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3법’ 공포…대법원·헌재 권한 지형 흔들

김한나 2026. 3. 13. 06:0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재판소원·법왜곡죄 시행…39년 만 사법제도 대대적 개편
“법원·헌재 사이 충돌 가능성…‘사건 핑퐁’ 반복될 수도”
사실상 ‘4심제’ 비판 여전 “기본권 침해 범위 불명확”
대법원(왼쪽)과 헌법재판소. 연합뉴스 

이른바 ‘사법개혁 3법’(재판소원법·법왜곡죄·대법관 증원)이 12일 0시 정식 공포됐다. 1987년 개헌 이후 39년 만에 이뤄진 대대적인 사법제도 개편이다.

이번 개편을 계기로 사법 권한 변화에 대한 논쟁도 다시 불붙고 있다. 법원의 확정 판결까지 헌법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사이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로 인해 두 기관 간 긴장감이 심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법원 vs 헌재, ‘최종 심판자’ 갈등 부상

재판소원 도입을 계기로 대법원과 헌재 사이 ‘최종 심판자’를 둘러싼 구조적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법조계는 재판소원 제도가 얼마나 활용될지, 헌재가 어떤 기준으로 사건을 심사할지가 향후 사법 권한 균형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

헌법학자인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 판결을 헌재가 뒤집을 수 있게 되면 헌재가 사실상 최고 법원처럼 보이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면서도 “이 같은 위상 변화에 대한 제도적 준비가 충분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헌법재판관의 권위와 전문성이 대법관보다 우월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전제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합의나 제도적 준비는 부족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경우 법원과 헌재 사이 결정이 반복적으로 충돌하는 ‘핑퐁’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장 교수는 “두 기관 사이 갈등이 발생하면 재판 지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긴장 관계는 과거에도 몇 차례 드러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표적인 사례로 2022년 6월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과 이를 둘러싼 대법원과의 충돌을 꼽는다. 한정위헌은 법 조항 자체가 아니라 특정한 해석 방식만 위헌으로 판단하는 결정이다. 헌재는 이러한 결정이 모든 국가기관을 구속한다고 봤다. 반면 대법원은 법률 해석과 적용 권한은 법원에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한정위헌 결정의 효력을 제한적으로 해석해 왔다.

헌재가 법원의 확정 판결을 취소한 뒤에도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두 기관의 권한 충돌이 공개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되면 이러한 구조적 긴장이 더 자주 표면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헌재가 사실상 최종 판단자처럼 보이는 구도가 형성되면 법원과 헌재 사이 긴장감이 커질 수 있다”며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재판이 끝났다고 보기 어려운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재판소원이 국민 기본권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김선택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 판결도 헌재 심사를 받을 수 있어 외형적으로는 헌재가 더 위에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헌재는 법원을 지휘하는 기관이 아닌 예외적 권리구제 기관”이라며 “재판소원은 그동안 3심 이후 구제받기 어려웠던 기본권 침해를 한 번 더 점검하는 장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헌재의 조직 규모와 운영 방식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상당수 사건이 초기에 걸러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헌재는 재판관 9명 규모의 비교적 작은 조직으로 헌법적 쟁점을 중심으로 판단해 온 기관”이라며 “일반 민·형사 사건까지 대거 유입되면 현실적으로 모두 심리하기 어려워 상당수 사건이 지정재판부 단계에서 각하되거나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사법개혁 3법’ 공포·시행…사법제도 대변혁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사법개혁 3법’은 이날 정식 공포됐다.

정부는 관보를 통해 법원조직법(대법관 증원)·형법(법왜곡죄)·헌법재판소법(재판소원제) 일부개정법률을 공포했다. 재판소원제와 법왜곡죄는 공포 즉시 시행됐고, 대법관 증원은 2028년 3월부터 적용된다.

재판소원제는 법원 재판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는 문구가 삭제되면서 확정된 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법원의 재판 자체는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었다.

재판소원은 △헌재 결정에 반하거나 △헌법·법률이 정한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헌법·법률을 명백히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재판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 청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존 ‘1·2·3심’ 구조에 헌재 판단이 추가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만 헌재는 “법원은 법률심, 헌재는 헌법심을 담당하는 기관”이라며 역할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헌재는 지난 10일 재판소원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4심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실히 대비하고 있다”며 “법원과 헌재 간 효율적인 사법 기능 배분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법관 증원 역시 사법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 개정 법원조직법에 따라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수는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늘어난다. 증원은 2028년부터 3년 동안 매년 4명씩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상고심 사건 적체를 해소하고 법리 심리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대법관 증가에 따라 재판연구관 인력도 늘어나면 1·2심 법원 인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법원 내부 재판 구조 역시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법왜곡죄를 두고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법리를 의도적으로 왜곡해 적용한 판사나 검사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조항으로, 재판 과정에서 판사의 법 해석이나 판단이 형사 책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제도 시행 첫날 조희대 대법원장이 법왜곡죄 혐의로 고발되면서 정치 사건을 중심으로 판·검사 고소·고발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최종심’인 대법원의 판결을 헌법재판소에서 다툴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한 ‘사법개혁 3법’이 공표된 첫날인 12일 서울 헌법재판소 민원실에서 관계자들이 안내문 비치 등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소원 실무 혼란 초래…실질적 대안 필요”

사법개혁 3법이 시행되면서 사법부도 후속 대응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안이 이미 공포된 만큼 시행 초기 혼란을 줄이고 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법원은 12일부터 비공개 전국 법원장 회의를 열고 사법개혁 3법 시행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재판소원 도입으로 재판 실무와 제도 운영 과정에서 혼란이 초래될 수 있고, 법왜곡죄 신설 이후 형사재판부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기우종 법원행정처 차장은 인사말에서 “사법제도 개편 3법 통과로 사법 체계의 근간이 변화하고 이에 대한 깊은 우려가 있는 가운데 사법부가 신뢰를 회복하고 실질적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법원행정처는 법왜곡죄 관련 테스크포스(TF) 구성도 검토 중이며, 판사가 고소·고발되거나 수사기관 조사를 받을 경우 형사법관을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Copyright ©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