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탄소중립 연구 참여했다가 ‘300억 폭탄’…전남 중소기업 눈물의 호소
80m 고정식 해양구조물 설치·2천m 시추 최초 추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불성실 실패 판단
업체측 "해명 하려 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주관기관, 하도급 업체에 비용 전가…300억 민사소송

금속 공작물 설치를 주 업으로 전남에서 30여년간 성장해 온 한 중소기업이 국가 연구개발(R&D) 과제에 참여했다가 수백 억원대 비용을 물어줄 처지에 놓였다. 연구과제가 중단되면서 '불성실 중단' 판단이 내려졌고, 주관 연구기관이 관련 비용을 하도급 기업에 떠넘기면서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A 업체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2019년 제3차 녹색성장 5개년 계획(2019~2023)의 일환으로 다부처(산업통상자원부·해양수산부·한국지질자원연구원·한국석유공사·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탄소중립 저감 목적의 국가 연구과제'를 추진했다.
총 과제는 ▲대심도(깊은 바다) 해양 탐사 시추를 통한 대규모 CO₂ 지중 저장소 확보(1세부) ▲동해가스전을 활용한 중규모 CCS 통합 실증 모델 개발(2세부) ▲대규모 포집 기술 및 포집원 평가 및 150MW급 포집 플랜트 FEED 설계안 개발(3세부)▲탈황성고를 활용한 광물탄산화 기술 실증 및 온실가스 감축 방법론 개발(4세부) ▲CCUS 법률안 정비 및 수용성을 포함한 제도적 기반 구축(5세부) 등 총 5개로 구성됐다.
A 업체는 연구과제를 실질적으로 기획한 G 연구개발기관과 하도급 계약을 맺고 1세부 과제인 '대심도 해양 탐사 시추' 분야에 참여했다. 사업 기간은 2021년 4월부터 2023년 12월까지로, 총예산은 약 220억여원(국내 기준) 규모였다. A 업체는 해저 시추 작업을 위한 해양 구조물인 자켓(jacket)과 데크(deck) 제작·설치 공정 등을 주로 맡아 진행했다.
1세부 과제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바다 아래 지층에 저장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를 위해 A 업체와 G 연구개발기관은 육지(군산)에서 약 180㎞ 떨어진 해역(대심도)에 수심 80m 규모의 고정식 해양 구조물을 설치하고 최대 2,000m 깊이까지 시추 탐사를 진행하는 방식을 기획·적용했다.
국내에서 이산화탄소 해양 저장을 위한 시도 자체가 거의 없었던 만큼 사실상 최초 사례에 가까운 작업이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당초 정부는 시추 공 한 곳당 약 500억원가량이 들 것으로 예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 업체는 기술 검토 끝에 공당 약 100억여원 수준이면 사업 수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이 계획을 바탕으로 연구 참여를 결정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당시 정부는 취임 약 1년 뒤인 2023년 6월 말부터 'R&D 카르텔 척결'을 내세워 연구과제 전수조사와 예산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2023년 8월 25일 특별평가위원회(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주관)에선 연구과제 중단을 결정했다. 이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같은 해 11월 1일 사업 지연과 감리 미배치에 따른 안전성 불확실, 전문성 부족에 따른 실적 저조 등을 사유로 최종 '불성실 중단'을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지목하진 않았지만 지난 2023년 5월 시추 작업대 설치 과정에서 구조물 불균형으로 일부 시설이 무너진 사고에 대한 책임론을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A 업체 측 설명이다.
논란은 단일 사고 하나만으로 '불성실 중단'을 판단할 수 있느냐 여부로 귀결되고 있다. 공정률이 90% 이상 진행된 상황(A 업체 측 주장)에서 사고 자체가 이 연구과제의 본래 목적을 저해할 만큼 결정적 원인이었는지 아닌지를 제대로 검증이 됐는지가 불분명해서다. 더욱이 심사과정에서 A 업체는 과제 지연 및 사고 발생 배경 등을 설명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R&D 과제는 성실 중단과 불성실 중단으로 나뉘는데, '불성실 중단'으로 결정되면 그동안 투입된 연구비를 반환해야 한다.
국가 R&D는 새로운 기술이나 지식, 기술 원리를 발견하고 이를 실증하는 것이 목적이다. 성공이 보장되지 않고 오히려 실패 가능성이 높은 특성을 갖는다. 이 때문에 매우 중하고 위법한 부정행위가 없는 한 과제가 일정 수준 이상 진행됐을 경우 불성실 중단 판정이 내려지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당시 정부의 R&D 구조조정 기조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결과로 인한 책임과 부담은 연구 참여 기관과 업체로 넘어간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는 연구비 전액을 G 연구개발기관이 반환하도록 했다. 이에 G 연구개발기관은 사고가 과제 실패의 원인이라며 하도급 계약을 맺은 A 업체에 비용을 재청구한 상태다.
A 업체에 따르면 G기 관이 요구한 총금액은 사업비뿐 아니라 각종 세부 비용까지 포함해 약 300억원 규모에 달한다.
A 업체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A 업체 관계자는 "R&D 특성상 실패 가능성은 언제나 공존하며 기술을 보완해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R&D의 본질이다"며 "당시 공정은 약 95%까지 진행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고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최초 시도였던 만큼 기술적 수정과 보완이 충분히 가능했다"며 "사고 이후에도 연구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과 작업은 계속 이어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로호 역시 여러 차례 실패 끝에 성공하지 않았느냐"며 "연구과제를 '불성실 실패'로 낙인찍은 것은 당시 정부의 R&D 구조조정 기조를 의식한 판단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G 연구개발기관은 과제 실패 책임을 물어 A 업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편 이번 사안과 관련, 평가를 수행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측은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 근거한 특별평가를 통해 중단 결정을 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호남취재본부 심진석 기자 mourn@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누드비치 아니라니까요"…알몸 관광객에 몸살 앓는 '이곳'
- "어? 김소영, 걔 아니야?"…신상공개 되자 증언 쏟아졌다
- 이재룡 '술타기 의혹', 음주측정 방해 혐의로 추가 입건
- '화장실 몰카' 찍다 잡힌 충북 장학관, 몸에 소형 카메라 3대 더 있었다
- "독도? 일본 땅이지…전 세계에 확실히 알릴 것" 다카이치의 작심발언
- "오빠 먼저 잠들어 서운"…모텔 살인 후 '자작 카톡' 보낸 김소영
- '왕사남' 신드롬에 장항준도 돈방석?…어마어마한 인센티브에 '관심'
- "커피 마시고 산책 좋았는데"…40대 '파이어족' 사무직으로 돌아갔다
- "갤럭시 쓰는 남자 싫어"…프리지아 발언에 '핸드폰 계급' 재점화
- "2000원 내고 화장실 들어가라고? 너무 과해" 카페 메뉴판 두고 '시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