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산에 갇힌 납치범과 피해자, 혹한·고립보다 무서운 게 있다
[김형욱 기자]
크리스마스를 앞둔 추운 겨울, 로키산맥 언저리의 작은 식당 '커피컵'에 데이비드가 들어와 주문을 한다. 그는 잘생겼고 말주변도 좋다. 주문을 받는 종업원 애나와 잠시 대화를 나누던 중, 그녀의 전 남편 빈센트가 난입해 아이를 찾으며 그녀를 위협한다. 데이비드는 그를 제지한 뒤 식당을 나와 눈 덮인 산길을 달린다.
그런데 그의 뒤를 빈센트의 트럭이 쫓으며 위협한다. 이내 사고가 나고 데이비드는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된다. 그렇게 밤을 지새우던 중, 충격적으로도 트렁크 안에 애나가 손발이 묶인 채 갇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데이비드가 밖을 정찰하던 중 다리에 큰 부상을 입고 차로 돌아오는 사이, 애나는 트렁크에서 탈출하려 한다.
영화 속 상황은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혹한과 끊이지 않는 눈보라 속에서 펼쳐진다. 휴대전화는 터지지 않고 자동차 배터리는 점점 줄어든다. 차 안에는 납치범과 피해자뿐이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체불명의 존재가 자동차를 부수려 한다. 데이비드는 단순한 납치범일까, 아니면 그 이상의 악인일까. 애나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정체불명의 존재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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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콜드 미트>의 한 장면. |
| ⓒ 오싹엔터테인먼트 |
영화는 너무나도 노골적으로 힌트를 준다. 최악의 일을 저지르는 사람이 등장할 것이고, 숲의 정령이 그를 잡아갈 것이라는 식이다. 하지만 그 점이 이 영화의 약점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후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하게 만든다. 과연 그 사람은 누구이며, 숲의 정령은 어떤 모습일까.
주지했듯 이 영화의 핵심은 설산에 고립된 자동차 안에서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이다. 예로부터 종종 만들어지는 '고립 스릴러' 장르다. 얼핏 쉬워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어려운 장르라 작품 수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고립 스릴러 영화는 꽤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 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 역시 그 대열에 무난히 합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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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콜드 미트>의 한 장면. |
| ⓒ 오싹엔터테인먼트 |
영하 20도에서 영하 50도 사이를 오가는 극한의 추위, 거기에 폭설까지 더해진 설산은 그 자체로 강력한 배경이 된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더 극단적인 장치를 추가할 필요가 없다. 혹한 속에서 인간은 어디까지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혹한의 환경에서 밖은 곧 죽음과 다름없다. 두 주인공은 자동차 밖으로 나갈 수 없고, 결국 납치범과 피해자가 좁은 차 안에서 함께 버텨야 한다. 이런저런 대화가 오갈 수밖에 없고, 결국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상황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 모든 사건의 시작은 데이비드가 애나를 납치한 데 있다. 그는 단순한 납치를 넘어 더 끔찍한 의도를 품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민자이자 싱글맘인 취약한 처지의 애나를 노렸다는 점에서 그의 의도는 더욱 분명해진다. 한두 번 해 본 일이 아닌 듯한 느낌도 강하다.
앞서 언급한 식인종을 잡아간다는 정체불명의 괴생명체는 영화가 어느 정도 해피엔딩을 향해 갈 수 있음을 암시한다. 결국 데이비드를 노리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공간에 있는 애나 역시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애나가 혹한, 고립, 납치, 그리고 괴생명체라는 다층적인 위협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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