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게임백과사전]"이런 걸 왜 만들고 누가 사지?" 기괴 그 자체의 게임들

조영준 2026. 3. 13. 17:3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게임은 '잘 팔리는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 산업니다. 대세인 장르는 무엇이고, 현재 시장에서 인기 있는 게임 콘텐츠는 무엇인지 게임사들은 오늘도 고민하고 회의를 진행하며, 대중에게 통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하지만 이 '팔리는 게임'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 게임들도 여전히 등장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걸 누가 사는지 모를 디자인. 설명하기 어려운 콘셉트, 대중성과 거리가 있는 연출 등 예상을 벗어난 기괴함을 주력으로 내세운 작품도 더러 등장했었죠.

재미있는 것은 이 게임들이 그냥 묻힌 것이 아니라 컬트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아직까지도 게임 유저들에게 회자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게임들은 기괴하고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을 뿐 게임성 자체는 유저들을 빠져들게 할만한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렇다면 이 기기괴괴한 게임 중 아직까지도 유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게임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그림만으로 뜨거워지는 게임 초형귀

[땀내 나는 대머리 아저씨들이 날아다닌다! ‘초형귀’]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대부분 미형입니다. 그래야 유저들의 몰입감을 높일 수 있고, 무슨 행동을 하든 설득력이 생기기 때문이죠. 하지만 1992년 PC 엔진 CD-ROM으로 발매된 ‘초형귀’(해외명 ‘초아니키’)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정면에서 부수다 못해 아주 가루로 만들어버린 게임이었습니다.

그래도 멀쩡한 모습이었던 1편

근육질의 아저씨가 날아다니는 이 게임은 “단백질 자원을 둘러싼 우주 전쟁”을 표방하는 게임이었는데요. 근육도 근육이지만 정수리 부분에서 빔(땀이라는 설정)이 나오는 설정이라든가 근육질의 보스들이 서로 부딪히는 불쾌하기 그지없는 뜨거움이 가득한 게임이기도 했죠.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게임 개발사가 ‘메사이어’라는 것인데, 이 회사의 대표작이 그 이름도 유명한 ‘랑그릿사’입니다. 거기다 OST나 BGM도 수준급으로 좋아서 완성도가 높은 슈팅 게임으로 유명세를 타 슈퍼 패미컴, 플레이스테이션, 세가 새턴 등으로 확장되어 시리즈화 되기도 했었죠.

더 큰 문제는 2편인 ‘애 초형귀’부터였는데, 이 게임의 부제가 '형님 기억하고 있습니까?'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명작 애니 ‘마크로스’의 명곡 중의 명곡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의 패러디였죠.

더이상 설명을 할 수 없는 초형귀 궁극무적 은하최강남

2편은 단순 비행 슈팅이 아니라 커맨드를 입력해 기술을 쓰는 형태의 액션게임으로 바뀌었는데, 이때부터 점점 기괴함을 넘어서 불쾌함의 골짜기로 가더니 PS로 나온 '초형귀 궁극무적 은하최강남'은 무려 실사(!)로 개발되어 불쾌함의 봉우리의 정상을 찍어버렸습니다. 이 게임은 영상을 찾아보시는 것조차 추천 드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LSD 드림 에뮬레이터

[여러분 꿈이 이렇게 위험합니다. LSD: 드림 에뮬레이터]

1998년 PS로 출시된 ‘LSD 드림: 에뮬레이터’는 아에 이게 게임인지 형태조차 의심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이 게임은 진행이랄 것이 없는 게임입니다. 게임의 목표나 승패 구조가 거의 없고, 설명 없는 공간을 걷다가 오브젝트에 닿으면 다른 공간으로 전환되는 것이 전부죠.

이 오브젝트들은 꿈에서 나올법한 괴상한 디자인과 색감으로 이뤄져 있는데요. 사과에 사람 눈코입이 붙어 있질 않나, 벽에 이상한 여성 포스터가 쭉 붙어있질 않나, 마치 그래픽이 깨진 것 같은 배경이 게임을 가득 채웁니다.

대충 이런 이미지를 게임 내내 만날 수 있다

게임을 하다보면 도대체 이걸 왜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난잡하고, 불쾌하며,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은 이미지로 가득 차 있는데, 이 ‘LSD’ 자체가 바로 꿈에서 출발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게임은 게임 개발자도 아닌 아티스트인 사토 오사무의 꿈에서 출발한 게임이었습니다.

