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가상자산 보관은 어디에?…거래소·커스터디 선택지 열린다[법인머니를 잡아라③]
매매 편의성의 거래소, 자산 분리 보관의 커스터디…법인 선택 주목
가상자산 법인 시장 개방 논의가 본격적인 제도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거래소와 커스터디(수탁) 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주요 사업자들은 법인 고객 유입 가능성에 대비해 전용 서비스와 보안 체계, 대량매매 기능 등 관련 인프라를 미리 정비하는 모습이다. 향후 제도 윤곽이 구체화될수록 시장 경쟁의 방향과 강도도 한층 선명해질 전망이다. ‘법인 투자 시대’를 앞둔 업계의 준비 상황과 전략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상장기업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이 가시화되면서 법인 자산 보관 방식에 대한 관심이 몰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상장기업의 커스터디(수탁) 기업 이용을 법적 의무가 아닌 내부통제 권고안에 담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법인들은 거래소와 별도 커스터디 사이에서 자산 보관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거래소와 커스터디 업계도 각자의 강점을 앞세워 법인 고객 수요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발표한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로드맵에 따라 관련 가이드라인을 상반기 내에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기업의 내부통제 기준을 구체화하기 위한 표준안 성격의 권고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으며, 상장기업의 커스터디(수탁) 기업 이용 방안은 이 별도 권고안에 담길 가능성이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해당 내용이 권고안에 담기는 만큼, 커스터디 이용이 법적 강제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편의성'의 거래소 vs '통제력'의 커스터디…법인의 선택은?
이 경우 법인들은 가상자산을 거래소에 그대로 예치한 채 매매 편의성을 우선하는 방식과, 별도 커스터디 기업을 통해 자산 보관과 내부통제 체계를 강화하는 방식 중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구도라기보다, 법인의 성격과 투자 목적에 따라 보관 방식이 나뉘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커스터디 업계가 상장사와 대형 법인 자금 유치 가능성을 높게 보는 배경에는 거래소의 '옴니버스 장부' 구조가 있다. 옴니버스 장부는 거래소가 다수 고객의 자산을 블록체인상에서 개별적으로 매번 이동시키는 대신, 내부 데이터베이스(DB)상 장부로 거래 내역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중앙화거래소(CEX)가 이런 구조를 택하는 것은 대량의 주문과 빈번한 매매를 온체인에서 실시간으로 모두 처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처리 속도와 수수료, 거래 지연 문제를 감안하면 실제 거래소 환경에서는 고객 자산을 모아 관리하면서 내부 장부로 거래를 처리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설명이다.
커스터디 업계는 상장기업처럼 회계와 내부감사, 주주 보호 책임이 큰 법인일수록 거래와 보관 기능을 분리하려는 수요가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정 거래소 지갑 안에서 자산이 통합 관리되는 구조보다, 제3의 수탁기관을 통해 자산 귀속과 통제 체계를 명확히 하는 편이 회계 처리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더 적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거래소 해킹이나 파산, 내부통제 실패 같은 사건이 반복된 만큼 상장사들은 사실상 권고를 의무에 가깝게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한 가상자산 커스터디 관계자는 "제3자 수탁은 자산을 거래소와 분리해 보관하기 때문에 해킹이나 거래소 파산 시에도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도산 절연' 효과가 있다"며 "대규모 자산의 안정적인 보관과 엄격한 내부 통제 절차가 필요한 상장사에게 적합한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개별 수탁·콜드월렛 보안 강화
다만 거래소들이 모두 획일적인 보관 구조만을 고수하는 것은 아니다. 업비트는 지난해 8월 법인·기관 대상 수탁 서비스인 '업비트 커스터디'를 출시했다. 업비트 커스터디는 고객별 자산을 별도로 관리하는 구조를 내세우고 있다.
업비트 관계자는 "업비트 커스터디는 고객별로 개별 지갑을 운영해 고객 자산이 서로 섞일 우려가 없다"며 "개별 안에서도 용도별로 구분 지갑 만들어서 세부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다른 거래소들은 중앙화거래소 특성상 오프체인 기반의 옴니버스 장부 구조를 사용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구체화될 경우 이에 맞춰 운영 방식을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옴니버스형(오프체인) 장부 거래를 사용하지만 법인들의 자산 상당수는 콜드월렛에 보관중"이라며 "금융위원회의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그에 적합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거래소들은 대신 보안 역량과 운영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이미 다수 이용자의 자산을 관리해온 만큼 다중 인증, 접근 통제, 내부 승인 절차, 콜드월렛 중심 보관 등 보안 체계를 갖추고 있고, 거래 빈도가 높은 법인 고객에게는 여전히 거래소의 실행 편의성이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최종 선택은 기업 몫…법인시장 인프라 경쟁 본격화
금융위원회가 상반기 중 상장기업을 위한 가상자산 내부통제 권고안을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상장사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거래소와 커스터디 기업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자금 집행이 잦고 신속한 현금화가 필요한 기업은 거래소의 인프라를 직접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고, 자산을 묵혀두며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하는 상장사는 전문 수탁사를 선호할 것"이라며 "두 진영 모두 기업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 보안 수준을 높이고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법인 투자 시장의 인프라가 한 단계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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