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현장탐방] 강남 3구 전세 매물 없다는데…현장에는 "손님이 없다"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이임 기자 = '부동산 바로미터'라 불리는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 상가. 기자가 찾은 지난 11일 이곳 중개업소 유리창에는 '급전세 19억원'이라고 적힌 매물 안내문이 빼곡히 붙어 있다. 최근 이 단지에서는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가격을 낮춘 이른바 '급전세' 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겉으로는 19억원 매물이 눈에 띄지만 실제 거래는 그보다 아래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국민평형인 전용 84㎡(제곱미터) 기준, 이 아파트의 전셋값은 18억을 거쳐 17억 후반에서 형성되고 있다.
중개업자 A씨는 "급전세라 내붙인 매물은 집주인과 협의를 거쳐 가격을 더 깎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자 B씨는 "4~5개월 전 22억원에 나왔던 전세 매물이 세입자가 안 구해져 계속 가격을 낮추다 최근 18억에 계약됐다"며 "현재는 17억원 후반대 매물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전세 매물이 줄어 전셋값이 강세라는 시장 통념과는 달리 현장에서는 세입자 문의가 뜸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지역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은 전세 매물이 단지 규모에 비해 적지 않게 나오지만 세입자 문의가 많지 않다"며 "이상할 정도로 손님이 뜸한 분위기"라 전했다.
전세 수요가 줄어든 이유에 대해서는 현지 중개업소들도 명확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다만 전셋값이 내려도 여전히 17억원 후반대에 형성돼 있어 이 금액이면 차라리 매매를 고민하는 수요가 늘어난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 전셋값 조정은 계약 만기가 임박한 일부 매물이 가격을 낮추며 나타난 현상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전세 매물 상당수가 만기가 4~5월로 임박한 물건으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주인들이 가격을 일부 낮춰 내놓은 상태라고 설명한다. 또한 전세 수요가 집중되는 이사철이 지난 점도 거래가 뜸한 이유로 꼽혔다.
◇개포ㆍ고덕서도 감지되는 전세 수요 둔화
이 같은 분위기는 해당 단지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었다. 강남구 개포동과 강동구 고덕동 일대 중개업소를 취재해도 전세 매물이 일부 쌓이거나 가격을 낮춘 급전세가 등장하는 등 수요가 기대만큼 따라주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강남구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사철이 지나 전세 수요가 없기도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이사철에도 회전이 잘 안됐다"고 말했다.
인근 단지 전용 84㎡ 전셋값은 한 달 전 15억원에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13억원 수준의 매물이 나오고 있다.
강동구 고덕동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같은 평형 전셋값은 지난해 말보다 약 1억원 낮은 9억5천만에서 10억원 수준에 형성됐다. 9억원 이하 매물은 4월 입주 조건이 붙은 이른바 '급전세'로 봐야 한다고 중개업소에서는 설명했다.
고덕동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매물 자체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수요가 그보다 줄어 계약 속도가 더디다"며 "만기가 임박한 집주인들이 가격을 낮춘 급전세를 내놓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성수기·입주장 지났다…전세매물 품귀 여전한 지역도
성수기 이사철이 지난 데다 인근 대단지 입주가 마무리되면서 전세 매물을 찾기가 어려운 곳도 여전히 있었다.
송파구 잠실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는 "통상 12~2월 이사철에 전세 거래가 활발한데 지금은 성수기가 지난 시기라 매물이 많지 않고 수요도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사철에 전세 매물이 대부분 계약되면서 지금은 남아 있는 매물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잠실 리센츠의 경우 전용 84㎡ 기준 전세 매물이 사실상 없는 상태다. 월세 매물도 대부분 계약되면서 일부만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잠실 트리지움 역시 전세 매물은 2건에 불과한데, 모두 선순위 융자가 있거나 베란다 확장 공사를 하지 않은 이른바 '하자 매물'이라는 설명이다.
서초구 반포 일대에서도 비슷한 설명이 나왔다. 지난해 인근 대단지 아파트 입주 매물이 대거 풀리면서 주변 단지 전셋값이 크게 낮아졌고, 현재는 당시 계약 물량의 2년 만기가 아직 도래하지 않아 전세 매물이 많지 않은 시기라는 것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반포는 올해 단지마다 전세 매물이 많지 않은데 이는 다주택자 규제 영향이기보다는 지난해 메이플 자이 입주 영향이 크다"며 "지금은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시기"라고 설명했다.
◇ 중개업소, "학군수요 많은 곳…하락세 오래가지 않을 것"
현장에서는 최근의 전셋값 조정이 장기적인 하락세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중개업소들은 전세 거래가 통상 12~2월과 6월 등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만큼 이사철이 다시 시작되면 수요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대치동과 개포동, 둔촌동, 잠실 일대 등 학군 수요가 많은 지역은 학기 시작 전 이사 수요가 몰리는 경향이 있어 계절적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설명이다.
입주 물량도 전세시장 흐름을 좌우하는 변수다. 송파구의 경우 잠실 르엘, 잠실래미안아이파크 등 인근 신규 아파트 입주가 마무리되면 전셋값도 다시 상승할 수 있다.
여기에 주변 재건축 단지의 이주 수요도 변수로 꼽힌다. 강동구 둔촌동의 올림픽파크 포레온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올림픽선수기자촌 등 인근 재건축 단지에서 이주 수요가 발생하면 전세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며 "현재의 전셋값 조정이 장기간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yyhan@yna.co.kr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4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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