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름다운 감옥서 단종은 울었다…배타고 2분, 청령포 가보니 [스튜디오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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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도 환장해 졸도하는 오지”
"여름엔 습기 가득, 겨울엔 냉기 가득한 최악의 유배지"
"삼면이 서강(西江) 강물로 둘러싸이고 육육봉 암벽이 가로막은 이곳은 배를 타지 않으면 세상으로 나갈 수 없는 천연 감옥"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촌장 엄흥도는 자신이 사는 청령포를 이렇게 소개한다.


직접 찾아가 본 청령포는 영화에서 묘사된 조선 제6대 왕 단종의 유배지라는 역사적 의미보다 먼저 빼어난 자연 풍광이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실제로 청령포에 들어가려면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한다. 비록 2분 밖에 걸리지 않지만 말이다. 배에서 내려 숲길로 들어서면 산림청이 '천년의 숲'으로 지정한 울창한 소나무숲 한가운데 단종어소(端宗御所)가 있다. 유배 온 단종이 머물렀던 장소다. 단종의 유배지임을 알리는 단묘유지비(端廟遺址碑)와 일반 백성의 출입을 금했던 금표비(禁標碑)도 남아 있다. 단종어소는 단종 사후 소실됐다가 1996년 '승정원일기' 기록에 따라 당시 모습으로 복원됐다.



숲속에는 단종을 떠올리게 하는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단종어소를 향해 담장 너머로 굽어 절을 하는 듯한 ‘엄흥도 소나무’는 마지막까지 단종 곁을 지킨 엄흥도의 충절을 기려 이름 붙여진 나무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두 갈래로 우뚝 선 관음송을 만날 수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보호수다. 수령이 약 600년으로 추정되는 이 소나무는 단종이 노산군으로 강등된 뒤 이곳에 걸터앉아 한양을 바라보며 울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단종의 슬픔을 ‘보고 들었다’는 의미에서 볼 관(觀), 들을 음(音)을 붙여 관음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관음송을 지나 '육육봉' 전망대로 이어지는 데크길을 따라가면 망향탑(望鄕塔)이 나온다. 단종이 왕비 정순왕후를 그리워하며 쌓았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장소다. 소리없이 천년을 흐르는 강물과 신비로운 기운을 품은 울창한 소나무 숲, 그리고 어린 임금의 유배의 역사가 오버랩되며 청령포 특유의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서울에서 온 박재영(35)·한소담(35) 부부는 “영화 OST를 들으며 둘러보니 영화 장면이 떠올라 감정이입이 됐다”며 “창살 없는 감옥 같은 이곳에서 어린 왕이 겪었을 시간을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청령포를 찾은 관광객들은 장릉까지 함께 방문하며 단종의 삶과 죽음을 따라가는 역사 탐방에 나서고 있다. 장릉은 단종이 사후 복권된 뒤 왕릉으로 조성된 곳으로, 현재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조선 왕릉 가운데 하나다.


이곳에는 단종을 위해 목숨을 바친 신하 268명의 위패를 모신 '장판옥(藏版屋)'과 단종의 시신을 거둔 엄흥도의 충절을 기리기 위한 '정려각(旌閭閣)'도 있어 방문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청령포에서 해설사로 활동하는 엄영임(69) 씨는 충신 엄흥도의 후손이다. 자신은 영월 엄씨 엄임의 32대손, 엄흥도는 12대손이라고 설명했다. 2009년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영화가 개봉한 뒤 관람객은 10배 정도, 해설 예약은 3배 가까이 늘었다”며 “해설을 통해 역사 이야기를 함께 들으면 청령포의 의미를 더 깊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월군은 오는 4월 24일부터 26일까지 장릉과 동강 둔치 일대에서 제59회 단종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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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명회 오싹, 12·3 떠올렸다” 역사학자가 본 ‘왕사남 열풍’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1261
」
사진·글 = 김종호 기자 kim.jong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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