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극단장 이준우의 첫 작품 ‘빅 마더’… “동시대성·대중성 겸비”

지난해 11월 이준우(41) 연출가가 서울시극단의 신임 단장으로 임명된 것은 연극계에서 꽤 화제가 됐다. 1985년생으로 역대 최연소 단장이기도 하지만 연극과 뮤지컬을 넘나들며 다양한 프로덕션의 러브콜을 받는 연출가가 공공극단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단원제로 운영되는 서울시극단의 경우 단장에게 민간보다 안정적인 창작 환경을 제공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행정 부담과 끊임없는 검증 등 예술 외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준우 서울시극단 단장은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연극 ‘빅 마더’(Big Mother) 공연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작업 탓에 공연 올리기에 급급한 순간도 있었던 데다 정작 제가 하고 싶은 작업은 하지 못한다는 고민을 해왔다. 공공기관에서 작업하는 것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민간에서와 달리 시간을 가지고 작품을 개발하고 싶어서 단장 공모에 지원했었다”면서 “(세종문화회관 안에 있는) 서울시극단은 서울을 상징하는 광화문이라는 특수한 공간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 동시에 연출보다는 좋은 창작진을 꾸려 작품을 개발하는 작업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준우 단장은 2011년 대학 졸업 후 국립극단에서 조연출로 연극계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2013년 서강대 메리홀에서 열린 극단 여행자의 ‘청춘단막극장’을 통해 연극 ‘버스 기다리는 남자’로 연출 데뷔를 했다. 이후 연극 ‘왕서개 이야기’ ‘붉은 낙엽’ ‘바닷마을 다이어리’과 뮤지컬 ‘홍련’ 등 여러 작품이 대중과 평단의 호평 속에 상을 받기도 했다. 이 단장은 “서울시극단에 온 이후 젊고 새로운 활력을 기대하는 시선들이 있어서 부담되긴 한다”면서도 “지금은 그런 부담을 잊을 정도로 첫 작품인 ‘빅 마더’를 잘 올려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극 ‘빅 마더’는 프랑스의 잡지사 기자 출신 극작가 멜로디 무레가 2023년 발표한 희곡을 토대로 한다. 뉴욕을 배경으로 거대 권력의 음모를 폭로하려는 기자들의 싸움을 그렸다. 투명성을 가장한 통제, 데이터 감시, 여론 조작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진실이 작동하는 방식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파리에서 초연된 이후 프랑스 연극계 최고 권위의 몰리에르상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바 있다.
이 단장은 “올해 상반기 첫 작품으로 대중성과 동시대성을 고루 갖춘 희곡을 찾았다. 그때 마침 접한 ‘빅 마더’가 빅데이터 시대에 정보가 어떻게 권력화되고 조작될 수 있는지 다루는 만큼 현재 우리에게 유의미한 질문을 던질 것으로 봤다”면서 “흔히 ‘빅 브라더’가 강력한 독재 체제 아래에서 우리를 감시하는 눈을 뜻한다면, ‘빅 마더’는 마치 엄마처럼 포근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정보를 통제하며 우리의 생각을 바꿔나간다. 현재 알고리즘을 따라가는 데 익숙한 미디어 환경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작품 자체가 관객이 몰입하며 재밌게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작품은 일반적인 희곡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58개의 장면이 빠르게 전개되며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LED 스크린과 실시간 영상 등을 활용해 뉴스와 정보가 생산되는 과정을 무대 위에서 드러낸다. 이 단장은 “우리를 둘러싼 미디어 환경을 관객이 감각할 수 있게 디자인된 영상이나 실시간 중계 영상이 적극적으로 쓰인다. 58개의 장면을 일일이 재현할 수 없는 만큼 비우는 선택을 했다. 반복되지 않는 것처럼 하면서도 그 장면만의 감각을 관객이 느낄 수 있도록 고민했다”고 강조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기자들은 현실과 타협한 편집국장 오웬부터 낙하산 오명을 지우기 위해 사건에 뛰어드는 젊은 기자 쿡까지 전형적이면서도 다양한 면모를 지녔다. 오웬 역은 배우 유성주와 조한철이, 쿡은 이강욱과 김세환이 연기한다. 그리고 스캔들 너머 권력과 여론이 움직이는 방향을 읽어내는 기자 케이트 역은 서울시극단 단원 최나라가 맡는다. 공연은 오는 30일부터 4월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외국어 쓸 때 사람은 더 정직해진다?
- [미각 아카이브] 실크로드에서 세계인 식탁 오르기까지… Mandu, 문화를 빚다
- 차 빼기전 2시간30분 행적?… 이재룡 음주사고 수사중
- 김어준방송 ‘공소취소 거래설’에 與 발칵… 국힘 “특검해야”
- 법왜곡죄 시행 첫날…‘李대통령 선거법 재판 파기환송’ 조희대 피고발
- ‘성폭행 혐의’ 대학 부교수 남경주…홍익대 “인사 조치 중”
- “무시동 히터 켜놓고 잤는데”… 카니발 화재 운전자 중상
- 차 빼기전 2시간30분 행적?… 이재룡 음주사고 수사중
- “이란, 피격시 美 본토 드론 공격 가능성” FBI 경고
- 셀린 송 감독 “‘기생충’ 덕분에 한국적 영화 전세계에 받아들여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