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or보기] KLPGA투어의 소는 누가 키우나…아프다던 방신실 타이완 대회 출전 ‘유감’

정대균 2026. 3. 1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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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KLPGA투어 시즌 개막전 불참
통산 4승 배소현과 1승 김민선 동반 출전
선수가 외면한 투어는 팬과 스폰서도 외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로고. KLPGA


“동열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라는 말이 유행어였던 시절이 있었다.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현 기아 타이거즈) 김응용 감독이 팀의 핵심이었던 투수 선동열과 타자 이종범이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로 떠나자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팀의 핵심 선수들이 다 떠나서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 “믿고 맡길 스타 플레이어가 없다”는 의미로 내뱉은 자조적 발언이었다.

김 감독의 이 말은 이후 스포츠팀은 말할 것도 없고 기업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핵심 인재 부재를 꼬집을 때 유행어처럼 사용되곤 했다.

“소는 누가 키우냐”라는 한 개그 코너의 유행어도 비슷한 의미다. 원래는 우리 농촌에서 옛부터 전해져 온 생활식 표현이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풍자·농담·인터넷 밈으로 발전했다.

회사에서 다수의 직원들이 휴가를 떠나면 “그럼 일은 누가 하냐”, 정치권에서 싸움만 하면 “정치는 누가 하냐”, 집안일을 안 하고 놀면 “그럼 집은 누가 돌보냐” 등등. 구성원들이 마땅히 해야 할 책임과 역할을 하지 않고 방기하는 행태를 해학적으로 꼬집은 것이다.

골프 투어도 예외가 아니다. 투어 구성원들이 각자 자신의 역할, 즉 소를 키우는 일을 게을리하면 어떻게 될까. 아무리 인기 있는 투어라 할지라도 스폰서, 팬들로부터 외면을 받아 쇠락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골프는 지극히 개인적 운동이지만 투어는 전체 구성원들의 촘촘한 유기적 활동에 의해 돌아가기 때문에 구성원 개개인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나 하나 쯤이야’라는 안일한 생각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특히 흥행을 견인하는 스타 플레이어일수록 마음가짐, 몸가짐이 이타적이어야 한다.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는 KLPGA투어가 12일부터 나흘간 태국 촌부리의 아마타 스프링CC(파72)에서 열리는 리쥬란 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을 시작으로 2026시즌 대장정에 돌입했다.

그런데 시즌 오프닝 대회부터 우려되는 일이 발생했다. 출전 신청을 했다가 대회 개막 직전에 출전을 포기하거나 아예 다른 투어 대회에 출전한 일부 선수들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12일부터 타이완의 오리엔트 골프&CC에서 타이완여자프로골프(TLPGA)투어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공동 주관으로 열리는 타이완 폭스콘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에 출전한 선수들의 행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선수가 자신이 원하는 대회에 출전하는 걸 탓하려는 건 아니다. KLPGA투어는 지난해 제15대 김상열 회장이 취임하면서 해외 대회 출전에 대한 제한 규정을 없앴다. 해외 진출을 원하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커다란 장애물이 하나 없어진 셈이다.

KLPGA투어 선수들이 출전하는 해외 대회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비롯한 이른바 글로벌 투어가 주관하는 메이저 등 특급 대회가 대부분이다. 이는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적극 권장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투어의 간판격 선수들이 KLPGA투어보다 규모가 작은 TLPGA투어 대회에 출전하는 건 왠지 어울리지가 않다. 대회 자체가 모든 선수들이 출전하고 싶은 빅리그의 메이저 대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딱 하나 구미가 당기는 게 있긴 하다. 상금이다. 폭스콘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의 총상금은 12억원의 리쥬란 챔피언십보다 17억5660만원이 많은 200만 달러(29억5660만원)다. 우승 상금도 5억원이다.

프로가 돈을 좇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리쥬란 챔피언십이 KLPGA투어 시즌 개막전인 데다 올해 신설된 대회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배소현(32·메디힐), 방신실(21·KB금융그룹), 김민선7(22·대방건설)의 타이완행은 유감스럽다. 그중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불참 사유를 협회에 제출하고선 슬그머니 타이완행을 결행한 방신실의 행동은 씁쓸하기까지 하다.

이들이 KLPGA투어의 흥행을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는 선수라는 점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배소현은 2025시즌 공동 다승왕(3승) 등 통산 4승, 방신실은 지난해 3승 등 통산 5승을 거뒀고, 김민선은 지난해 데뷔 첫 승을 거둬 대상 포인트 10위를 차지한 KLPGA투어의 미래다.

이들과 반대되는 선택을 한 선수도 있다. 통산 9승의 이다연(29·메디힐)이다. 그는 지난해 폭스콘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에 출전해 첫날 5위에 올랐으나 갑작스런 컨디션 난조로 기권한 바 있다.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올해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었다가 리쥬란 챔피언십 출전으로 방향을 바꿨다. 투어의 중견 선수로서 신설 대회를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올 시즌 KLPGA투어는 역대급인 총 31개 대회, 총상금 347억원 규모로 치러진다. 그만큼 팬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다. 인기는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모래성과 같다는 걸 한시라도 잊어선 안 된다.

KLPGA투어 정상급 선수들이 신설 대회를 외면한 사례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신설된 한 대회에서도 간판급 선수들이 무더기로 불참해 빈축을 샀다.

당시 “차포 떼고 무슨 대회를 하느냐. 차라리 위약금 내고 대회 개최를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던 스폰서 기업 최고경영자의 볼멘소리를 KLPGA투어 구성원들은 결코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

재차 강조하지만 ‘나 하나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투어를 황폐화시키는 바이러스와 다를 바 없다. 너 나 할 것 없이 선동열, 이종범이 되려고만 한다면 KLPGA투어의 소는 과연 누가 키울 것인가.

촌부리(태국)=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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