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린 베네수처럼 안되나"…'마가' 이어 '미가'도 등돌린 트럼프

기대가 실망. 실망이 분노로 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한 이란 반정부 시위 세력의 마음이다. 이들은 트럼프가 지난달 28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암살할 때까지만 해도 트럼프의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MAKE IRAN GREAT AGAIN·MIGA, 미가)” 구호에 환영하며 정권 교체의 꿈에 부풀었다.
그러나 전쟁이 이어지는데도 정권이 흔들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민간 피해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를 향한 이들의 마음은 원망으로 바뀌는 중이다.

미가 세력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건 지난 1월이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정부가 최대 3만명을 숨지게 한 유혈진압으로 막자, 미국과 이스라엘이 나서 정권을 무너뜨려 주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트럼프 역시 “도움이 가고 있다(Help is on the way)”고 호응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실제 행동에 나선 건 그로부터 약 2달이 지난 뒤였다. 하메네이를 암살하고 주요 군사시설을 타격하며 기세를 높였지만,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거센 반격에 전쟁은 2주 가까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정권 수뇌부와 군사시설을 넘어 민간 영역으로 확대되며 시민들의 충격은 커지고 있다. 전쟁 첫날 학생 168명을 포함해 175명이 숨진 이란 남부 미나부 여자초등학교 사건은 미군 토마호크 미사일에 의한 것이란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테헤란의 그랜드 바자르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골레스탄 궁전, 이스파한의 알리 카푸 궁전과 체헬소툰 궁전 등 역사유적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됐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대사는 지난 10일 민간인 1300여명이 숨지고 학교 65개, 교육기관·주택 8만 채 등 약 1만 곳의 민간 시설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지난 7~8일 이스라엘이 테헤란 석유저장시설을 폭격해 도심에 유독가스와 기름비를 확산시키기에 이르자 미가 세력의 불만은 최고로 높아졌다. 이란 여성 만다나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베네수엘라는 유혈 사태 없는 깨끗한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었는데, 우리는 왜 그러지 못하는 건가”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전쟁을 일으키며 이란 시민들에게 “조국을 되찾을 가장 큰 기회다. 정부 기관을 점령하라”고 외쳤지만 이란 내부에선 무력감만 커지고 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3대 최고지도자로 선출하며 강경 기조를 이어가는 IRGC의 강고한 회복력 때문이다. 모즈타바는 12일(현지시간)엔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봉쇄해 적을 압박해야 한다. 순교자들의 피에 대한 복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취임 후 첫 메시지를 내놨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교수는 “트럼프는 시위대에 거리로 나가라고 했지만, 시민들은 이란 당국이 미국의 소행으로 둔갑시킨 살상 행위를 벌일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고령이었던 아버지 하메네이의 뒤를 30년 젊은 모즈타바가 이으면서 정권이 오히려 더 오래 가게 생겼다고 우려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트럼프가 “이란의 지도는 전쟁 후 현재와 같지 않을 것”이라 발언하고 쿠르드족 투입 의사를 내비침에 따라, 정권에 불만이 있는 세력까지 국가 내분 상황을 우려해 이란 정체성으로 결집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트럼프는 이번 전쟁으로 미국 내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 진영 반발에도 직면했다. 마가 세력은 지난 2000년대 초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벌인 이라크·아프간 전쟁을 강하게 비판했던 트럼프가 정작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설득에 넘어가 이란 공격에 나섰다고 비난하고 있다.
폭스뉴스 앵커 출신 터커 칼슨과 메긴 켈리와 같은 마가 진영의 대표 논객들은 “이란 공격은 역겹고 사악하다” “미국 우선주의에 부합하지 않는 전쟁” “(전사한) 군인들이 이스라엘을 위해 숨졌다”고 비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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