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나면 올랐던 금값...美·이란 전쟁서 추락한 이유는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6. 3. 14.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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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2주 차에 접어들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 등으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하는 등 국제 정세는 혼란스럽다. 이 탓에 달러값도 치솟으며 전 세계 금융 시장에 긴장감이 맴돈다.

이런 지정학적 위기라면 통상 대표 안전자산인 금값이 치솟아야 할 듯싶다. 그런데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 3월 13일 기준(인베스팅닷컴 자료)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5100달러 선 안팎에 머물며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공습 직전인 지난달 말 온스당 5240달러 선을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하락세다. 위기엔 금이라는 오랜 공식이 어긋난 배경은 무엇일까. 국제 금 시세 전문가인 송종길 한국금거래소 사업사장에게 금 시장의 달라진 작동 원리를 물었다.

송종길 한국금거래소 사업사장은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이라 금리가 오르고 달러가 강해질 때 단기적으로 가격이 눌릴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한국금거래소 제공)
Q. 역사적으로 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기 마련이다. 그런데 왜 금값은 거꾸로 가나.

1970년대 오일쇼크 때와 시장 구조가 다르다. 당시에는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폭등을 불러 금값 급등으로 이어졌다. 반면 지금은 유가 상승이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지연 우려를 낳고 국채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 흐름을 먼저 작동시키고 있다. 금융 시장이 커지고 안전자산이 다양해지면서 위기 초기에 달러나 국채 등 유동성이 높은 자산으로 자금이 먼저 이동하는 구조가 정착되면서다.

이런 상황에서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이라 금리가 오르고 달러가 강해질 때 단기적으로 가격이 눌릴 수 있다. 고금리 환경에서 채권 등 이자를 주는 자산 쪽으로 몰릴 수 있어서다. 또 상장지수펀드와 파생상품 시장 확대로 금도 단기 자금 흐름에 영향을 받는 금융자산 성격이 짙어졌다.

정리하자면 과거는 인플레이션 중심 시장, 지금은 금리와 달러 중심 시장이기에 유가 상승이 곧바로 금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게 된 것이다.

Q. 달러 강세가 금 가격을 강하게 억누르는 현상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금보다 달러 유동성을 먼저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나서 그럴 수 있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달러로 거래되는 금 가격에는 단기적인 하락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위기 초기 금융 시장 반응에 가깝고 갈등 장기화나 인플레이션 확대 시 금의 안전자산 수요는 다시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송 사장은 “갈등 장기화나 인플레이션 확대 시 금의 안전자산 수요는 다시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한국금거래소 제공)
Q. 최근 글로벌 증시가 크게 출렁이면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익이 난 금을 매도하는 흐름도 관찰된다. 위기 상황에서 금이 방어막 역할을 하기보다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

그렇게 볼 수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주식 시장 상승과 맞물려 금을 현금화해 투자 자금으로 활용하려는 모습이 꽤 보인다. 실제로 한국금거래소에서도 작년 금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이 증가하는 중이다. 이처럼 위기 상황 초기에는 금이 방어 자산으로만 작용하기보다 현금 확보를 위한 유동성 자산 역할을 해 일시적인 매도 압력을 받는다. 결과적으로 위기 상황에서도 금이 일방적으로 오르기보다 차익 실현 매물과 단기 자금 이동이 겹치며 상승이 제한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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