준비를 체계적으로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 지도자가 사망하거나 지도부 대부분이 붕괴되는 비상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현지 사령관들이 자체 판단으로 즉각 봉쇄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작전 계획을 세우고 훈련을 반복해 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사태에서 최고 지도자가 사망하고 지도부 대부분이 부재한 비상 상황에서도 빠르게 봉쇄 조치가 이뤄진 배경에는 이러한 사전 훈련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기뢰 설치를 위한 함선, 드론 전력, 미사일 발사대 등 군사적 자산이 별도로 비축돼 있었기 때문에 미군도 초반에는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뒤늦게 대응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은 기뢰 설치를 시도한 이란 함선 16척을 격침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란 측이 며칠 전부터 소형 선박들을 이용해 기뢰 설치를 준비해 왔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미 해군이 유조선마다 호위를 붙이더라도 완벽한 방어는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87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에는 미군의 호위를 받던 쿠웨이트 유조선이 기뢰에 피격돼 폭발한 사례가 있다는 점도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우회항로 있긴 하지만…석유수송량 호르무즈 10% 수준
로이터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한 대안으로 우선 거론되는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페트로 라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동서를 가로질러 홍해 방향으로 빠지는 이 파이프라인을 통해 일부 산유국들은 대체 수출을 모색하고 있다. 일부 유조선들도 이미 우회 항로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쪽 항구의 처리 용량은 하루 200만~250만 배럴에 불과하다. 호르무즈 해협의 일일 물동량인 2,000만 배럴의 10분의 1 수준이다. 최대한 물량을 서두르더라도 하루 500만 배럴, 즉 전체의 4분의 1 처리가 한계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달리 카타르, 쿠웨이트, 이라크는 페트로 라인이나 여타 송유관과 연결조차 돼 있지 않아 사실상 수출 통로가 완전히 막힌 상태다.

이라크의 경우 석유·가스 저장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일부 생산 라인을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2021년 수에즈 운하에서 대형 화물선 좌초로 해협이 봉쇄됐을 당시에는 아프리카 남단을 우회하는 방법이라도 있었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경우에는 우회 항로 이용도 쉽지않다는 것이다.

비축량 적은 나라들은 비상…파키스탄 주4일제 실시 
AP연합뉴스

우리나라와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통상 100일~200일치 이상의 전략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어 단기적인 충격에 비교적 여유 있게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 중국 등 산유국들은 자체 생산이 가능해 영향이 더욱 제한적이다.

반면 개발도상국, 특히 동남아시아의 비산유국들은 상황이 심각하다. 인도의 경우 주요 석유 소비국 가운데 비축량이 가장 적은 나라로 꼽히는데, 현재 전체 소비량의 25일 치만 비축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이 예외적으로 30일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허용한 것도 이 같은 인도의 위급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미 중국행 러시아 유조선 10여 척의 뱃머리를 인도로 돌리는 협상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파키스탄은 경제난으로 이 같은 방법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전국 휴교령을 내리고, 공공기관과 기업에 주 4일 근무를 강제하는 지시를 내렸다. 방글라데시 역시 전국 대학에 휴교령을 선포했다. 1970년대 오일 쇼크 당시 우리나라에서 차량 운행 제한과 휴교 등의 조치가 내려졌던 상황이 이들 나라에서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를 비롯한 국제 사회는 역대 최대 규모인 4억 배럴 이상의 전략 비축유를 방출해 국제 유가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란 공격이 중단되고 양측이 완전한 휴전에 합의하기 전까지는 이번 에너지 위기가 근본적으로 해소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략 비축유 보유량이 충분하고, 과거 90%를 웃돌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현재 70% 수준으로 낮아진 점이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줄어든 20%포인트만큼을 미국산 원유로 대체한 결과다. 이번 사태를 구체적으로 예견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에너지 수입 다변화 노력이 위기 대응력을 높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원유 수입국들이 중동산 의존도를 더욱 낮추고 공급원을 다각화하는 흐름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글로벌 에너지 안보 전략의 핵심 과제로 다시 부각되는 가운데, 이란 사태가 언제 수습될지 국제 사회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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