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굽는 타자기] '천조국' 군대 바꾼 비밀전략조직
실리콘밸리 기술 군대 도입 일등공신
방산 생태계까지 혁신…'천조국' 위상 높여

연간 국방비 약 1400조원,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의 고민은 역설적으로 "정말 우리가 최강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중국은 군민(軍民)융합 전략으로 민간의 첨단 기술을 군사 영역에 적극 끌어들였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드론 활용법을 빠르게 학습했다. 미국 내부에서는 북한조차 핵탄두를 탑재한 KN-08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압도할 수 있다는 공포가 퍼졌다. 그럼에도 미 국방부는 관료주의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책은 그런 위기 속에서 등장한 국방 혁신 조직 '유닛X'의 이야기다. 펜타곤 공식 조직도에도 나타나지 않는 이 비밀 조직은 실리콘밸리의 기술을 군과 연결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저자인 크리스토퍼 키르히호프와 라지 샤는 침몰 직전의 조직을 맡아 이를 재정비했고, 국방부 혁신의 촉매 역할을 했다.
책이 보여주는 펜타곤의 현실은 의외로 낡았다. 록히드마틴, 노스롭그루먼, 레이시온 같은 거대 방산기업들이 군수 산업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혁신의 속도는 더뎠다. 이들은 군의 혁신보다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더 관심을 보였다. 이런 구조를 바꿔야 할 국방부 역시 관료주의에 묶여 있었다.
저자가 2016년 중동 최대 규모 미군 기지인 알우데이드 공군기지 연합항공작전본부를 방문했을 때의 장면은 상징적이다. 하루 수천 건의 비행을 조율하는 이곳에선 단 두 명의 병사가 화이트보드 격자판 위 자석말을 옮기며 공중급유 일정을 조정하고 있었다. 2차 세계대전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이다. 첨단 무기를 자랑하는 미군의 작전 시스템이 사실상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었던 셈이다.
유닛X는 이런 문제를 하나씩 바꾸기 시작했다. 핵심은 무기 체계가 아니라 기술 생태계였다. 특히 실리콘밸리와 국방부 사이에 존재하던 장벽을 허무는 데 집중했다. 당시 실리콘밸리에서는 국방부와 계약하는 것이 일종의 금기처럼 여겨졌다. 복잡한 구매 절차와 느린 의사결정 탓에 계약이 체결되기도 전에 기술이 구식이 되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유닛X의 성과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방산 스타트업'이라는 새로운 생태계를 여는 데 있었다. 방산 스타트업 카펠라 스페이스는 1900㎞ 상공에서 농구공 크기의 물체도 날씨와 관계없이 식별할 수 있는 위성 기술을 개발했다. 국가 주도 프로젝트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도 충분한 성능을 구현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이 위성 영상을 공개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부인 발언을 반박했다. 그 외에도 '실드 AI'의 드론은 인공지능(AI) 기반 실내 탐색 기술로 테러 대응과 국지전 작전의 효율을 높였다. 조비 항공의 수직이착륙 자율항공기는 군수 보급 체계를 바꿀 가능성을 보여줬고, 이제는 차세대 민간 이동 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책은 이러한 변화를 현장감 있게 풀어낸다. 북한의 군사 전략,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기 시절의 기행, 구글 창립자 에릭 슈미트의 물밑 역할 등 다양한 비화도 등장한다. 정치와 기술, 군사 영역이 교차하는 장면들이 이어지며 읽는 재미를 더한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미래 전쟁의 핵심 키워드는 '국방과 기술의 융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그 예행연습에 가까웠다. 팔란티어의 경쟁자로 꼽히는 방산 AI 기업 안두릴의 창립자 팔머 럭키가 자사 기술의 성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전쟁 한복판인 우크라이나를 찾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다만 책에는 미국 중심적 시각이라는 한계도 분명하다. 라지 샤는 전쟁 기술 개발을 꺼리는 실리콘밸리 인재들을 조국과 국민을 외면하는 태도라고 비판한다. 그는 기술이 살상보다는 보급·수송과 효율화에 활용돼 오히려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이 언제든 공격용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저렴하고 무인이라는 특성은 오히려 더 큰 유혹이 될 수 있다. 실리콘밸리 인재들의 고민을 단순한 순진함으로 치부하기보다는, 기술과 전쟁의 관계에 대한 보다 깊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실리콘밸리와 펜타곤의 비밀 전략실 유닛 X|크리스토퍼 키르히호프·라지 샤 지음|와이즈맵|420쪽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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