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김종백 교수팀, 탄소나노튜브 전자 플랫폼 통합 상온 공정 기술 개발

2026. 3. 1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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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탄소나노튜브 연구진. 왼쪽부터 한현준 통합과정, 김종백 교수, 황규현 통합과정.

700℃ 이상의 고온에서만 성장하는 탄소나노튜브를, 상온에서 손상 없이 다양한 전자기기 위로 옮길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 김종백 교수 연구팀 (공동 제1저자 한현준황규현)은 얇은 얼음층을 이용해 수직 정렬 탄소나노튜브(VACNT)를 깨끗하게 전사하는 공정을 구현하고, 이를 프로세서 칩 열관리와 적외선 센서에 적용해 성능을 크게 향상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 권위지 Nature Communications (IF 15.7)에 1월 21일 게재됐다.

수직 정렬 탄소나노튜브는 전기·열 전도성이 뛰어나고, 빛을 거의 완전히 흡수하는 특성이 있는 차세대 나노소재다. 특히 숲처럼 곧게 서 있는 3차원 구조는 방열 소재, 고감도 적외선 흡수층, 차세대 반도체 소자 등에 매우 유리하다. 그러나 나노튜브는 700℃ 이상의 화학기상증착(CVD) 공정을 통해 성장하기에, 200~450℃ 이하에서 제작되는 반도체 공정이나 폴리머 기반 전자기기와 직접 통합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실제로는 전자제품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얼음 승화 전사 공정’으로 해결했다. 먼저 차가운 기판 위에 공기 중 수증기를 응축시켜 얇고 균일한 얼음층을 형성한 뒤, 그 위에 성장된 탄소나노튜브를 접촉시켜 일시적으로 접착시켰다. 이후 얼음을 녹여 말리는 대신, 진공 상태에서 액체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기체로 승화시켰다. 기존 전사 방식에서는 물이 녹은 뒤 증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세관 힘으로 인해 나노튜브 구조가 서로 뭉치거나 기울어지는 문제가 있었지만, 승화 방식은 이러한 액체 단계를 근본적으로 제거해 구조 붕괴를 방지한다.

그 결과 10마이크로미터(μm) 이하의 미세 패턴부터 1cm 크기의 대면적 구조까지 95% 이상의 높은 수율로 전사에 성공했다. 또한 실리콘, 금속, 폴리머, 신축성 고무 등 다양한 기판 위에서도 수직 구조가 그대로 유지됐다. 전사 이후에도 전기적 저항, 열확산도, 적외선 흡수 특성이 거의 유지돼 나노튜브의 본래 물성을 보존한 채 소자에 통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열계면소재(Thermal Interface Material, TIM) 응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칩은 고집적·고성능화될수록 단위 면적당 발열이 급격히 증가하며, 최근 AI 연산을 위한 고전력 프로세서는 기존 모바일 칩보다 훨씬 높은 전력 밀도를 보인다. 이때 칩과 방열판 사이에서 열을 얼마나 빠르게 전달하느냐가 성능 유지와 수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연구팀은 약 100μm 두께의 수직 정렬 탄소나노튜브 층을 열계면소재로 구현해 스마트폰 프로세서에 적용한 결과, 상용 열전도 패드 대비 핫스팟 온도를 최대 4℃, 약 10% 이상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는 같은 구동 조건에서 열저항을 유의미하게 줄였음을 의미하며, 수℃ 수준의 온도 차이만으로도 성능 저하를 방지하고 안정적 동작 구간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적 의미가 크다. 이번 기술은 차세대 AI용 고성능·고발열 반도체의 열 병목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열관리 해법으로 기대를 모은다.

또한 연구팀은 수직 정렬 탄소나노튜브를 장파장 적외선(LWIR) 흡수층으로 활용해 MEMS 기반 적외선 센서에 통합했다. 탄소나노튜브 숲 구조는 내부 다중 반사를 통해 빛을 거의 완전히 흡수하는 특성이 있어, 적외선 센서의 감도를 높일 수 있다. 실제 실험에서 탄소나노튜브를 통합한 센서는 동일 조건에서 기존 센서 대비 최대 3.43배 높은 저항 변화 신호를 보였다. 특히 두께 1μm 이하의 얇은 서스펜디드 멤브레인 위에도 손상 없이 전사에 성공해, 고감도 마이크로볼로미터와 같은 차세대 적외선 센서로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김종백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고온에서만 제조할 수 있었던 나노소재를 상온 공정으로 전자 플랫폼에 직접 통합할 수 있는 범용 기술을 제시한 것”이라며 “차세대 반도체 열관리, 자율주행용 적외선 센서, 플렉서블 전자소자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소자 구조를 구현하는 기반 기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고성능 나노소재의 산업적 활용 범위를 실질적으로 넓힌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김나혜 인턴기자 kim.na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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