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에 원청 교섭 요구 쇄도…택배·배달 플랫폼도 영향권 ‘긴장’
택배노조 5개사에 원청 교섭 요구…수수료‧산업안전 등 목소리
고용형태 다양한 배달 플랫폼도 ‘원청 사용자성’ 논쟁 영향권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으로 원청을 상대로 한 단체교섭 요구가 현실화되면서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쿠팡CLS가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며 절차에 들어가자 택배와 배달 플랫폼 등 간접고용 구조가 많은 업종에서도 원청 책임 논쟁이 확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이 지난 10일 처음 시행되면서 원청을 상대로 한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10일부터 11일까지 이틀 동안 집계한 교섭 요구 현황에 따르면 하청노조 453곳(조합원 9만8480명)이 원청 사업장 248곳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 사업장은 전날 하루 동안만 27곳으로 집계됐다. 특히 쿠팡CLS가 교섭 요구 사실을 즉시 공고하며 관련 절차에 들어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쿠팡CLS는 공고문을 통해 “17일까지 회사와 교섭을 원하는 노동조합은 교섭을 요구해 달라”고 안내했다.
업계에서는 원청 기업들이 교섭 요구 자체를 거부하기보다는 일단 법이 정한 절차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쿠팡CLS를 포함한 주요 사업장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하청 교섭이 실제로 이뤄지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원청은 교섭 요구를 받은 날부터 7일 동안 관련 사실을 공고해 다른 노동조합의 참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쿠팡CLS 사업장에서는 그동안 물류·배송 노동환경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져왔다. 현재 쿠팡은 배송 노동환경 개선 등을 논의하기 위한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도 참여하고 있는 만큼, 국내 1위 이커머스 쿠팡이 원·하청 교섭의 첫 사례가 될 경우 플랫폼 기업의 ‘사용자 책임’ 논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택배‧배달앱, ‘원청 책임’ 영향권…업계 신중한 움직임
업계는 노란봉투법의 파장이 간접고용 구조가 일반적인 업종으로 확산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원청 택배사와 대리점, 택배기사로 이어지는 구조가 뚜렷한 택배업계는 영향이 가장 먼저 현실화될 업종으로 꼽힌다.
그동안 택배기사들은 대리점 소속 개인사업자 형태로 분류돼 원청인 택배사와 직접 교섭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구조였다. 그러나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이 실질적 사용자로 인정될 경우 직접 교섭 대상이 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노동계는 원청 교섭을 본격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노조는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 5개사를 대상으로 원청 교섭 요구서를 제출했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택배노동자들은 그동안 우리의 노동조건을 실제로 결정하는 것은 대리점이 아니라 원청 택배사라고 주장해 왔다”며 “배송 물량과 수수료 체계, 배송 정책과 서비스 기준을 정하는 주체도 모두 원청 택배사”라고 밝혔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기자회견 이후 아직 택배 원청에서 교섭 요구 사실 공고 등 관련 절차에 나선 곳은 없는 상황”이라며 “교섭 테이블이 마련되면 택배기사 과로 방지 문제를 비롯해 수수료와 물량 보장, 산업안전 문제 등을 주요 의제로 다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앱 업계 역시 노란봉투법의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배달앱은 플랫폼 본사와 입점 점주, 배달라이더, 소비자가 얽혀 있는 구조로, 라이더가 플랫폼과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더라도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경우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현재 배달라이더는 본사와 직접 계약하지 않으면 개인사업자이거나 배달대행업체와 위탁계약을 맺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다만 노란봉투법에 따라 원청의 교섭 의무가 확대될 경우 배달료 구조, 배차 시스템 등을 둘러싸고 플랫폼 기업과 라이더 간 새로운 협상 요소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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