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를 해줘"…AI 로봇이 집안일 배우는 현장 가보니

윤영숙 기자 2026. 3. 1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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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분리수거를 해줘."

연구원의 음성 명령이 떨어지자 로봇은 앞에 놓인 플라스틱 물통과 캔에 대한 정보를 인식했다. 잠시 후 로봇 팔이 뻗어나가 플라스틱과 캔을 집어 들고 분리수거대로 이동했다. 이후 플라스틱은 파란 통에, 캔은 분홍 통에 집어넣었다.

사람에게는 단순한 동작이지만 로봇에게는 학습된 정보를 바탕으로 물체를 파악한 뒤 손으로 집어 전달하는 복합적인 작업이다.

로봇 작업 AI가 플라스틱과 캔을 분리수거하는 모습[촬영: 윤영숙 기자]

◇ 사람의 작업을 학습하는 AI '로제타'…50%까지 진척 보여

지난 12일 기자가 찾은 대전 한국기계연구원은 기계 설계 역량을 바탕으로 인간의 섬세한 움직임과 강력한 수행 능력을 동시에 갖춘 차세대 휴머노이드 기술을 선도하는 곳이다.

현재 연구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자율성장 AI 휴머노이드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을 이끌며 정교한 작업과 자율학습이 가능한 하드웨어 플랫폼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연구원은 사람처럼 작업을 학습하고 수행하는 로봇 인공지능(AI) 기술을 공개했다.

연구진이 소개한 기술은 '로제타(RoGeTA·Robotic General Task AI)'로 불리는 범용 로봇 작업 AI다. 기존 산업용 로봇이 특정 작업을 반복 수행하도록 설계됐다면, 로제타는 사람의 작업을 학습해 다양한 환경에서 새로운 일을 수행하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다.

기술은 크게 세 단계로 구성된다. '작업 추출 AI'가 사람의 동작을 데이터로 변환해 로봇이 학습할 수 있도록 하고, '가상화 AI'가 실제 환경을 모델링 가상 데이터를 생성해 시뮬레이션을 수행한다. 이후 '작업 수행 AI'가 음성 명령을 이해해 작업을 여러 단계로 나눠 실행한다.

로봇 작업 AI가 식탁을 닦는 작업을 반복 학습하는 모습[촬영: 윤영숙 기자]

연구원 내부에는 실제 가정 환경과 유사하게 꾸며진 실험 공간도 구축돼 있다. 거실과 주방 등이 갖춰진 공간에서 로봇은 식탁 닦기나 분리수거, 물건 가져오기 같은 생활 작업을 학습한다.

연구진은 현재 로봇 작업 AI의 완성도를 약 50% 수준으로 보고 있다. 목표는 5년 내 가사도우미 수준에 해당하는 작업 수행 능력을 구현하는 것이다. 실험 단계에서 작업 성공률은 9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술은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연구원이 개발 중인 인간형 로봇 플랫폼은 '카이로스(KAIROS)'다. 키 약 160㎝, 무게 55㎏ 수준으로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협업하도록 설계됐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운동성을 갖춘 카이로스 1세대 모델을 공개할 계획이다. 이후 운동성과 조작성을 모두 갖춘 2세대 모델을 2030년까지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휴머노이드 기술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꼽힌다. 사람처럼 이동하는 '운동성'과 물체를 잡고 조작하는 '조작성'이다. 연구진은 두 능력을 동시에 높은 수준으로 구현한 로봇은 아직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고 설명한다.

물품 배달 로봇이 이동하는 모습[촬영: 윤영숙 기자]

◇ 창립 50주년 맞은 엔지니어링 연구의 모태 '한국기계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1976년 설립된 연구원은 국내 기계공학과 제조 기술 발전의 기반을 다진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산업용 로봇과 첨단 제조 장비 개발을 비롯해 반도체·이차전지·공작기계 등 핵심 산업 장비 기술 발전에 기여해왔다.

이날 기계연 투어를 진행한 류석현 기계연구원 원장은 "연구원은 1986년 이미 산업용 12관절 로봇을 공개했고 자기부상열차 기술 개발에도 참여했다"며 "공작기계 자율화와 반도체·이차전지 장비 등 첨단 제조 장비 분야에서도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기계연은 우리나라 엔지니어링 연구의 모태 역할을 해온 기관이다. 항공·재료·해양 분야 연구기관과 대학 등이 이곳에서 분리돼 나왔다.

류석현 한국기계연구원 원장의 모습[촬영: 윤영숙 기자]

류 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과학 원천기술을 연구하는 기관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라면 엔지니어링 분야의 모태는 기계연"이라며 "기계기술은 국내 제조업 전반의 근간이 되는 분야"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휴머노이드와 바이오 자동화 장비 같은 새로운 분야에서는 한국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530여명의 정예 연구진과 축적된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도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로봇 분야에서 기계연의 강점은 하드웨어 플랫폼 기반 연구에 있다. 연구원은 휴머노이드 로봇뿐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필드 로봇, 의료 로봇 등 다양한 로봇 분야를 동시에 연구하고 있다. 소재와 부품, 장비, 공정까지 연결되는 '소재·부품·장비' 기술을 함께 연구하는 기관도 드물다는 것이 류 원장의 설명이다.

류 원장은 "휴머노이드 기술은 한국이 늦은 출발을 했지만 속도를 높이고 있다"며 "이 분야에서도 글로벌 톱3 수준의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이 휴머노이드 경쟁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그는 "한국은 산업용 로봇 밀도가 세계 1위이고 AI와 제조, 정밀기계, 제어 기술이 모두 높은 수준"이라며 "외국과 다른 'K-휴머노이드'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형 로봇 핸드가 전시된 모습[촬영: 윤영숙 기자]

카이로스는 특히 촉각 중심의 '감각형 로봇'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각이나 청각 분야는 이미 글로벌 기업들이 앞서 있지만 촉각 기술은 아직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미래 50년을 위한 기술 비전도 제시했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바이오 자동화 장비, 첨단 제조 장비 국산화 등을 핵심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기계연은 오는 4월 14일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열고 '기계주간' 행사도 진행한다. 4월 14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행사에서는 피지컬 AI 기술 공유와 연구 성과 발표가 이어지며, 18~19일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연구원의 첨단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류 원장은 "앞으로의 50년은 인류의 풍요로운 삶과 지구 환경과의 공존을 목표로 하는 기계 기술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휴머노이드와 첨단 제조 장비 기술을 통해 새로운 산업 경쟁력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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