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부실로 증발하는 압수 코인… “전문 거래소 위탁 체계 서둘러야”
개별 수사관이 지갑·비밀키 관리하는 방식 문제
“전문 커스터디 도입해야” 민간 위탁 필요성↑

최근 국가기관이 압수·압류한 가상자산을 분실하거나 탈취당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정부 차원의 관리 체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상자산을 이용하는 범죄 단체들의 수법은 날로 고도화되는 데 반해 수사 및 사정 기관들의 가상자산 이해도와 관리체계는 이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외부 전문 위탁 기관과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세청은 지난달 고액 체납자로부터 압류한 가상자산 성과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지갑 복원 문구인 ‘니모닉 코드’를 그대로 노출해 약 69억원 상당의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가상자산)을 탈취당했다. 니모닉 코드는 보통 12개나 24개의 단어로 구성된 지갑 복구 문장인데, 이를 이용하면 제3자가 자산에 접근할 수 있다.
수사기관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 1월 광주지검은 수사 중 압수했던 비트코인 320개(약 321억원 상당)가 탈취당한 사실을 뒤늦게 인지해 논란이 됐다. 당시 검찰은 피싱 사이트에 접속하게 되면서 개인키가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경찰서 역시 압수한 비트코인 22개를(약 23억원 상당) 부적절하게 관리하다 유출된 사실을 뒤늦게 확인됐다.
감사원은 지난 4일 검찰청과 경찰청, 국세청, 관세청 등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관리 적정성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에 전격 착수했다. 감사원은 이번 점검을 통해 문제점이 확인될 경우 정식 감사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근본 원인으로는 개별 수사관이나 담당 공무원이 직접 지갑을 생성하고 비밀키를 관리하는 현재 방식이 거론된다. 개인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데다, 개별 수사관의 가상자산 이해도에 따른 역량 차이가 있어서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가상자산의 보안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 전문 업체와 손을 잡고 있다. 미국 연방보안청(USMS)은 2024년 대규모 가상자산 포트폴리오의 안전한 보관과 거래를 위해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를 수탁(커스터디) 업체로 선정했다. 정부가 몰수한 자산 관리를 전문 업체에 위탁해 보안 사고를 원천 차단하고 처분 절차의 전문성을 높인 것이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정부의 압수물 관리 위탁 수요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기술적 준비를 마쳤다는 평가다. 국내 최대 거래 유동성을 갖춘 업비트는 다년간 축적한 보관 기술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지난해 법인과 기관 전용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인 ‘업비트 커스터디’를 출시했다. 업비트 커스터디는 고객이 수탁한 모든 가상자산을 인터넷과 분리된 콜드월렛에 100% 보관해 해킹 등 외부 침입 위협을 차단한다. 다자간 연산(MPC)과 분산 키 생성(DKG) 다중 관리 체계를 도입해 단일 키 유출로 인한 사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
이외에도 국내 주요 거래소들은 대규모 가상자산을 시장 충격 없이 현금화할 수 있는 인프라도 구축했다. 빗썸은 지난해 시간분할자동주문(TWAP) 기능을 도입했다. 업비트도 지난 1월 해당 기능을 추가했다. TWAP는 설정한 기간과 간격에 따라 주문을 균등하게 분할해 체결가를 평균가에 근접시키는 전략적 거래 기법이다. TWAP는 수천억 원대의 몰수 가상자산을 현금화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시세 변동과 ‘슬리피지’(거래 예상가와 실제 체결 가격의 차이)를 최소화해 국고 환수액 변동성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핵심 기능으로 꼽힌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지난 2024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연구 용역으로 수행한 ‘가상자산 압수·수색 및 표준관리 모델 설계 연구’ 보고서에서는 가상자산의 높은 시세 변동성과 기술적 복잡성을 고려할 때, 민간의 전문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이 법 집행의 신속성을 높이고 관리 부실에 따른 법률적 배상 책임을 방지할 수 있는 핵심 대안이라고 제언했다.
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대형 거래소들은 이미 강력한 보안 체계와 대량 거래 처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수사기관과의 협력을 위한 법인 계정 지원 시스템도 갖춰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증된 거래소의 커스터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사고 예방과 행정 효율성 측면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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