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없어 외출 못하는 상황" 화장품·푸드 잘나가는데 하필…호르무즈 봉쇄로 '불똥'
식품업계 "포장재 없으면 생산 중단" 재고 확보 총력
화장품 용기·의류 원단까지 영향, 소비재 산업 확산 우려
"포장재가 없으면 제품을 담을 용기가 없습니다. 거래사에서는 '포장재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으니 재고를 최대한 확보하라'는 연락이 오고 있습니다."
국내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최근 사내 회의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이 회사가 확보한 포장재 재고는 대략 이달 말까지 버틸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신선식품 포장재를 중심으로 수급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이 식품·화장품·패션 등 소비재 산업 전반으로 번질 조짐이다. 이란 전쟁 여파로 중동산 석유화학 원료의 핵심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사실상 막히면서 포장재와 합성섬유 등 기초 소재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소비재 업체들은 포장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라면 봉지와 두부·과자 포장지, 냉동식품 포장 필름, 음료·생수 페트병 등 대부분의 식품 포장재는 플라스틱과 합성수지로 만든다. 화장품 용기와 의류 원단 역시 상당 부분 석유화학 소재에 의존한다.
식품업체 한 관계자는 "현재는 이달까지 사용할 포장재 재고가 확보돼 있어 당장 생산에 문제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다음 달 이후부터 수급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장재 가격 상승 가능성도 제기된다. 식품 제조 원가에서 포장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보통 10~20% 수준이다. 원료 가격이 오르거나 공급이 불안해지면 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식품업계가 긴장하는 이유는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다. 포장재 공급이 끊기면 제품을 담을 용기가 없어 생산 자체가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재료가 부족하면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지만 포장재가 없으면 출하 자체가 불가능하다. 대체재도 마땅치 않다. 식품 포장재는 보관 기간과 식품 안전 기준에 맞춰 설계돼 있어 소재를 쉽게 바꾸기 어렵다. 특정 포장재에 맞춰 생산 설비가 구축된 경우도 많아 단기간에 변경하기도 쉽지 않다.

현재 식품업체들은 재고 확보와 공급선 다변화를 검토하고 있다. 기존 거래처뿐 아니라 중국 등 해외 업체까지 검토하며 공급망을 넓히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다만 나프타 공급 차질이 장기화하면 포장재 생산 자체가 줄어들 수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화장품·패션 업계도 원자재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화장품 업체들은 통상 사전에 용기와 부자재 물량을 확보해 수개월 치 재고를 운영하고 있다. 의류 업체들 역시 시즌 상품을 미리 기획해 원단을 선 확보하는 구조다. 단기 충격은 재고와 선계약 물량으로 버틸 수 있지만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화장품은 용기 사양 단순화나 증정 축소, 패션은 부자재 변경이나 혼용률 조정 등 대응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우려의 배경에는 석유화학 원료 수급 불안이 있다. 여천NCC는 이미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공급 불가항력은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요인으로 계약 이행이 어려울 때 책임을 면제받기 위해 사전에 통보하는 조치다. LG화학도 일부 수출 계약 제품에 대해 공급 불가항력 가능성을 고객사에 고지했다. 롯데케미칼 역시 원료 조달과 운송 수단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공급 지연 가능성을 알렸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나프타 재고는 1~2주 수준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업들은 공장 가동률을 낮추며 대응하고 있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석유화학의 핵심 원료다. 나프타를 분해하면 에틸렌과 프로필렌 같은 기초 화학 원료가 생산된다. 이들 원료는 플라스틱과 합성섬유, 고무 등 다양한 산업 소재의 출발점이다. 에틸렌을 기반으로 생산되는 폴리에틸렌(PE)은 라면·과자 봉지 내부 필름과 비닐 포장재에 쓰이고, 폴리프로필렌(PP)은 컵라면이나 즉석밥 용기처럼 열에 강한 식품 용기에 사용된다.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는 음료 페트병의 대표 소재다. 스낵 포장에 쓰이는 이축연신 폴리프로필렌(BOPP) 필름 역시 PP 계열이다. 화장품 업계에서 사용하는 PET·PP·PE 계열 병과 튜브, 캡, 펌프 등 포장재와 패션 업계의 폴리에스터·나일론 원단 역시 이 같은 석유화학 밸류체인과 연결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기업이 할 수 있는 대응은 제한적"이라며 "상황이 풀리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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