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여기가 극락"…직장인 적금 붓게 한 '제 2의 거실'
서울 마포구에서 혼자사는 직장인 허모(33)씨는 지난달부터 6개월 만기적금을 붓고 있다. 400만원대 침대 매트리스를 사기 위해서다. 허씨는 “주말에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밥 먹고 TV보는 게 낙”이라며 “집이 작기도 하고, 편안하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침대라 큰 맘 먹고 좋은 걸 사기로 했다”고 말했다.

침대·매트리스·침구 등 국내 수면 산업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2일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이 시장 규모는 2011년 약 4800억원에서 지난해 약 5조원으로 10배 이상 커진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선 올해는 6조원을 넘어설 거란 전망도 나온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침실에서 여가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하고, 수면의 질을 최대한 높이려는 ‘슬립맥싱(Sleep Max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다.
1~2인 가구가 늘면서 침실은 ‘제2의 거실’로 변하고 있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 집’이 최근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62.6%가 “침대를 수면 이외의 목적으로 활용한다”고 답했다. 활용 방식은 ▶스마트폰 사용(78.4%) ▶영상 시청(66.6%) ▶휴식(34.4%) ▶독서(21.8%) ▶대화·통화(14.5%) 순이었다.

이런 생활 방식의 변화는 실제 제품 소비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용자의 자세에 따라 매트리스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모션베드’나 프리미엄 침대 판매가 늘고 있다. 시몬스에 따르면 ‘N32’ 모션베드의 지난해 하반기 판매량은 상반기 대비 83.8% 증가했다. 또 이 회사의 프리미엄 매트리스 일부 제품은 500만원대의 고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보다 약 40% 늘었다.
현대리바트에 따르면 전체 침실 가구 매출에서 호텔형 침대(침대 머리맡이나 옆 부분에 인테리어 요소를 가미한 형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0%에서 지난해 30%로 늘어났다. 에이스침대가 예비·신혼부부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킹사이즈 이상 제품이 전체 판매량의 78.9%를 차지할 만큼 대형 침대 선호도 뚜렷했다.
유난히 수면 만족도가 낮은 현실도 시장 확대의 배경으로 꼽힌다. 필립스코리아·한국리서치가 ‘세계 수면의 날’(3월 13일)을 맞아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조사한 결과 건강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수면(36.4%)을 꼽은 응답이 식단(35.7%)·운동(27.8%)보다 높았다. 하지만 자신의 수면에 만족한다는 응답률은 28.8%에 그쳤다. 한국인의 수면 시간은 평균 5시간 25분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7~9시간에 크게 못 미친다.

잘 자는 법이 중요해지면서 숙면 아이템들도 인기다. 온라인 플랫폼 지그재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9일까지 침구·홈웨어, 수면 보조제 등 숙면 관련 제품의 거래액은 전년 동기대비 2996% 급증했다. 같은 기간 에이블리에서도 ‘숙면 안대’, ‘숙면 베개’ 등의 상품 거래액이 65% 늘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오는 22일까지 ‘슬립테크(sleep+tech)’ 기기들을 체험할 수 있는 행사를 연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앞으로 수면 관련 제품은 더 다양해지고,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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