사토 오사무는 그래픽 디자인과 전시회 기획, 웹 디자인 등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약하는 인물인데요, 워낙 기괴한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서 ‘매드 아티스트’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대신 “PS를 예술을 위한 매체로 활용하고 싶었다.”라고 밝히기도 했는데, 소니가 무슨 가능성을 봤는지는 몰라도 이 ‘LSD’ 이전에 ‘동뇌’라는 게임을 내놓기도 했죠.

재미있는 것은 이 ‘LSD’는 굉장히 적은 타이틀만 찍어냈는데, 워낙 독특한 작품이었던 만큼 컬트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현재 초회판은 아주 높은 가격으로 거래 중이며, 여기에 2010년 디지털 버전으로 재발매되기도 했습니다.

씨맨

[인류 진화에 정면으로 도전한 게임 ‘씨맨’]

1999년 세가 드림캐스트로 출시된 ‘씨맨’은 위에서 소개한 두 게임보다는 훨씬 대중적인 작품입니다. 판매량도, 인기도 두 게임보다 훨씬 높았죠. 사람 얼굴을 한 물고기를 키운다는 것만 빼고는요.

사람 얼굴을 한 물고기를 키우는 ‘육성 시뮬레이션’(진짜 장르가 육성 시뮬레이션이다.)인 이 게임은 당시로는 최신 기술인 ‘음성 인식’을 통해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 대화의 수준이 당시로서는 상당히 높고, 캐릭터와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 ‘씨맨’은 많은 곳에서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피규어도 나왔다..

물론, 이 ‘인면어’의 성격이 굉장히 4가지가 없고, 물고기와 대화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거북했지만, 일단은 신기하기는 했죠.

이 ‘씨맨’은 수조의 온도도 잘 맞춰두고, 잘 먹고, 잘 싸고, 대답도 잘해서 정성껏 키우면 나중에 양서류처럼 육지로 올라와 알을 낳는데, 이 부모 ‘씨맨’은 알을 낳고 사망합니다. 뭔가 인류의 진화를 대신 구현한 게임이랄까요?

이 ‘씨맨’은 드림캐스트가 멸망한 이후 PS2버전으로도 발매됐는데, 두 게임기를 합쳐 약 100만 장을 판매했습니다. 이런 게임이 당시 100만 장을 팔 정도면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게임에 너그러웠는지 알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관공... 아니 여친쿤 어찌하여 목만...

[어쩌다 목만 오게 된 내 여친 - '토막']

요즘 삼국지 밈(MEME) 중 “관공 어찌하여 목만 오셨소”라는 유행어가 있죠? ‘토막: 지구를 지켜라’는 내 여친이 진짜 목만 와서 자라는 아주 기막힌 컨셉의 게임이었습니다.

2001년 시드나인에서 개발한 '토막’은 인간의 타락을 보다 못한 신들이 인간을 처벌하려 하자 사랑의 여신이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지상으로 내려가 인간과 교감한다는 내용의 게임인데요.

무려 정통 연예시뮬레이션이다.

문제는 이 여신이 화분과 함께 목만 배달되어 왔다는 것이죠. 한마디로 육체적인 사랑이 아닌 정신적인 사랑 ‘아가페’를 실천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생각보다 사실적이었습니다. 얼굴만 등장하지만 다양한 표정과 다소 거친 말투, 당시 유행하던 유행어를 거침없이 사용하는 여신의 모습은 게임 속 플레이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고, 무려 ‘풀더빙’으로 진행되어 게임의 몰입도를 높였죠.(이 토막의 참여 성우진도 상당히 만만치 않습니다.)

여기에 다양한 연인 이벤트가 등장하기도 하고,선택에 따라 화분의 모습과 스타일, 성격, 행동 양식 모든 것이 달라지는 등 연애 시뮬레이션 장르에 아주 충실한 게임이기도 했습니다. 이 게임은 한국 개발사로는 매우 드물게 완성판이라는 타이틀로 PS2 버전으로 이식되기도 했습니다.

사용자 중심의 게임 저널 - 게임동아 (game.donga.com)

Copyright © 게임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